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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은 달리고 있었다. 얼마나 달렸는지는 모르겠다.

알고 싶지도 않았고, 알게 된다면 왠지 자신도 이런 자들과의 일에 연루될까 두려웠다.

그는 이런 일이 생기면 "좋아! 나도 이들과의 싸움과 함께하지!" 라며 동료애를 키우고 능력을 각성하는 라노벨 주인공 같은 캐릭터가 아니었다.

그에게는 그의 오랜 소꿉친구인 겨울을 구할 능력은 커녕, 지금 자신의 목숨조차 지켜낼 힘조차 없었다.

그는 - 무능했다.

그 사람과 다시 마주친다면,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이제는 여기가 어디든, 그런건 상관 없었다.

일단 그 남성에게서 도망쳐야 했다.

살아남아야 했다.

그러나 그가 마지막으로 한 걸음 내딛었을 때, 

그의 앞에는 그 남성이 손에서 흐르는 피를 닦지도 않고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입가에 잔인하고 비릿한 특유의 웃음을 띄우고서.




"아...아아아......"




그는 절규했다.

그는  절망했다.

이길 수 있을 리 없었다.

사람의 뼈라는 것은, 보기와 달리 상당한 경도를 자랑하거늘, 그것을 맨손으로 뜯어내고 도려내고 부숴버린 저 남자에게, 싸워서 이길 리가 없었다.

순식간에 한참 앞서있던 가온을 추월한 것을 보면, 도망가도 다시 잡힐 것이다.

그렇다. 가온에게 살아서 이 이상한 곳을 나갈 방법따윈-


'애초부터 없었던 것이다.'


가온은 무작정 다시 달렸다.

그러자 남자는 귀찮다는 듯 손가락을 한 번 튕겼다.

그러자 겨울의 시체가 있던 곳으로 갑자기 그와 그 남성이 이동되었다.




"대상으로부터 접촉만 되있다면, 필드의 거점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
......상식아닌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남성의 말에, 그는 대체 그런 상식은 어디의 누가 가르쳐주는 것이냐고 따지고 싶었다. 

그 남성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한숨을 한번 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하아, 또 잔챙이인가......"




그게 무슨 소린지 가온은 알 수 없었다.

필드는 뭐고, 거점은 또 뭔지, 그는 알 수 없었다.

처음 듣는 생소한 단어.

게다가 갑자기 한숨을 쉬며 자신을 잔챙이라 비하하고 있었다.

그를 덮쳤던 어마어마한 공포와 당혹감이 겹쳐져, 그의 뇌는 수용할 수 있는 정보의 한계를 넘어서고 말았다.




'도망가'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는, 그것이었다.

그것뿐이었다.

가온은 혹시 주변에 누군가 있는가 싶어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다가 남성의 어깨너머로 보이는 겨울을 보고는 경악했다.

그의 소꿉친구의 시체가 발광하고 있었다.




'도망가. 너는 못이겨. 응, 하지만 자질이 있어. 훌륭해.'




다시 한번 머릿속에 그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그는 확신했다.

그 목소리는 처음 들었을 땐 당황해서 눈치 못챘는데, 다시 들어보니 확실히 알게되었다.

겨울의 목소리다.

그는 어쩌면, 정말 어쩌면 그의 소꿉친구는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낙관적인 생각을 하게되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즉시 부정되었다.




'나는...이미 죽은 몸. 어쩔 수 없네. 미안. 그래도, 지금 도망칠 힘만은 줄게.'




무슨 소릴 하는거지.

그의 뇌는 이미 정보수용량을 아득히 넘어선지 오래다.




'내 영혼을 부숴. 내가 도와줄게. 영혼을 천도하는 것만으론 안돼. 하다못해 사념이라도......'




무슨소리야.

무슨소리냐고.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건데.

게다가 이 목소리는 그 남성에게는 들리지 않는 듯 하여, 그를 당혹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럼...나를 부숴.'




일순간, 찬란한 빛이 모든 것을 뒤덮었다.

남성이 "뭐야, X발?!" 하고 험한 입을 다시 열었다.

무언가가...... 느껴졌다.

가온을 중심으로, 커다란 자기장이 형성되어, 파직, 파지직 소리를 낸다.

그러자 머릿속에 다시 한번 겨울의 목소리가 울렸다.




'안돼. 어째서...영혼을 먹은 거야. 그것도 사념만......'




그걸 마지막으로 겨울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가온의 안에서 무언가 커다란 힘이 끓어올랐다.




"허억?!"




그의 주변에서부터 거대한 자기장이 형성되고, 또 형성되더니...

폭발이 일어났다.

서로 같은 진동수로 진동해대는 수천, 수만의 자기장의 진동이 서로 공명하며 큰 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이름 그대로 《공명》이라는 기술이었다.

남성은 시작부터 궁극기는 아니지 않느냐며 혀를 차다가, 한가지 사실을 깨닫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전기, 이 번개는......설마, 능력을 이어받았다고?!"




그렇다. 가온은 그 특성을 이용해 능력을 '전이' 받은 것이다.

어째서 겨울이 이런 힘을 갖고 있었는지 의문이 생겼으나, 그는 이내 머릿속에서 그 의문을 지워버렸다.

적을 앞에두고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것은, 죽여달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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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유가온     종족 : 인간

어빌리티(능력) : ???

스킬 : <뇌신>
전기나 번개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으며, 자기장을 형성 및 조종할 수 있다.

