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생충은 불편한 영화라는 평가가 있다. 이 점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왜 불편한 영화인지에 대해 이해는 가능할 것이다. 기택 및 그의 가족에 이입하는 사람들이 어떤 점에서 불편해 하는지, 그리고 박사장 및 그 가족에게 이입해서 불편함을 말한 사람이 어떤 점에서 불편함을 느꼈는지에 대해선 납득이 가능할 터이기 때문이다.

 

 

2. 

 

사실, 이 영화의 초반부에선 상당한 위화감을 느꼈다. 기택의 가족이 보여주는 가족애(?)가 너무 뛰어났기 때문이다.

 

기택의 가족은 계속해서 못살았던 집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충숙은 해머 던지기 선수로 수상도 했으며, 아들인 기우도 5수생이었다. 딸인 기정은 미대 입시를 준비하고 있었고 포토샵도 능숙하게 다뤘는데, 처음부터 빈곤한 삶을 살았더라면 불가능할 상황이었다.

 

더불어, 기택은 몇 번이나 되는 사업을 말아먹은 사람이다. 물론 돈이 없어도 사업은 할 수 있지만 몇 번이나 말아먹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최소한 사업을 여러 번 할 여력은 있었다는 뜻인데, 이는 카스테라 사업을 하다 망해서 지하실에 틀어박힌 근세와 비교해 볼 때 확인이 가능하다. 근세는 카스테라 사업을 하기 위해 사채를 썼고, 그것이 망한 후 재기가 불가능했지만 기택은 그것을 몇 번이나 하고서야 영화 시작점의 처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 점을 생각해보면, 기택의 가족은 제법 잘 살았던(물론 박사장 만큼은 아니겠지만) 것으로 추정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 점은 굉장한 위화감을 주었다. 영화니까~ 라고 넘어갔지만, 보통 집안을 말아먹은 가장은 권위를 잃음은 물론이고 가족들에게 좋은 대우를 받기도 어렵다. 그러나 기택의 가족은 가족간의 사이가 너무도 좋았고, 이 점은 솔직히 납득하기 어려웠다. 충숙이 투덜대는 모습이 나오긴 했지만 집안을 거덜내버린 남편에게 보이는 모습이라기엔 너무도 유하지 않은가.

 

만약 기우나 기정이 아주 어릴 때 집안을 말아먹은 거라면 가능할 이야기지만, 그렇다면 기우가 5수생이고 기정이 미대 입시를 준비중이라는 점, 그리고 포토샵을 잘한다는 건 설명하기 어렵다. 따라서 지금의 상황까지 몰린 것은 최근이라고 보는 게 옳을 텐데, 그렇게 보기엔 가족간의 사이가 너무 좋았다. 

 

영화 속 두 가족의 대비를 위해서 그런 모습을 만들었을 가능성은 있으나, 그 점에 생각이 미치자 오히려 '너무 작위적인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음을 고백하는 바이다.

 

 

3.

 

이 영화가 진행됨에 따라, 관객은 기존의 많은 매체들이 내세우는 것과는 다른 대비에 당황하게 된다. 보통 부유층이 악으로 그려지는 것과 달리, 이 영화는 부유층은 선에, 그리고 빈민층이 악에 가깝다. 그러나 그 그림 자체가 설득력이 있고 개연성도 있기에 그 점에 문제를 삼는 사람은 없다. 실제로 부유층이라고 악한 건 아니고 빈민층이라고 선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그 점을 인식하고 언급도 한다. 그리고 그 점은 여러 곳에서 언급되는 이야기와 같다. 충숙의 '착해서 돈이 많은게 아니라 돈이 많으니까 착한 거야' 라는 점이 대표적인데, 아마 이 말에 공감을 느낀 사람이 상당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그 말을 긍정하는지는 살짝 의문이다. 기택의 가족은 일단 논외하더라도, 박사장 가족의 경우 '여유가 있다' 는 표현은 적합하지만 '착하다' 라고 하기는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등장인물들에 의해 가장 착한 사람으로 묘사되는 연교는 자신의 평가를 위해 남편에게 이유도 말하지 않은 채 문광을 해고하는 - 그것도 기택에게 이유를 함구할 것까지 주문하며 - 모습을 보이며, 박사장의 경우는 남으로서는 알 수 없는 선을 강조하며 그 선을 넘어선 사람을 찍어누르려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더불어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준 - 기정이 칼에 찔려 쓰러졌음에도 기절한 자신의 아들만을 챙기는 - 장면이 불편하게 느껴진 사람도 제법 있을 것이다.(두 아이는 미성숙한 개체이기 때문에 배제하더라도)

