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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음...?"

 

 

 

가온은 눈을 떴다.

가온이 아직 잠에 취해 몽롱한 정신을 가다듬고 주위를 둘러보니, 언제나 보던 그의 방이었다.

 

 

 

"역시, 꿈이었나..."

 

 

그러나 곧장 그의 말을 부정하기라도 하듯이, 그의 손에서 붉은 피가 투두둑, 떨어져내렸다.

그의 옷은 갈아입혀져 있었으나, 아직도 구석구석에는 피가 묻어있어, 그날의 일이 현실이었음을 일깨워주고 있었다.

그는 잠시 손에 힘을 모아보였다.

그의 손에서 에너지가 빗발쳤다.

아직 많이 써보지 않아서 그런것인지, 에너지가 상당히 희미하고 약했다.

그는 이번에는 자신의 동맥에 힘을 집중시켰다.

그러자 그의 동맥에서 피가 흘러나오며, 그 피가 그의 의지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형되었다.

에너지라는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개념보다는 피라는 확실한 매개체가 훨씬 다루기 쉬운듯 했다.

이젠 그도 마법과 판타지 같은 것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였다.

 

 

 

"쨍그랑!"

 

 

 

무언가 크게 깨지는 소리와 함께 유리 파편이 그의 팔에 날아와 박혔다.

그 따끔한 감촉에, 그는 파편을 뽑고 문가를 바라보았다.

그의 어머니가 그를 바라보며 경악하고 있었다.

아까의 깨지는 소리는 그의 어머니가 놀라서 손에 든 쟁반을 떨어트려 난 듯 했다.

이내 그의 어머니가 비명을 지르며 달려나갔다.

 

 

 

"여, 여보오! 얘가, 얘가 일어났는데, 팔뚝에서, 막 피, 피가...피가 하늘을 날아다니고오, 끝부분이 화살인 밧줄처럼 되고오,  막, 피를, 피르으을....!"

 

 

 

그는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자각하고는 "아차" 하는 작은 탄식을 내지르며, 피를 원래대로 몸에 돌려보냈다.

안그래도 자신의 피를 이용하여 능력을 쓰는것은, 빈혈이 오기에 그도 장기간 유지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가 이곳에 있는것은 아마 그가 피투성이로 쓰러져있는것을 본 그의 부모님이 그를 데려온 것일 터인데, 깨어나자마자 아들이 오컬트적인 무언가를 일으키고 있다면, 안놀랄 수가 없을 것이다.

그가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이번에는 아버지가 그를 보고는 짧게 "으아악!"이라고 소리지르고는 어머니와 함께 부엌으로 도망쳤다.

 

 

 

 

"저기..."

 

 

 

그가 부엌에 있는 부모님을 향해 입을열자, 그의 머리 바로 옆쪽 벽에 식칼이 날아와 꽂혔다.

그는 바보같이 "에...?" 하는 신음을 흘리고는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멍하니 서있었다.

이윽고 다른 식칼이 날아와 그의 왼쪽 허벅지에 꽂히자, 그 강렬한 충격에 그는 정신을 차리고 신음을 내뱉었다.

 

 

 

"크으으윽! 대, 대체 왜 그러시는...?"

 

 

 

그는 절망적인 얼굴로 그의 부모님을 바라보았다.

자식이 아무리 오컬트적 능력을 지녔든, 귀신에 씌었든, 보통 이렇게까지 공격적으로 나오지는 않지 않나? 하는 생각때문이었다.

그때, 그런 생각을 부정하기라도 하듯, 그의 부모님이 그를 향해 소리쳤다.

 

 

 

"저, 저리 꺼지지 못해, 이 악마자식!!! 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토록 널 소중히 생각해주던 소꿉친구를, 가, 강간하고, 죽인뒤, 그 시체를 훼손시키다니...! 게다가, 그, 그 시체의 이상한 흔적은 인간이 할 수  있는게 아니랬어!!! 게다가, 너, 너, 그 이상한 능력은...! 아까, 그, 피는...대체 뭐냐, 이자식!"

