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 월드 감상

- 신촌 아트레온 4DX 관에서 봤습니다.

자리잡은 좌석이 이쯤이면 중앙이겠지 싶었는데 미묘하게 엇나갔더라고요.

그렇다고 옆자리에 앉으면 그건 또 완전 옆에서 보는 느낌이겠고.

 

4DX관은 처음이었는데 광고 시작할 때 물을 얼굴에 뿌리는 건 아주 불쾌한 경험이었습니다.

물론 안경을 안쓴 사람한테도 그렇겠지만 안경을 쓴 사람한테는 더욱 그럴테죠.

그보다 불쾌한 건 그래서 안경을 닦았는데 금방 또 영화 시작하면서 물을 뿌린다는 겁니다.

 

...아니 왜?

 

세번째는 안당하려고 손으로 가리고, 물구멍을 찾아서 손수건으로 막으려했는데

이젠 또 안나오더라고요. 나 참.

 

 

쥬라기월드 : 도미니언은 

전편에서 공룡이 세계로 풀려난 이후 몇년이 흐른 시간대입니다.

세상은 공룡이라는 변화를 받아들이고 진통을 겪고 있는 중

각 등장인물들 역시 그 안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클레어 디어링은 공룡 보호 활동을 하며 살고 있고

오웬 그래디는 말을 타고 카우보이.. 아니 디노보이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파라사우롤루푸스 무리를 말을 타고 가로지르는 장면은 대단히 인상깊었어요.

 

이야기의 갈래는 둘입니다.

전편의 등장인물 메이지 록우드, 그리고 랩터 블루가 단성생식한 새끼 랩터 베타인데요.

수상한 인물들이 이 둘을 노리고 주연 오웬 그래디, 클레어 디어링이 이 위기에 대처하는 이야기가 먼저입니다.

 

그리고 프리퀄 시리즈 쥬라기 공원의 등장인물 엘리 새틀러가 생물 재해로 의심되는 사태를 겪고

이를 조사해달라는 이안 말콤의 요청을 받아서 앨런 그랜트와 함께 수상한 기업에 접근합니다.

 

줄거리는 이렇고, 보면서 느낀 부분들을 먼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먼저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세 박사 앨런 그랜트, 엘리 새틀러, 이안 말콤이 다시 뭉쳤는데요.

이들의 재등장을 소개하는 씬에서 일종의 존중이 느껴지는 점이 좋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쥬라기 공원 - 쥬라기 월드 시리즈 전체에서 오마쥬를 따오려 합니다.

쥬라기 월드의 유명한 랩터 조련사 씬의 변형을 포함해서 여러 부분이 그래요.

그랜트의 그 씬을 엘리가 대신 하는 것도 그렇고, 말콤의 연설도 그렇고요.

 

저는 세 박사님들이 랩터에 반응하는 부분이 가장 웃기더군요.

유전자조작되지 않은 순수 공룡만 키운다는 설명을 들으면서 

쥬라기 공원 랩터가 아닌 실제 랩터(아주 작죠)를 보고 고개 끄덕이는 것도 그렇고

홍보영상에 나온 랩터랑 약속 이야기 부분의 전후 반응도 재밌습니다.

 

내용은 그렇고, 이 영화의 주제의식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먼저 전통의 쥬라기 공원 철학인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하려다 벌어지는 재앙"이 있겠군요.

 

두번째는 "가족애"입니다. 메이지 록우드, 그리고 그녀와 관계된 사람들의 고군분투는 가족을 위해서니까요.

사실 이것도 나름 이 영화 시리즈의 전통이군요.

 

세번째로 들고 싶은 것은 "생명 존중-공존"입니다. 

영화 속의 사람들은 생명을 뜻대로 다루는 유전공학의 힘을 남용합니다.

그리고 통제할 수 없는 사태를 불러일으키죠. 늘 그렇듯이.