 

그나마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문광이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기 때문에 집에서는 복숭아 금지' 를 유지했다는 부분인데, 이것은 문광을 배려했다기보다는 문광이 있음으로 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복숭아 금지' 라는 사소한 문제를 월등히 상회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4.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는 '냄새' 일 것이다. 그리고 그 부분은 영화에서 꽤나 노골적으로 나타난다. 기택의 가족들에게서 나는 반지하 냄새, 그리고 그 점에 대해 언급하는 박사장의 대사 등을 통해서인데, 특히 박사장의 대사는 '통상적으로는 섞이지 않는 두 계급의 차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것은 이 영화의 트리거로 작용한다.

 

영화의 내용만 놓고 보면 박사장은 정말 억울하게 당한 셈이지만, 기택의 입장에 집중해 놓고 보면 '쌓였던 것이 터졌다' 라고 볼 수 있다. 다송으로 인해 반지하 냄새에 대해 자각하게 되었고, 숨어들어가 있던 집에서 박사장에 의해 냄새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그 점에 대한 박사장의 비하를 인식하게 되었으며, 마지막으로 다송의 생일파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연교의 반응을 통해 그들이 느끼는 '냄새' 가 '모멸' 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충분히 각인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평소엔 억눌려 있던' 기택의 감정을 폭발시켰다.

 

기택이 보이는 무계획성은 사실 무기력함의 다른 표현일 수도 있다. 처음 언급했듯이 제법 잘 살았었을 기택의 가족은 '여러 번의 사업 실패' 로 인해 현재의 상태에 처했을 터이고, 그 과정에서 항상 무계획은 아니었을 터다. 몇 번이나 계획을 세워서 시도했지만 변수가 일어나며 완전히 어그러졌고, 그것은 결국 '무계획이 최고의 계획이다' 로 이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 무기력함이 만든 억압은 언제든 터질 수 있었다. 이는 술을 마시다 충숙의 언급(바퀴벌레)에 대해 화를 내는 장면에서 드러나며, 클라이막스가 터지기 직전에 보였던 힘없이 되뇌이는 장면(사랑하니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억눌려 있던 기택은 '모멸이 극대화되는' 장면을 통해 폭발한다. 그 모멸이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님에도 결국 터졌던 것은 그동안 쌓인 몇 번의 경멸이 도화선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박사장이 냄새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거나, 연교가 차를 모는 기택의 냄새에 인상을 찌푸리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터지지 않았으리라 본다.(기택이 본인의 존엄성에 대해 위협을 받은 시점이 연교의 반응 이후라는 점은, 케이크를 습격할 계획을 세우는 상황에서의 반응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이 냄새라는 소재는 굉장히 민감한 부분이다. 일정 거리 이상으로 근접하지 않으면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이며(물론 악취가 심하게 나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사람의 체취에 대해 언급하는 것도 일반적으로는 무례한 행위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설령 그것이 좋은 냄새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무례한 일로 여겨지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는 위에서 말했다시피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워진다는 것' 을 전제로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5.

 

쓰다보니 힘들다......

 

 

6.

 

힘들어서 여기서 슬슬 줄이자면, 이 영화는 생각할 점이 정말 많은 영화다.(...사실 쓰다 힘들어서 그냥 넘어간 부분이나, 너무 많이 언급되어서 배제한 부분 - 수직적 높이가 의미하는 계급 상징 등 - 도 꽤 많다.)​ 아마도 두 번째 본다면 첫 번째에서 놓친 부분도 파악할 수 있겠지만 그 정도 의욕이 내게는 없다.

 

굳이 덧붙이자면, 기택의 가족들이 말미에서 보이는 모습은 영화의 제목인 '기생충' 을 가장 잘 보여주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기택이 잠깐 죄책감을 느끼는 모습은 나왔으나 일회성이고, 말미를 장식하는 기우의 나레이션에서 박사장 가족을 파괴한 것에 대한 죄책감은 조금도 없다. 숙주를 죽이더라도 그것에 개의치 않는 기생충과 가장 가까운 모습이 그 장면이 아니었을까.

 

더불어 위화감을 느낀 장면을 하나 더 고르자면, 기정이 납골당에서 가장 비싼 장소에 있었다는 점이었다.

 

리얼리티를 살리자면 가장 밑바닥에, 그래서 기우와 충숙은 바닥에 앉아서 사진을 보아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아무튼 이런 영화가 좀 더 나왔으면 하며 감상을 끝낸다.

 

 

p.s 과연 기생충은 100 UBD을 넘을 수 있을까는 관심있게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