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야의 설화

- 1. 별들의 탄생 -

자아가 있으면 항상 무언가 특별한 일을 하게끔 마련이다.
옛날, 별들은 태어나고 그들은 곧 자아를 지녔다.
하지만 그들이 바로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는 않았다. 그저 오랜시간을 지닐 뿐이였다.

시간은 그저 무의미한 개념일 뿐이었다.
그들은 얘기를 하였고, 때로는 생각을 전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무언가를 하지는 않았다.

어느날 한 별은 특별한 일을 벌이고 싶어했고 또 보고싶어 했다. 
그는 자신의 소중한 생각을 자신의 일부에 담아 다른 별에게 던져버렸다.

그녀는 그것과 부딪쳤다. 그런 일은 새로웠기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몸에 무언가 새로운 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고 그녀는 곧 자신의 몸이 근질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신경쓰지 않고 또 그대로 시간이 지나갔다. 
시간이 지나자 그녀는 점점 자신의 몸에 근질거리는 것들이 
더 크게 움직인다는 것을 알고 다른 별들에게 봐주기를 청했다. 
다른 별들은 그녀의 몸을 보고 무언가 새로운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음을 알아차렸다.

그녀의 몸에는 다른 별들에게는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흔히 별들이 뿜어내는 생각도 아니었고 또 흔히 하던 이야기들도 아니었다.
그것들은 불규칙하면서도 뭔가 정형화된 규칙이 있어 보였고 또 자신들과도 비슷해 보였지만 별은 아니었다.
별들은 그것들을 신기해하였고 그것들을 보려고 했다.
그들은 빛을 내며 그 작은것들이 자신들을 보게끔 하려 했다.
한 별은 그것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해주기도 했고 다른 별은 그것들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관찰하기도 했다.
그녀는 자신의 몸에 무언가 새로운 일이 일어났음을 알고 자신에게 무언가를 던진 별에게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그는 자신의 생각과 몸을 던졌다고 하였다.
그는 자신이 어떤 큰 일을 벌여보고 싶어했다고 말하면서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던지며 이러한 일을 벌인 그를 이해하지 못하였다.
그녀는 자신의 몸에 있는 것들을 다시 데리고 갈것을 그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것들을 해치지 말아달라면서 잘 데리고 있어달라고 하고는 가버렸다.
그녀는 화를 내었고 그것은 곧 그녀의 몸에 있는 것들의 지속력을 없애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의 원래 형태, 그의 원래 생각과 몸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들을 온몸에 퍼뜨려 갔다.
그녀는 그것들을 없애려고 하자 한 별이 그녀를 만류하며 그것들을 조금만 연구할 시간을 달라고 하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연구하는 별은 그녀에게 제안을 했다. 이 일은 자신이 수많이 연구해온 것들보다 더 흥미로운 일이며 자신은 그것들이 계속 존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그들을 연구하고 그것들이 그녀를 덜 괴롭히게끔 도와주겠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생각과 지식을 그녀에게 나눠주겠다고 하였다.

그녀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것이 최초의 창조였다.

그녀는 자신의 몸의 있는것들을 처음엔 별로 맘에 들어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들에게 자신의 몸을 내어주고 그들을 보살피었다.
그들은 그녀를 어머니라 부르며 찬양하였다.
그녀는 그들이 자신을 찬양하는 것을 마음에 들어했고 그들이 편안히 살수있도록 자신의 몸을 바꿔가기 시작하였다.
우선 그녀는 자신의 몸에 살고있는 자들을 위하여 풍부한 힘의 원천을 나누어 주고 사용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아름다운 푸른빛 머릿결에 자신들의 존재를 유지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별들이 뿜어내는 빛에서 지식을 얻는 법도 알려주었다.

그 존재들은 '생명'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생명들은 자신들의 생각과 몸을 번영하며 더더욱 자신들을 넓혀갔다. 
그들은 그렇게 문화를 만들며 노래를 부르고 자신들의 어머니 품안에서 자라나기 시작하였다.

- 2. 자야 -

'실라'는 번영하고 아름답고 볼것이 많은 왕국이다. 온갖 외국 상인들은 실라의 서울 '서라'에서 아름다운 귀금속과 보석들을 교환하고 비단들을 사갔다. 

서라의 바깥에 '두메'란 작은 마을이 하나 있는데 그곳에 한 '자야'라는 이름의 한 아가씨가 살고 있었다. 
자야의 아버지는 전쟁에 나가 돌아가시고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를 혼자 애지중지 키우다 돌아가셨다. 
하지만 슬픈 과거는 그녀를 오랫동안 붙잡지는 않았다. 그녀는 그 어떤 장정들보다도 힘이 세고 
용모는 그 어떤 여자들보다도 단아하고 아름다웠으며 그 어떤 사람들보다도 지혜롭고 똑똑했다. 
그녀는 낮에는 농사를 짓고 사냥을 했으며 밤에는 책을 읽으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자야는 올해로 17살이었다. 그녀는 동네 아이들에겐 우상이자 자상한 언니이고 누나였으며 마을 사람들에게는 마음씨 좋은 이웃이었다.
그녀는 마을사람들이 곤경에 처하면 자주 도와주곤 했으며 동네 아이들과 자주 놀기도 하였다.