 

 

 

그는 머릿속이 텅 빈 느낌이었다.

머릿속이 정리가 되지 않았다.

그가 겨울을 강간했다고. 그가 겨울을 죽였다고. 그가 겨울의 시체를 유기했다고. 

이게 무슨 헛소리지.

아, 그렇게 착각할 만 했다.

실제로 그 남성은 겨울을 강간하려 했던 것 같았고. 겨울을 죽였고, 이미 죽은 겨울의 시체를 훼손하기까지 했으니까.

그런데 가온은 전신이 피범벅이 된 채로 쓰러져있었고, 게다가 피를 창의 촉이 달린 형태의 밧줄로 만들어 자유롭게 조종하는 모습을 보면...빛 같은 성스러운 것도 아닌, 하필이면 피를 조종하는 걸 보면...응, 그렇네.

악마라고 오해받을 만 하네.

가온은 멋대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오해를 풀기 위해 허벅지의 칼을 뽑고, 그의 부모님께 다가갔다.

그가 아무렇지 않게 칼을 뽑자, 그의 부모님은 "히익" 하는 소리를 내며 그에게서 더욱 멀리 떨어졌다.

그가 입을 열어 얼른 이 오해를 풀려던 찰나, 그의 눈에 뉴스가 진행중인 텔레비전이 들어왔다.

 

 

 

"네, 이번에는 정말 큰 사건이었습니다. **고교의 2학년에 재학중이던 유모군이 같은 반의 여학생인 이모양을 강간하고 잔혹하게 살해한뒤, 그 시체를 유기했다고 합니다. 현재 그는 전신이 피범벅인 채 발견되어 가정에서 보호중으로, 깨어나는 즉시 구속되어 감형을 받게 되어있습니다."

 

"재판도 없이 바로 구속되서, 감형까지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바로 올해로 25세를 맞이하여 가족과의 나들이를 위해 길을 지나던 수사관 유성준씨께서 그 상황을 직접 목격하고 피해를 받아, 죽기 직전까지 이르렀으니까요. 말하자면 현장에서 직접 체포된거죠. 게다가 그의 목에서는 대량의 피가 나오고 있었으며, 실제로 구급대원이 오지 않았으면 죽을 수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바로 출동된 유성준씨의 지인이자 구급대원이었던 한기범씨의 빠른 조치가 아니었다면, 그는 지금쯤 살아있지 못했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다.

가온, 그는 한가지 매우 중요한 사실을 잊고있었다.

바로 유성준의 특성, 《불사신》은, 목이 잘려도 바로 죽지 않으며, 치유에 특화된 《어태커》나《파트너》의 빠른 조치만 있다면, 즉시 살아날 수 있다는 사실.

게다가 방금 뉴스에선 유성준의 지인이 구급대원이었다고 한다.

그가 바로 치유에 특화된 능력자였던 것이다.

그리고 경찰이었던 성준은, 가온을 현장체포범으로 내몬 것이다.

완전히 당했다.

정말 손 쓸 새도 없이, 완벽하게 당했다.

가온은 당황해서 입을 .버끔거리다가, 또 다른 식칼이 그의 머리 옆 벽에 박히자, 필사적으로 외쳤다.

 

 

 

"아냐! 아빠, 내 말좀 들어봐! 내가한게 아냐! 저건, 저 유성준이란 놈이...!"

 

"그 입 다물지 못하겠나!"

 

 

 

그때, 가온의 뒤에서 경찰복을 입은 여성이 그를 순식간에 쓰러트려 제압하고는, 그의 양 팔에 수갑을 채워 그를 구속했다. 그리고는 미란다 3원칙을 줄줄 외더니, 그를 향해 소리쳤다.

 

 

 

"당신을 이겨울 강간 및 살인혐의, 아니 확정범으로 체포한다! 거기다가 유성준 선배, 즉 경관의 공무수행 방해죄에, 경찰상해죄로, 너를 구속하겠다!! 게다가, 감히, 성준 선배를 모욕하기까지...!"