그들이 생명을 다룰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을 마음대로 써서는 안되며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하여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도 쥬라기 월드 2에서 다뤄진 것 같죠?

 

설명이 길었는데 이제 핵심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이 영화가 마음에 들었느냐 아니냐.

초반을 넘어서 중반 이후를 보다보면 가장 짙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아마추어스러움.

 

영화의 모든 요소들에서 어설픔이 느껴졌습니다.

새로운 등장인물들(과거 시점 인물 포함)의 동기와 무게감, 

새로 나온 악당들의 철저하지 못함, 이전부터 나오던 반동인물의 심리 등등

 

이 사람들 왜 나온 건가, 왜 저런 대사를 치는 건가, 

이제와서 그런 말한다고 해결될 거라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건가,

그런 소품을 보여준다고 중요한 의미가 느껴지진 않는데... 

 

심지어 공룡마저 어숙했어요! 그 사납고 빠르고 교활하던 생물들 다 어디갔어?

반응속도는 왜 그리 느려? 감각은 왜 그렇게 둔해? 몸에다가 기름뿌린 것도 아니잖아!

공룡도 이렇고 공룡이 아닌 야생동물들은 거의 죽기 위해 화면에 잡힌 수준으로

대충 살더라고요. 그러다 죽지 하는데 정말로 그러다가 죽고...

 

그리고 대망의 클라이막스

어? 

야??

그연출하지마 그거 전작에 나왔던 거잖아! 그거 별로였어!

수직을 수평으로 바꿨다고 좋아질 수 있는 연출이 아니야!

 

아... 아................

 

아아아아아아............................

 

하아.............

 

그렇게 어수룩함의 향연 속에서 영화는 끝이 났습니다.

 

조금 날것으로 말하면, 이 영화는 추억팔이입니다. 다들 아시겠지요. 

그게 나쁜 건 아닙니다. 

영화사업은 팔려고 영화제작하는 사업이잖아요?

 

하지만 시리즈 종결은 내야하고, 이 한편에 기존의 모든 추억팔이 요소들을 조합해서 결과물을 내야한다는 고심이

이 영화를 영 좋지 못한 결과로 이끌었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했고, 그 결과 영화의 전개와 결말을 제대로 설명하거나 납득시키지 못했습니다.

위에서 강조한 아마추어리즘 역시 그래서 나왔겠지요.

 

정말이지, 영화 개봉 이틀만에 갔는데 포스터는 없고 

행사물품은 진작에 다 떨어져있던 것만큼이나 실망스러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하나만 더 말하려 합니다.

 

이 영화는 쥬라기 공원 시리즈입니다.

저는 실망했지만, 그러나 만족했습니다.

 

이 영화는 공룡을 보여주었습니다. 

공룡. 

거죽 아래  꿈틀거리는 근육의 결을 따라 움직이는 부드러운 카메라 워크가 

공룡 일부가 아니라 전체를 비춥니다. 드러나는 형태는 지구상에 현존하지 않는 생물체의 것입니다.

낯설지만 웅장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제 카메라가 멀어집니다.

공룡, 그리고 배경을 담습니다. 그리고 하나 둘 나타나는 작은 생물체들.

우리 인간.

공룡에 비하면 너무나 작디작습니다. 공룡의 거대함이 더욱 강조되지만

그 작은 생물체들은 현대 지구를 지배하고 있고 공룡조차 부활시킨 자들입니다.

 

그리고 이 두 종은 다른 모든 종들이 그러하듯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게 됩니다.

 

말들과 함께 평원을 가로지르는 파라사우롤루푸스,

설원을 가로지르는 랩터 모녀, 비행기조차 압도하는 케찰코아틀루스,

고양이 대신 공원의 마스코트가 된 소형 공룡 콤프소그나투스..

 

공룡. 잃어버린 세상의 거주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

저는 그 세상의 세부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장엄함을 느낍니다.

 

실망스럽지만 만족스러웠습니다.

보고싶었던 것은 볼 수 있던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