어떤 날은 그녀가 길을 걷고 있었는데 농부들이 힘껏 소리치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가 자세히 보니 소 한마리가 진흙속에 빠져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농부들은 힘을 내어 그 소를 빼낼려고 하였지만 오히려 더 깊숙히 들어갈 뿐이었다. 

"제가 한번 해볼께요." 자야는 이렇게 말하면서 농부들을 지나 소한테 가까이 다가갔다.
농부들은 자야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가 길을 지나가게 비켜주었다.
자야는 소의 얼굴을 한번 쳐다보고는 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소는 안절부절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소의 다리쪽을 쳐다보고는 소의 다리를 움켜잡았다. 그 다음에 힘을 주어 소의 다리를 들었다.

소의 다리가 진흙에서 떨어지더니 다른 한쪽 다리도 땅에서 떨어졌다. 소의 두 뒷다리만이 땅에 닿아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소의 다리를 땅쪽으로 끌고가서 내려놓았다. 소는 안심이 됬다는 듯 '움메' 하고 한번 울었다.
농부들은 새삼스럽지만 그녀의 능력에 다시 한번 놀랐다. 농부들은 자야에게 고마움을 표시하였다.

자야에게 있어 소를 드는 것은 별로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이런 놀랄만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자야가 힘을 쓰는 것과 남자같이 구는 것을 좋아하는건 아니었지만 그녀를 별로 나무라지는 않았었다.
자야는 여자였지만 행동은 남자같았다. 여자처럼 화장하는 것보단 사냥하는 것을 좋아했고, 거울을 보는것보다 힘을 쓰고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그녀는 조신하게 행동하는 것보단 무언가를 탐구하며 지식을 갈구하는 일, 흔히 공부라고 하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혼자 사는 여인이 홀로 공부를 하기에는 이 곳은 너무나도 각박하였다.
그나마 그녀는 가진 능력이 대단하여 책을 보진 못 했어도 글을 읽고 쓰는 방법을 알았다. 
단지 동네 서당의 훈장님이 책 읽는 소리와 붓으로 글 쓰는 모습만 보고도 그 글의 뜻과 이치를 깨달을 수 있던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자야의 훌륭한 능력을 부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론 자야를 안타까워 하였다.
"자야가 남자였다면 훌륭한 장군이 되었을거야.", "아니야, 자야는 대학자 감일 거지, 암."
이런 칭찬은 자야를 들뜨게 하였지만 이내 곧 자신이 여자로 태어난 처지를 깨닫고 기분을 가라앉혔다.
'내가 남자였다면 물론 무엇이든지 할 수 있었겠지. 하지만 난 여자인걸.'
그녀는 대단한 사람이 되고싶은 게 아니었다. 단지 무언가를 하고 싶을 뿐이었다.
그러나 단순히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하고 싶은 걸 못하는 것은 무언가 불합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그녀는 밤이면 홀로 글을 쓰는 연습을 하였다.
이미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깨우친 자야지만 지식에 대한 갈망을 멈출 수가 없었다.
책을 얻는다면 공부를 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책을 사는데에는 돈이 필요했다.
두메에서는 돈을 사용하지 않았다.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서로 물물교환을 하거나 품앗이를 해줄 뿐이었다.
그녀는 힘이 세었기에 식량이 넉넉하여 굶지는 않았지만 돈을 받고 팔만한 물건은 있지 않았다.
그 갈망을 채우지 못 한채 자야는 그렇게 밤을 보냈다.

어느날 그녀는 한 무리의 군사들이 마을에 방을 붙이고 가는 것을 보았다.
사람들은 그 글의 뜻을 알지 못하여 그저 무슨 일인가 하고 글을 아는 사람이 나타나기 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야는 대번에 방의 내용을 알 수 있었다. 나라에서 학자를 구한다는 내용이었다.
방을 보던 사람들은 그녀를 보자마자 모여들어 그녀에게 글의 내용을 물었다.

"나라에서 학자를 구한대요." 그녀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아니 이 촌구석에 무슨 학자가 있다고?" "내 말이. 대체 이 곳까지 와서 학자를 찾는 이유가 뭐야?"
하지만 이 소란은 더 큰 소란에 의해 묻혀버렸다. 마을의 훈장을 군사들이 끌고 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놀라 군사들에게 따졌지만 군사들은 무기를 들어 사람들을 위협하였다.
"이 이상 방해했다간 죽을 줄 아시오. 알겠소?"
사람들은 무기에 겁을 먹고 물러났다. 군사들은 훈장을 호송하여 마을 밖을 물러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야는 두려움보단 오히려 궁금증이 생겼다. 왜 이런 구석진 곳까지 와서 학자들을 데려가려고 하는 것인가? 그 궁금증은 곧 자야가 군사들을 몰래 뒤쫒는 이유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