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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 바로 그 <오리엔트 특급살인>.

겨울밤의 어둡고 고립(!)된 극장에서 만나는 추리물이란 그 자체로 하나의 완벽한 무대, 너무나 매혹적이었다. 허나 이 작품은, 최소한 내 눈에 포와로의 추리쇼 및 거짓말 깨부수기는 주인공인 명탐정이 그렇다니까 그냥 그런가 보다~하고 받아들였을 뿐 솔직히 거의 없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고(원작도 익히 아는 입장으로서 이건 원작도 원래 그래~가 아니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영화상에서 추리와 관련된 부분은 죄다 툭툭휙휙 처리된다), 아니 애당초 감독이 추리 요소에는 그닥 관심이랄까 포인트를 안 둔 것으로 보였으며, 추리보다는 드라마, 드라마보다는 이 고전 명작의 진중함을 스크린 한가득 우아하게 수놓는 것에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바로 이 점 때문에 지루해할 관객은 엄청 지루해할 것 같고 실제로 같이 관람한 친구1은 초반부터 중반까지 졸음과 사투를 벌였다지만, 다행히 내 취향에는 이래저래 상당부분 들어맞은지라 제법 만족스럽게 상영관을 나설 수 있었다.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며 비극성이 폭발하는 클라이막스씬이 조금만 더 격정적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고, 런닝타임을 감안하더라도 드라마성이 조금만 더 촘촘하게 엮였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그래도 이만한 분위기의 품격이라면 겨울밤에 더할 나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