 

 

 

그는, 얼이 빠진 듯한 표정으로 상황을 곱씹어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인과관계가 연결되지 않았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인지, 그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때,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쓰레기새끼."

 

 

 

아냐.

 

 

 

"너 같은걸 입양하다니, 그동안 너 먹여살리려고 내가 그렇게 고생한걸 생각하면..."

 

 

 

아니라고.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당신이 한 발언은 재판소에서 불리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당신은 변호인 선임할 수 있으며, 질문을 받을 때 변호인에게 대신 발언하게 할 수 있습니다. 만약 변호사를 쓸 돈이 없다면......"

 

 

 

아니란 말야.

아니라고.

왜들 그러는데.

이 경찰은 그렇다 쳐도, 당신들은 내 부모님이잖아.

본 적도 없는 유성준인지 뭔지 모를 쓰레기새끼의 말이, 당신들 아들의 말보다 중요한거야?

최소한 이야기는 들어줘도 괜찮잖아.

도대체 왜들 그러는거야.

내 말좀, 들어보란 말이다.

 

 

 

"쓰레기가."

 

"너같은걸 집애 들인 내 잘못이지."

 

"당신은 법정에서..."

 

"......"

 

 

 

점점 시야가 흐릿해져 간다.

아무리 외쳐대도 그의 목소리는 저들에게 닿지 않는다.

완전히 귀를 틀어막은 저들에겐, 그의 작은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오로지 서로가 하고싶은 말만을 외쳐대고 있다.

그런 세명의 목소리가, 점점 멀리서 울리는 듯 하더니, 이내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그저, 기계음처럼 웅웅 거리는 이명만이 귓속을 맴돌 뿐이다.

이제는 시야가 뿌옇게 흐릿해져서,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누가 누군지 구분도 가지 않는다.

어, 왜이러지. 앞이 잘 안보여.

 

 

 

"투둑."

 

 

 

눈물이었다.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부조리한 현실과 어마어마한 상실, 배신감에 흘러나온 눈물이었다.

가온 본인조차도 모르는 새에 흘러나온 눈물이었다.

그것을 보고, 그들은 더욱 소리 높여 외쳐댔다.

 

 

 

"거짓눈물은..."

 

"이제와서, 우는 척해봤자 달라질건 없을거라고? 더러워...역겨워..."

 

"다시한번 말하지만, 당신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

 

"......"

 

 

 

그의 마음속의 시계가 "끼릭" 하는 소리와 함께 정지했다.

그는 분노했다.

이 부조리한 현실에 분노했다.

그리고 그 분노에 몸을 맡겼다.

유성준, 유성준을 찾아 죽이자.

한기범, 한기범을 찾아 죽이자.

마지막으로, 이런 쓰레기 같은 세상을 만든 놈을 죽이자.

모두 죽이자.

모든 것을 죽이자.

모든것을, 다......

 

 

 

"어, 어라아......? 누, 눈이...?"

 

"무, 무슨 짓을 하려는 게냐?!"

 

"?! 수, 수갑이...?!"

 

 

 

가온의 눈아 미간을 중삼으로, 양쪽으로 퍼져나가며 검은 색이 되어갔다.

그의 흰자위는 일제히 검은색이 되었고, 그의 동공은 색을 잃고 사라져, 그 검은 색에 묻혀버렸다.

마침내, 안구 전체가 검은 색이 되어 동공의 유무 여부조차 판단할 수 없게 되자, 그의 동맥이 울룩불룩 하게 올라오더니, 이내 터졌다.

그곳에서 대량의 피가 한까번에 흘러나와, 이번에도 창의 촉이 달린 밧줄의 형태로 변해 그의 주변을 회오리치듯 감싸올라가더니, 그의 아버지를 향해 날아가, 동맥을 끊었다.

 

 

 

"크으아아아아아악!!!!!!'"

