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442가 불가능했다는 이전의 저의 주장에 대해

 

이근호가 빠진 상태에서 442의 불가성을 얘기했습니다만 멕시코전과 독일전에서는 442가 사용되었습니다.

이전에 저는 이근호의 특징을 열거했습니다. 활동량, 오프 더 볼 , 전진능력 등입니다.

 

멕시코전과 독일전을 보고 여전히 이근호가 그 역할에는 최고의 선수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재성과 구자철 역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둘 다 활동량과 뛰어난 수비력을 보여주었습니다만, 이근호처럼 공이 자기에게 왔을 때 과감하게 전진하는 모습이나 쉐도우 스트라이커, 타겟 스트라이커,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리는 윙어 그리고 측면에서 중앙으로 짓쳐들어오는 윙어 전부를 다 소화할 수 있으며 그걸 잘 이용하는 이근호와 같은 공격적인 자질을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이렇게 이근호가 강력하게 앞선에서 활개를 칠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은 전진하는 것을 꺼리게 되고, 한국의 중원은 부담을 덜게 됩니다.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 없기 때문에 당시 선수진으로 이것을 구현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멕시코전에서 한국의 중원은 상당한 고통을 겪었고 수비라인과 큰 위치차이가 없을 정도로 움츠러들었습니다. 이재성의 경우 수비적인 도움을 많이 주었고, 예상치 못하게 문선민이 맹활약하면서 간신히 한국 중원이 산소호흡기를 달고 연명할 수 있었습니다.

 

독일전의 경우 442의 한 축을 구자철이 맡았습니다. 현재 폼이 과연 괜찮은지에 대해 많은 의문이 들었는데 이 친구의 활약에 대해서는 저도 다시 보지 않는 이상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건 기록도 그렇고 퍼진 것도 그렇고 많이 뛰면서 많이 막아준 것 같긴 합니다. 또 독일전에서는 절대 뺄 수 없는 멤버인 기성용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중원의 부담을 덜어줘야 할 필요성이 많이 사라지기도 했죠.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442는 못 쓸 전술이라 얘기했던 제 지난번 글이 틀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태용 감독이 잘 어레인지를 해서 442를 잘 써먹었습니다.

 

 

2. 여전한 손흥민의 장단점

 

스웨덴전 433에서 공격의 실패는 사실 영국 해설자가 지적했던 것처럼 지나치게 손흥민과 황희찬이 많은 거리를 달렸던 점에 있는 것 같습니다. 두 선수 다 공격수에 속하지 플레이메이킹이나 공격형 미드필더 같은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장거리 달리기 이후 빠르고 적절한 선택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김신욱의 경우 마치 소속팀 선배인 이동국과 같은 움직임을 보여줬는데, 이동국이니까 수비 뒤로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빠져서 1:1을 맞이한 이후 물회오리를 쏘는 것입니다. 김신욱이 달리지도 못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만 저는 그것보다는 뭐랄까 수비 뒷공간으로 들어가는 침투를 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것은 누가 봐도 실패였고, 차라리 중앙 수비수와 딱 붙어서 다른 선수들에게 조금이라도 공간을 주는 편이 좋았겠죠.

 

그리고 다른 미드필더들, 특히 마무리를 지어줘야 할 구자철의 침투가 늦었기 때문에 더더군다나 손흥민과 황희찬은 축구로 치면 긴 거리를 달린 이후 마무리를 짓기 어려웠고 결과는 유효 슈팅 0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멕시코전과 독일전에서는 손흥민을 가장 앞쪽에 서 있는 멤버로 기용하면서 손흥민의 슈팅 기회가 많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슈팅 기회가 늘었던 것과 별개로 여전히 손흥민은 타겟 스트라이커로서는 힘든 모습을 많이 보여줬습니다. 공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다른 선수들에게 나눠주는 모습은 거의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대신 뛰어난 개인돌파능력과 그 이후 슈팅력을 과시했습니다.

 

이런 극단적인 장단점의 공존 때문에 앞으로도 여전히 손흥민은 써먹기 어려운 선수가 될 겁니다. 위치선정을 이상하게 하는 문제도 여전히 상당히 높은 빈도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물론 요번 월드컵은 대단히 잘 했습니다. 하지만 다가오는 아시안컵에서 다른 아시아팀들이 공간을 잠가버리면 과연 어떠한 모습을 보일지? 시일이 촉박한 만큼 적어도 다음 아시안컵까지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3. 이승우

 

거의 언론과 네티즌들에게 있어서는 신드롬적인 국뽕의 대상입니다. 실력적으로는 왕년의 최읍읍이나 최태욱이 낫습니다.

하지만 가장 돋보였던 점은 역시 비범한 멘탈입니다. 황희찬처럼 지나친 분노나 폭력성으로 인해 경기에 이상한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닙니다. 현시점에서 정신적으로 가장 겁없고 활기찬 멤버라는 점은 맞는 것 같습니다. 기술도 좋은 편에 속하고요.

