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남 시점]

 

어딘가 음산해 보이는 방.

아무도 이곳에 발을 들이지 않는다.

그때 누군가 침대에서 굴러떨어진다.

그의 발밑에서 굴러다니는 뇌 모형은 꿈에 나올 듯 섬뜩한 모양이다.

그때 이 암울한 정적을 깨고 누군가가 방문을 열었다.

 

"이 자식아! 당장 일어나지 못하겠느냐! 이게 사람사는 집이냐, 돼지우리냐?"

 

어머니의 호통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었던 소년은 거의 본능적으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때 소년은 엄청나게 빠른 무언가가 자신의 머리 옆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정신을 차려보니 파리채가 벽에 박혀있었다. 조금만 늦게 일어났더라면 파리채가 아닌 소년이 벽에 박혀 있었을 것이다.

어머니는 다시 소년을 향해 파리채를 장전하시다가, 부엌에서 생선이 말라 비틀어져가는 소리를 듣고는 멈칫했다.

그러고는 이런 구제불능의 문제아를 상대하느니 얼른 가서 생선느님을 살려내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는지,

파리채를 내려놓았다.

 

소년은 속으로 안심해했다.

만약에 이 파리채마저도 부숴져버리면 그의 어머니가 또 다시 파리채를 박스채로 구입해서 오로지 소년을 위한 군대를 육성해 낼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는 한 두달 동안은 악몽과도 같은 나날을 보내야 했다.

 

어머니가 생선느님을 살리러 부엌으로 내려가자, 소년은 재빨리 책을 넣고 가방을 쌌다. 학교에 갈 준비가 거의 끝날 때 쯤,

다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정남! 손 똑바로 들지 못해!"

 

소년은 주눅든 채 손을 들고 무릎을 꿇었다. 빗었는데도 붕 떠있는 떡진 머리에 큰키, 그리고 훤칠한 얼굴의 이 훈남은 정남이었다.

백정남. 그는 자신의 부모님은 참으로 별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름을 이렇게 별나게 지은 이유가, 용한 무당이 그 이름이 아니면 안된다고 했다는 것이다.

교회를 다니시는 분들이 돌잡이 때 잠깐 들른 무당의 말 한 마디에 자식의 이름을 바꾸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어의가 없었다.

 

"자! 밥먹어라!"

 

아침은 결국 바삭함이 극치에 다다른 검은 생선으로 때우게 되었다.

자칭 '만능힐러'인 어머니도 이번엔 어쩔 수 없었나 보다.

생선느님을 살려내지 못한 어머님의 분노는 상당히 컸다. 

그는 만능힐러가 역회복을 시킬까봐 힐끔힐끔 눈치를 보며 생선을 억지로 집어삼켰다.

그리고 집을 나오자마자 그는 가장 가까운 하수구를 찾아 토하기 시작했다.

 

"우웩!우웁, 욱......!"

 

'탄 건 탄대로 탔지, 간은 조절이 안되서 짜지, 비린건 비릴대로 비리지...

 이건...... 사람이 먹을게 아냐......'

 

그렇게 그는 한 삼십분 정도를 더 토하고는 편의점에서 라면으로 배를 채웠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나자 그의 얼굴은 약간 혈색이 돌아왔다.

 

                                

                                                                                                               [프롤로그 종료]

                                                                                                                                                                 작가본명:김환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