 

 

 

양 팔의 동맥과 뒷목을 깊게 찔린 그의 아버지는, 이내 비명을 지르며 어마어마한 양의 피를 분수처럼 쏟아내었다.

그러나 그 피들은 땅에 떨어지지 않고 가온에게로 가서, 그의 동맥을 통해 들어왔다.

 

 

 

"으으음...아직 부족해..."

 

"히이익!!!"

 

 

 

그가 그의 엄지손가락에 묻은 피를 요염하게 핥으며 그런 말을 하자, 그와 시선이 마주친 그의 어머니가 그런 소리를 내뱉으며 도망치려고 했다.

어차피 입양된 아이 이기에, 가온에 대한 사랑은 그리 깊지 않았다.

그러니 가온을 버리는 것 또한 빨랐다.

그러나 가온의 손짓 하나에, 그의 어머니 역시 힘없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그의 어머니의 피도 흡수한 그의 피로 이루어진 밧줄은, 더욱 그 크기가 커져 그 위용을 자랑하였다.

 

 

 

"아아아아...난...죽기 싫어....!!!"

 

 

 

그의 어머니는 그렇게 소리치며 방금까지 그를 구속하고 있었던 여경을 향해 손을 뻗었다.

여경역시 공포에 질려 "히익!" 하는 소리를 내며 저만치 떨어질 뿐, 도울 생각은 없는 듯 했다.

가온은 이내 "아직 부족해..." 같은 말을 내뱉더니, 이번에는 집의 바닥을 향해 손을 내리뻗었다.

 

 

 

콰지지지지지지직!!!!!!!!

 

 

 

그의 능력은 흡혈귀가 아니다.

피를 지배하는 것 따위가 아니다.

그는 정확히 말하면, 피에 담겨있는 "에너지" 를 조종하는 것이다.

이미 물질화가 된 에너지인 "피" 는 에너지 그 자체를 움직이는 것보다 다루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에 흐르고 있는 "전기" 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의 스킬은 <뇌신>.

그 스킬을 지배하는 진짜 뇌신이 죽은 지금, 그 스킬의 권능과 은혜를 모두 물려받은 가온에게 "전기" 만큼은 다루기 어려울 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 엄청난 소리와 함께 "전기" 를 빨아들이던 가온은, 이내 손을 떼고는 말했다.

 

 

 

"역시...피랑 전기가...제일 효율이 좋아..."

 

 

 

그리고는 이제 이정도로는 부족하다는 듯, 집 앞마당에 있던 송신탑에 손을 대고는, 그대로 전기를 빨아들였다.

 

 

 

콰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이내 반경 1km내의 모든 가구와 가게, 공공기물인 신호등 따위가 모두 정전되었다.

너무 많은 전력을 한번에 빨아들인 탓이리라.

게다가 대기중을 떠다니던 전파마저도 "전기" 로 바꿔 흡수해버려, 반경 1km지역이 일시적으로 모조리 통신 불가 지역이 되고야 말았다.

방금까지만 해도 그를 구속하고는 의기양양해있던 여경은, 그저 그를 한없이 바라보는것밖에 할 수 없었다.

압도적이었다.

공포를, 경악을 아득히 넘어선 가온의 그 모습은, 이제는 아름답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가온은 이내 손을 뻗어 등에 피의 날개를 만들어내더니, 전신에서 푸른 스파크를 튀기며 광속(光速)으로 날아갔다.

그가 지나간 자리가 스파크를 파직파직 튀기는 푸른 번개로 남는 광경은, 그야말로 "아름답다" 라고밖엔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 사건은 전 세계에 보도되어 어마어마한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이날, 가온은 전 세계에 흩어져있던 《어태커》와《파트너》들에게 화려한 신고식을 마친 셈이었다.

 

오로지 복수를 위한, 오로지 한 남자를 죽이기위한, 오로지 한 여자만을 위한, 그의 여행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

 

 

 

[-5화- 오로지 그녀를 위한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