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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단순히 시나리오의 퀄리티와 완성도만 놓고 본다면 '별을 쫓는 아이'에 비길 수 있을 듯 하다.  누가 망작이라고 까도 별로 실드칠 말이 없다는 뜻.  이야기가 본 궤도에 오르기 전에 이미 어떻게 흘러갈지는 예상이 가고, 신카이 마코토 본인 전작들의 자기 복제도 뚜렷하다.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느낄 수 있는 쾌감이랄 게 별로 없다.  전체적으로 인물들이 붕 떠 있다.

2. 화면은 언제나 그렇듯 훌륭하고, 제작진을 갈아넣는 배경 작화 역시 여전하다.  그치만 중간중간 들어가있는 3D 신들은 그다지 좋지 않다.  특히 배경과 이펙트를 전부 3D로 처리한 몇몇 신이 매우 거슬릴 때가 있었다. 

3. 그럼에도 RADWIMPS의 음악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신카이 마코토의 화면과 잘 어울린다.  음악과 화사한 화면이 더해지고, 적절한 음향 처리와 효과음들은 이 장면들을 영화관에서 목격할 가치를 부여한다.  극은 전체적으로 늘어지나, 클라이막스의 처리는 나쁘지 않았다.

4. 세카이계를 적당히 비틀고 자기 나름대로 재조립하려고 한 흔적이 보인다.  세카이계는 통상 비극으로 끝나기 마련이지만, 작품은 '꼭 그래야만 해?'라고 반문한다.  세계를 위해서 꼭 희생해야 돼?  희생하는 과정에서 어찌어찌 일이 잘 풀리는 게 당연한 거야?  희생하지 않으면 죄책감에 쩔어 살아야 해?  뭐 그런 질문들.

신카이 마코토가 습관적으로 비극을 그려냈던 전례 또한 신경써서 비튼 느낌이다.  나름으로 노력한 흔적들이 보인다.  그럼에도 만족스럽진 못하다.

5. 맑은 하늘은 <초속 5cm>에서, 밤하늘은 <너의 이름은.>에서, 비 오는 날은 <언어의 정원>에서, 구름낀 하늘은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에서 충분히 그리고 훌륭히 그려냈었다.  극 중에서 비오는 날들은 개인 날을 돋보이게 하는 장치가 될 것만 같았지만, 결국 개인 날이 비극을 의미하면서 메타포와 감정, 화면이 이래저래 서로 꼬여버린다.  꽤나 혼란스러운 광경이었다.  감독 안에서도 스스로 정리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6. 여전히 내 기준에서의 순서는 초속, 언어의정원, 너의이름은 이다.  당분간 순서가 바뀔 일은 없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