 

4. 이용

 

풀백이 없다 없다 하던데 이용이 현 세대 최고의 오른쪽 풀백임을 증명한 대회라고 생각합니다. 덩치도 크고 열심히 뛰고.

 

5. 장현수

 

어쨌거나 가진 능력을 보면 안 쓰기 아까운 게 맞습니다. 이 포지션에서 이 정도 탈압박, 드리블 전진, 패스능력을 가진 선수는 사실 한국에 없습니다. 큰 실수를 해서 그렇지 평소에 보여주는 수비능력도 국가대표로 합격점이고요. 그런데 이렇게 매경기 큰 실수를 반복하니 수비형 미드필더로 쓰거나 수비형 미드필더로 쓰거나 전술 변화로 후반에 잠깐 중앙수비수로 내리는 정도가 맞지 않겠나 합니다. 수미로서는 많이 뛰기도 하던데.

 

6. 김영권

 

XX야 나이가 29이고 국대를 5감독 재임기간 동안 50경기 넘게 뛰었는데 얼마나 그 동안 그지같은 정신머리로 뛰었으면...

 

7. 김민우, 홍철.

 

사실 김진수 박주호에 이은 국대 3, 4옵션 레프트백들이고 김이나 박과는 달리 다른 케이리그 수위권 풀백들이랑 큰 차이가 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능력을 생각하면 다들 열심히 했습니다.

 

8. 윤영선

 

한 시즌에 3팀에 속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이적 불가 판정. 상무 - 성남에서 강원으로 이적하면 3팀이 되기 때문. 협회가 성남에서 강원으로의 이적을 회의 후 확답해 주겠다고 했으나 감감무소식. 아마 월드컵 명단에 포함되어서 그런 거 같은데, 오반석이나 정승현처럼 경기에 못 나왔으면 이전에 결정했던 대로 흘러갔겠으나 독일전 대활약. 과연 윤영선의 운명은? 돈은 이미 입금된 상태.

 

9. 정우영

 

기성용보다 좀 후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30. 적당히 임팩트를 남기고 국대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시안컵까지는 뛰겠지만.

 

10. 이재성, 문선민

이재성 : 매우 잘함. 문선민 : 잘함. 관제탑을 보고 싶었는데...

 

11. 황희찬

예상보다 매우 못했습니다. 월드컵 무대에 대한 정신적인 압박감이 대단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실력적인 한계일 수도 있고요.

 

12. 선수선발

중앙수비수인 정승현과 오반석 그리고 예비 골키퍼들을 제외하면 모든 선수가 다 뛰었습니다. 전술병자인 신태용의 진면모를 재발견할 수 있는 재료입니다. 하지만 대회 전에 내심 아니 왜 이렇게 뽑았지? 하고 씹었던 제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13. 아니 스웨덴전, 멕시코전을 이렇게 하지!!!

 

이 이야기는 다 써놓고 지울까 말까 했는데....

 

어쨌거나 왜 스웨덴전도 이렇게 못했냐 이런 이야기는 심지어 해설자인 안정환도 하던데 극단적으로 얘기해서 알 만한 사람까지 왜 저러는지 싶은 발언입니다.

안정환이야 좀 완전 승부욕 불타는 아저씨 스타일인데다가 국대만 되면 감정적인 것도 있고, 특히 해설을 들어보면 축구관 자체가 공격적인 판타지스타 스타일이라서 뭐 이해는 합니다. 평소에도 제 입장에서는 안정환 위원은 아니??? 공격 축구 미치는구만 싶은 발언을 여러 차례 했습니다.

안정환은 본인이 감독할 마음이 다분한 것처럼 얘기하던데 빨리 감독 특히 국대 감독을 맡아봐서 피똥을 싸야 저딴 헛소리를 안 할텐데.... 싶은 게 제 생각입니다.

신태용도 청대에서 모험적이고 공격적인 전술을 시험하다 수 차례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사람이 쪼그라든 바 있습니다. 공격적인 전술을 사용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물론 저런 생각을 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며, 저 역시도 저런 아까운 감정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좀 생각해 보니 역시 스웨덴전은 왜 그렇게 못했냐라고 하는 것은 좀 지나친 말이구나 하고 저는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굳이 축구라는 경기가 아니라 하더라도 조금만 잘 생각해 보면 이상한 얘기일 수 있다는 것은 충분합니다. 동일한 팀, 동일한 선수라 하더라도 상대가 달라지면 대책도 달라져야 합니다. 물론 하나의 전술에 대해 집중도를 높인다는 것도 좋은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고 여러 전술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그것 역시 충분히 이해받을 만한 일입니다. 서로 다른 전술 각각에 충분한 주의와 판단력이 들어갔다면 말입니다.

