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남자는 방금 주운 단추를 잘 살펴보았다.
일반적인 단추와 달리 도청, 녹화, 녹음, 통신, 위치추적 등 여러가지 기능이 달린 특수제작된 오더메이드 단추이다.
단추 하단에 새겨진 드라이버와 맥가이버 나이프를 든 기계팔이 교차한 문양은 로이드의 성지라 불리는 한국 로이드 제7연구소의 마크이다.
그가 주로 찾아보는 곳이기도 했다.



"흐음..."



남자는 이내, 몸을 돌려 어딘가로 전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통화는 계속 지연되고, 이내 수신 불가 지역으로 수신 메세지가 바뀌며 전화는 끊겨버렸다.



"...저 경태입니다만...아?"



뒤늦게 수신 불가지역 메세지를 확인한 그는, 때늦은 탄성을 내지르며 이마를 쳤다.
그러더니 이내, 사라진 유니와 아담의 뒤를 쫒던 여성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뭐, 딱 봐도 정상적인 상황은 아닌 듯 싶으니까."



그러니 이건, 그저 자신의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것만은 아니라고,
그는 스스로 그렇게 되뇌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으윽..."



유니, 그녀는 어질거리는 머리를 흔들며 깨어났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건 분명 선배였을텐데.
한동안 익숙해져서 그런지, 본능적으로 눈앞에 시유의 얼굴이 그려진다.
그러나, 이내 허상은 흩어지고 짙게 가라앉은 현실이 그녀를 반긴다.



"선, 배애..."



시유의 찬란한 금발도,
귀엽게 웨이브진 곱슬머리도 아닌,
칙칙하고 어두운 색의 흑발.
여명이 지기 직전 져버린 음영처럼 어두운 얼굴.

아담이다.
그가 유니의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리며 물었다.



"선배라...그건."



콰악ㅡ
이내, 유니의 볼을 세게 쥐고 강제로 얼굴 앞까지 끌어온다.
광가로 점칠된 눈으로 그는 묻는다.



"...누굴 말하는 거야?"



나를 부른 것이냐.
아니면, 그 여자인가.
또 그 여자인가.
내게서 널 앗아간, 아니 채 전하지도 못한 이 마음마저 짓밟은.
그 여자인가.



"으으윽...!"
"대답해."



아직 네게 전하지 못했다.
내가 널 얼마나.
얼마나.
얼마나 연모하는지.
차마 사랑이란 두 글자를 연상시키지 못할 정도로, 머리에 열이올라,
날 미치게 하는 게 누군지.
네게 전하지 못했다.

아직, 아직 채 피지도 못한 
연정(戀情)이란 이름의 꽃잎이.
져 간다.
하늘 하늘 떨어지며
제가 다 져간다고.
제는 져가는 중이라고.
그리 알린다.
차마 그걸 두고보지 못해 붙잡는다.



"가지, 말라고..."
"크읍, 크으읍..."
"대답해, 떠나지 않겠다고...약속해...!"



물 처럼 손가락 사이사이로
붙잡지도 못하게 흘러만 가는 꽃잎을
그 추억을 붙잡는다.
아니, 붙잡으려 애쓰고 있을 뿐이다.



"대답...약속...약속하란 말이다...!"
"쿨럭, 미, 미친놈."



빠악!

강렬한 충격이 아담, 그의 머리를 뒤흔든다.
이에 뒤에서 숨어 지켜보던 백색 가운복장의 여성도 당황한다.



"뭔, 미친...!"



본래, 로이드들은 신체능력이 워낙 우수하여 무술을 배울 필요가 없다.
아니, 배우지 못하게한다.
그들이 실전, 혹은 군용살상무술이라도 배우는 날엔 세상이 뒤집어질 수도 있으니까.
군용 안드로이드가 아닌이상, 어지간 해선 무술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럼 , 방금.
그녀의 저 아름답고도 군더더기 없는 킥은 무어란 말인가.



"저, 정체가 뭐야...?"
"나? 보컬로이드."
"...!"



이내, 그 여자또한 유니에게 뒷목을 수도로 맞고 쓰러진다.
로이드는 단순한 기계가 아닌, 기계가 접목된 인공생명체다.
살과 피로 이루어져 있는 존재다.
엄연히 "생명체"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운복장의 그녀, 한수영이 당황한 것엔 이유가 있다.



'해킹이 안먹혔는데...!'



구세대 로이드들은 대부분 살상목적이거나 아니라해도 뇌에 칩을 끼워 제어하기 쉽게 하여 통제했었다.
최근에 태어난 신세대 로이드들은 신체능력이야 줄어들겠지만, 대신 칩을 끼우지는 않아 행동을 강제하지 못한다.
이는 로이드가 엄연히 피와 살로 이루어진 존재이고 자아가 있으며 감정을 느끼는 인격체인데,
그런 인격체를 억압해선 안된다는 인권단체들에 주장에 의해 생긴 일이다.

즉, 신세대 로이드들은 구세대보다 신체능력이 현격히 떨어져서,
무슨 수를 써도 구세대를 신세대가 제압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거기에 아무리 신세대라도 창조주의 실수로 탄생한 "실패작"을 제외하면 신체능력이 트럭 쯤은 가볍게 들 정도인지라,
살상무술은 커녕 일반 태권도 도장도 들어가지 못하는 편이다.
그런데, 저건 대체.



"너, 정체가 뭐..."
"그냥 한번에 기절하시지 그랬어요."
 


퍼억ㅡ!

다시 내리쳐진 깔끔하기 그지없는 실전적인 수도에,
이번에야말로 수영은 기절하고 만다.
그런 그녀를 싸늘한 눈빛으로 내려다 보던 유니는 이내 아담에게 그 시선을 돌린다.



"...선배는, 나중에 얘기해요. 지금은 시유 선배 찾는게 더 급하니까."



그렇게 기절한 두 사람을 내버려 두고 유니는 다급히 시유를 찾아 나섰다.
그런 현장에 잠시 후 한 남성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건 또 뭔 개판이냐."



한국 로이드 제7연구소의 연구소장, 박경태였다.
그는 손에 든 단추를 위로 튕겨올렸다 잡아채길 반복하며 머리를 비우다가 한수영을 발견하곤 눈을 동그랗게 떴다.



"...쟤가 왜 여깄어? 아니 왜 여기서 자고 있는거야?"



그리고 그의 눈에, 더 이상 '살아있는' 형태라 볼 수 없는,
어느 안쓰러운 구세대 로이드가 들어온다.



"...아담이잖아? 쟤 죽었는데...?"



죽었으면 제 무덤에나 있을 것이지, 왜 나온 걸까?
반쯤 투명하게 보이는 유령과도 같은 상태의 아담을 보며, 경태는 한숨을 내쉬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곰곰히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현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노력하던 경태는,
이내 다시 단추를 튕기며 머리를 비우기 시작했다.
이런 미친 상황을 그의 연약한 멘탈은 버티지 못했다.
그는 머리를 비우고 가만히 단추를 튕기다가 내뱉었다.




"...아, 구급차."



119를 누르려던 그의 손이 멈칫한다.



"...근데 여기 수신 불가지역 아니었나."



왜 도심 한복판이 수신 불가지역으로 변해있는것일까.
한수영, 그녀의 짓이겠지. 그러면...



"...경찰을 불러야 되나."



이 상황에서 먼저 불러야 할건 뭘까.



"...일단 구급차부터 부르지 뭐."



그는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MS워드 등의 원고 파일에서 붙여넣으실 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