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으음..."



가을.
가을은 전조다.
혹독한 겨울이 오리라는 전조.
따스한 봄날의 끝이 머잖았다는 징조.
이 처럼 겨울도 지나가리란 전조.
봄도, 겨울도 아닌 계절.
사람의 마음이 가장 많이 죽어가는 계절이다.
가을은 무덤.
마음의 무덤이다.



"으으으음..."



마음이 죽어갈 때,
죽지 않는 것이 있다.
다 스러져 사라진 벌판에,
제 존재를 드러내는 이들이 있다.



"으으윽..."



바로.



"너란다, 아이야."
"......?"



아이들이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젠장, 젠장...!"



유니는 다급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뛰쳐나갔다.
한참을 달리고 달려도 보이질 않는다.
보여야 할, 제 눈에 들어와야 할 사람이.

이미 제 가슴 속 깊이 파고들어, 빼낼 수도 없는 그 사람이.



"하악...! 하악...!"



그 사람과 함께 걷던 거리다.
그 사람과 함께 놀던 공터다.
그 사람과 주린 배를 채우던 분식집이었고,
그 사람과 짬짬이 공부하러 들렀던 도서관이다.

거리 곳곳에는, 아직 그 사람의 시간이 남아있다.
그 추억이, 과거가, 미래조차도 모두.
그 사람의 흔적만이 곳곳에 얼룩지듯 남아있다.
이제는 아련하고 아득한, 그런 추억이 되어버린 미소들이.

더는 미소를 짓지 못하는,
미소를 잃어버린 그 사람의 과거다.
거리는 그 사람의 미소들로 가득차 있다.



"하악...! 허억, 훕...!"




그 사람과 함께 걷던 모든 곳을 찾았다.
그러나 그 사람은 없었다.
그 모든 흔적 위에서, 당신만을 찾고 있는데.
그 사람은 없었다.



"하악...후욱...! 훅, 흐으..."



눈이 내린다.

내릴리 없는 가을에, 가을비가, 그 빗방울 하나하나가 눈송이가 되어 내린다.
내릴리 없던 가울눈이, 가을에 피어오른 함박눈이 내리고 있다.
첫눈이었다.



"흐으윽...! 흐우웁...!"



눈을 그 피부로 맞이하는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에게 있어 이 눈은 첫눈이었다.
첫눈임에 한치 틀림이 없었다.
그녀가 맞이했던 그 어느 눈도, 그것이 심장에 자리하진 않았으니까.

눈이 소복히 내린다.
아직 이른 가을비가, 차디찬 가을비가 더욱 찬 눈송이를 틔워,
더욱 차디찬 눈꽃 다발을 피워올린다.
그 꽃잎의 종착역은 그녀의 심장이다.

심장은 소복히 쌓인 눈꽃들로 하여금, 얼어붙는다.




"흐으윽...흐그윽...! 흑..."



쿵.쿵.

이 소리는 맥박이 아니다.
다만 나의 심장에 내리쳐진 얼음의 소리이다.
얼어붙은 눈꽃들이, 얼어붙은 시간들이 돌이되어 꽂혀나간다.
무지한 아이가 제 손에 잡혀 뜯겨나가는 잠자리의 고통을 모르듯이, 알 수 없듯이.
그 사람 또한 모르리라.
내가 제 때문에 이리 마음고생 하는 줄은 모르리라.



"흐으윽..."



서러움에 눈물이 두 눈에 차오른다.
결국,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었던 모양이라고,
이렇게 사라져서, 제게 그 모습조차 보이기 싫었던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남겨진 이들의 고통을, 그 사람이 모를 리가 없으니까.
그러니까 이건, 그저 제가 싫은 까닭만은 아닐거라고, 그리 위안했다.
그저 제가 아무것도 아니기에 이런것이라고.
그뿐이라고.



"----------&@₩%...-----"
"...?"



어디선가 알수 없는 소리가 들려옴에,
그녀는 발걸음을 옮겼다.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
이제는 그 사람이 어디 있을지 짐작도 못하기에,
몸이 멋대로 그 사람일까 싶어 앞서나간 것이다.



"......!"



보였다.
깊은 수심 속, 가라앉은 황금빛이.
찬란히도 아름다워, 눈이 부실정도로 아름다워
그녀를 홀리고 그녀의 시선을 앗아가던 황금빛이었다.
본디 볼 수 없을 만큼 깊은 수심이었으나, 그녀의 '눈'에는 보였다.

그녀는 망설이지 않았다.



- 풍덩.



"----%=&^%!!!!"



꼬르륵 거리며 빠져나온 공깃방울 소리가 요란하다.
전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괜찮다. 익숙하니까.
이 사람은 원체 남의 말을 듣질 않아서,
그래서 그토록 오랜 시간을 헤메었으니까.



"----%₩=&ㅅ...%₩&선...!!!"



사실상 고백이나 다름없는 말을 했었다.
좋아한다고, 처절하게도 그 심정을 담아내어 좋아한다 말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듯 싶다,



"----₩%&=^%&선...!배애...!"



이 사람은, 완벽하다는 말이 나올정도로 바보라서,
그래서 내 '좋아함'이, 당신의 '좋아함'과는 다르다고,
이건 연정(戀情)이라고.
그리 말하지 않고는 전해지질 않는다.



"------선....! 배애애....!!"



그러니까.
이번에는 확실하게 전해야지.
확실하게 닿아야지.
그리고 말해야지.




"---쿨럭, 쿨럭..."
"하아, 후우...선배애..."



얼어붙은 심장에, 온풍이 분다.
태풍처럼 휩쓸리는 나의 가슴 덕택에, 내려앉은 눈송이들 모두 나린다.
심장에 자리하던 눈꽃들은 다 시든지 오래.

얼어붙은 내 심장은, 녹아내린다.
오직 당신 때문에, 당신에 의해서만 얼어붙으되,
또한 당신에 의해서만 녹아내린다.
그러니까, 이번엔.



"흐...선배애...흐읍..."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당신을, 연모한다고.
그리 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