 

게다가 모든 스포츠가 그렇지만, 특히 실시간으로 모든 선수가 참여하는 유기적인 스포츠인 축구에서 동일한 전술을 들고 덤빈다고 해서 다른 팀에게 동일한 양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상한 얘기 아니겠습니까? 만약 그런 주장을 하고 싶다면 당시 스웨덴의 전략전술과 우리가 스웨덴전 이후 펼쳤던 모습을 바탕으로 요모조모 비교 분석하는 과정이 당연히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이 전혀 없이 단순히 우리가 잘했으니까 스웨덴전도 잘할 것이다? 똑같은 전술 아무렇게나 들고 가서 모든 팀을 무찌르는 건 바르셀로나나 레알 마드리드 아닙니까? 심지어 하인케스의 바이에른 뮌헨은 비교적 전술을 잘 바꾸는 편인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우리가 동일한 전술로 월드컵 진출한 모든 팀들에게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상한 일입니다. 그 결과라는 것이 승점이 아니라 단순히 경기력적인 면에서의 만족스러움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멕시코전은 그렇다 치더라도 스웨덴전을 엇비슷한 전술로 치렀을 때 잘 해냈을 것이라는 건 너무나도 낙관론적인 가정입니다. 우리 선수들이 잘 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니까, 이렇게 잘 할 수 있으니까, 스웨덴전이 아까웠으니까?

 

월드컵 직전에 치렀던 평가전들을 돌이켜보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한국으로 월드컵 진출이 좌절된 온두라스를 불러서 1승을 거뒀습니다. 그리고 보스니아에게는 동일한 패턴으로 해트트릭을 당하며 3:1로 패배했습니다. 유럽으로 날아가서는 저조한 경기력으로 볼리비아와 비겼고, 세네갈과 치른 비공식 평가전에는 패배를 당했습니다.

 

그렇다고 평가전 4전 1승 1무 2패가 기대치와 다른 졸전이었는가? 기대치 면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나락에 처박히던 시점에서 간신히 월드컵 진출에 성공했고, 그 이후 어느 정도 팀을 추슬렀지만 부상 사태가 대량으로 발생하면서 플랜 A는 물론 전력 자체가 추락해버렸으니까요. 모두들 못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즉 미래의 상황에서 뒤를 돌아보면서 스웨덴전도 잘 했을 거야! 라고 주장하는 것이 한 손에 있다고 합시다. 그러면 당연히 다른 손에는 과거의 상황에서 앞을 내다보면서 스웨덴전도 당연히 폭망했을 거야! 라고 주장하는 것이 다른 손에 있어야 합니다. 이 두 가지 주장에 있어서 우열을 가리는 것, 서로가 자신의 설득력이 더 강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스웨덴전도 이렇게 하지! 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과 같은 강한 설득력은 없습니다.

 

단지 제가 보기에는 일시적인 기억상실능력, 혹은 음 저 사람은 마치 컴퓨터의 램 껐다 키면 기억이 사라지듯이 경기가 몇 경기 쌓이면 이제 그 경기에 관한 기억이 사라지는가 보군, 하는 정도의 인상으로 남아 있네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미래에서 뒤를 돌아보는 것이 생각보다 무의미하다는 점. 그리고 설령 독일전이 스웨덴전보다 시간적으로 앞섰다고 해도 마찬가지로, 독일전과 동일한 양상이 스웨덴전에서도 발생할 것이라는 가정 역시 무의미하다는 점입니다. 제대로 우리나라 전술이 과연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독일과 스웨덴 선수들은 각각 어떻게 달랐고 그들의 전술은 어떠했기에 어떤 차이가 발생했을지에 관해 이것저것 비교분석하는 것이 따라오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슈틸리케가 그래도 말은 옳은 얘기는 여러 차례 했는데 전반적으로 축구적인 식견이 더 올라가고 축구를 평소에도 좀 더 가까이 보고 느껴야 국대가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굳이 축구를 많이 봐야 할 필요는 당연히 없겠습니다. LCK가 훨씬 수준이 높고 경이로울 뿐만 아니라 동일한 한국산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국대를 질타하면서 수준 낮은 악플을 달거나 계란을 던지는 사람들은 그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LCK가 그러건저러건 간에... 저는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관점에서, 절대 동일한 양상이 동일하게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선호 면에 있어서 미래에서 뒤를 돌아보는 것보다 과거에서 앞을 바라보는 것을 이번에 선택하고 싶습니다.

 

선수단 전체로 평가하면 3경기 다 포함해서 잘 했고 열심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장현수를 빼고 윤영선을 넣었으면 진출 이런 얘기도 웃기고요. 왜 야구에서는 가정 들어가면 다 우승이라는 말도 있다면서요. 윤영선이 들어갔을 경우 어디서 어떤 붕괴가 발생했을지 어떻게 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