예전에 여기에서 이 소설을 추천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추천 보다는 순수하게 이 작품을 읽고 느꼈던 점을 써보려 합니다.

 

초기에 누군가 이 소설이 영지물 같다고 했지만, 전혀 아닙니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신화나 서사시를 소설로 쓰면 이런 느낌이 나지 않을까요.

 

 세계관 설명 부터 전체적인 줄거리를 설명하려면 조금 길어집니다만, 설정이 복잡한 것은 아니니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태초에 천사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인간들 보다 우월하고 고차원적이며 지혜로웠습니다.

 하지만 일정 수명동안 살다가 죽고 환생하는 인간들과 달리, 이들은 영원에 가까운 시간을 살면서 영적으로 치매와 비슷한 증상이 오게 됩니다.

 뇌와 육체는 여전히 건강하고 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단지 그 뿐이었습니다.

 이들은 본래 자신들이 어떠한 존재였는지, 얼만큼 고결했는지 잊어버렸습니다.

 단지 그러고 싶다는 이유로 인류를 학살하며. 때로는 죽는 것이 더 나을 정도로 괴롭히기도 합니다. 때로는 어느 아이의 모습으로 둔갑하여 아이의 그 가족들을 농락하고, 어머니를 괴물로 만들어 자식을 잡아먹게 하거나, 직접적으로 묘사되지는 않지만 단순히 고통을 주기 위해 강간을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타락한 천사들을 <이노센트>라 하며 이들은 다른 장르소설의 악당들과 비교되었습니다. 이해타산으로 움직이지 않는, 어찌보면 어린아이의 그것과도 비슷한 '순수한 악'의 존재들이었습니다.

 

 이노센트들 중에서도 그들을 이끄는 군주들을 테러 로드(Terror Loard)라 하며 그들의 기사들을 테러 나이트(Terror Knight)라 합니다.

 이 괴물들은 하나같이 기본적인 스펙도 뛰어나지만 괴랄한 이능마저 행사했습니다.

 <닉스>는 괴물들을 만들어 냅니다.

 <루시드>는 지정한 대상을 자신과 함께 결계에 가둬 일대일 상황을 만든 뒤, 무조건 적으로 그 상대보다 강해지게 됩니다.

 <마라>는 두 명인데, <데스 크라운>은 자신을 죽인 대상은 반드시 죽게 하고, <홀리 크라운>은 절대 죽지 않으면서 죽은 <데스 크라운>을 되살립니다.

 

 절대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던 괴물들이었지만, 이들은 결국 패배합니다.

 모든 것은 운명이었기 떄문입니다.

 

 아마 이상한 소리를 한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사실입니다.

 괴물들이 쌓아온 업보가, 그에 대항하며 쌓아온 인간들의 발악이, 그 밖에 세상의 모든 현상과 행위들이 거대한 인과의 흐름이 되어 이노센트들을 파멸로 이끌게 됩니다.

 

 마검의 선택을 받은 세인은 작품에 등장하는 누구보다 강합니다.

 기초적인 능력치로는 세계관 최강자라 해도 할 말이 없었고, 미래를 보고 시간이동 마저 가능했습니다.

 성품 또한 그에 걸맞게 책임감 있고 자신의 희생할 줄 아는 사내였습니다.

 그 말도 안 되는 힘으로 답이 없을 것 같았던 루시드 마저 쓰러뜨리지만, 결국 <마라> 중 <데스크라운>을 죽이면서 그 또한 죽게 됩니다.

 그 뒤 그의 아내 세리스는 성검의 선택을 받은 뒤, 천사들 보다 상위의 존재인 신의 힘을 빌려 <홀리 크라운>을 무찌르고 전쟁에서 죽었던 대부분의 사람들을 살리게 됩니다. 자신의 남편인 세인을 제외하고요. 마검의 선택을 받은 세인은 되살리는 것이 불가능 했거든요.

 

 그 뒤에도 내용이 있지만, 여기까지만 써도 될 것 같군요.

 

 완벽한 작품은 아니었을 지 모릅니다.

 자잘한 설정오류가 있었을 지 모릅니다.

 하지만 기승전결이 확실했으며, 대부분의 다른 소설들과 달리 용두사미의 구성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그 만큼 이 소설의 완성도는 뛰어났습니다. 어찌보면 기본에 충실했다고도 할 수 있겠죠.

 개인적으로 만화나 애니로 나오길 바라는 일순위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