특권(패시브) : 《전이자》
모든 것을 전이시킬 수 있다.
사물, 음식, 생명체는 물론 원한다면 상대의 능력도 '전이'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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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가끔씩, 아주 이따끔씩 세상에는 능력자로서의 자질을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도 있는데, 그것은 모든 능력자가 지닌 패시브 스킬 같은 것으로, 그 사람만이 지닌 고유 능력 같은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것을 '특성' 이라고 부르는데, 가온의 특성은 단 하나만 존재하는 매우 희귀한 것이었다.

이른바 '유니크'라 불리는 등급인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가온의 '특권' 은 '특성' 의 상위호환으로, 같은 '유니크' 라도 '특권' 과는 격이 달랐다.

특권의 경우는, 그 존재 자체가 너무 적어서 그것만으로 유니크 대접을 받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제로도 '특성'의 최상등급 《유니크》보다 '특권'의 최하계급《더드(쓸모없는)》이 훨씬 강하다는 것도 한몫 했다.

가온은 손을 한번 쥐었다 폈다.

꼭 쥔 주먹에서 전기가 파직파직 새어나왔다.

이윽고 그는,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을, 그리고 가슴속에서 우러나온 감정을 행동으로 옮겼다.




"흐어억?!"




남성은 경악에 터진 소리를 내뱉었다.

한참 앞서가던 가온을 순식간에 따라잡을 정도의 민첩함을 지닌 남성에게도 가온의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가온이 지나간 자리는 전기로 번쩍이며 푸른 선을 그려가듯 달려나가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경이로울 정도의 아름다움이었다.




"<시차>."




그가 중얼거리자, 갑자기 가온이 여기서 나타났다 저기서 나타났다 하며 남성을 포위했다.

남성이 다시한번 경악하며, 이 사태를 벗어날 타개책을 생각할수록, 포위는 점점 좁아졌다.




'뭐야, 저 무지막지한 건, X발! 그 약해빠진 놈 능력으로 이런게 가능하긴 한건가?! 그보다, 방금 <시차>라고 했지? 설마 번개의 능력으로 빛의 속도로 달려서 생긴, 시간의 차이를 이용한건가?! 하지만, 이래서는...이디눔 제국에서 만난, 그녀석과 다를 게 없잖아!'




초조함에 그만 다시 욕지거리를 내뱉는 남성.

이윽고 남성은 억지웃음을 짓더니 입을 열었다.




"애송이. 이름이 뭐냐."

"......가온이다. 유가온. 그냥 가온이라 해도 좋아. 어차피, 여기서 죽을 테니까."


"상당한 자신감이군 그래...방금 막 얻은 능력인데도...게다가 영혼을 먹었으니, 그것도 '흡수' 에 포함되. 그 말은 너는 <어태커>가 아니라 <파트너>라는 거다. 널리디 널린, 파트너 말야...하지만 파트너인데도 그 정도라니, 능력이 어지간히 강했나 본데. 암튼 넌 공격에 특화된 캐릭터가 아냐. 애송이, 잘 기억해둬라. 내 이름은 유성준이다. 여기서 죽일 테니까, 딱히 상관없지만."


"같은 성이라니...기분나빠."




말을 마친 후 가온은 손을 평평하게 들어, 검을 잡듯이 손을 잡고, 찌르기 자세를 취했다.

그걸 본 성준이라 하던 남성은, "얕보는 거냐! 그런 빈틈투성이인 자세로!" 라며 손을 내리깔고 포효하더니, 입을 열었다.




"<신체강화>!!"




성준의 두 손이 날카로운 창의 끝처럼 변하더니, 두 팔이 흐물흐물해져서 마치 촉수처럼 뻗어와 공격을 시도 한다.

그러나 섬광과도 같은 속도로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내는 가온.

그걸 본 성준은 작게 "젠장할" 이라고 중얼거리고는, 다시 입을 열어 궁극 오의의 시동어를 외쳤다.




"《한계돌파》!!! 이걸로 죽어라 애송이자시익!!!"




그러자 성준의 몸 주변으로 붉은 빛이 나더니 그 빛이 하늘로 솓구쳤다.

마치 하늘에 닿을 듯 높이높이 솓구쳤다.

그와 함께 가온은, 눈 앞의 상대가 아까와 달리 현저하게 스피드나 근력, 지구력등이 상승했음을 느꼈다.




"빌어먹을 애송이가! 빌어먹을! 나대지 말란 말......!!!"


"<전뢰 : 전기흘리기>."




그러나 성준은 말을 다 끝내지 못하고, 그 목을 땅에 떨어트렸다.

성준의 목과 머리 사이를 푸른 번개가 지나가더니, 츠츳, 하는 소리와 함께 가온의 팔과 다리가 아주 미세하게 움직인 듯 했을 땐, 이미 성준의 목은 땅에 떨어져 성대하게 피를 내뿜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죽지 않은 것인지 성준의 머리는 있는 힘껏 인상을 쓰며 두 눈을 부릅떴다.




"크으윽, 크읍......네, 네 놈은 대체...<파트너>주제에, 방금 힘을 각성한 주제에, 어떻게..."


"글쎄다. 어떻게려나. 그보다, 왜 안죽은 거야."




그것은 성준의 '특성' 때문이었다.

그의 특성은 《불사신》. 뭐, 안죽는 건 아니지만 신체부위가 잘려나가도 즉시 회복하는, 무시무시한 특성이다.

목이 잘릴 경우, 죽음을 피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적어도 몇분간 생존이 가능했다.




"이대론...못죽어...그래, 너도 죽어라......신체변형 오의,《대상변형 : 공간변형, 파괴》"




그러자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하더니, 공간이 퍼즐조각처럼 하나하나 떨어져갔다.

정확히는, 공간이 소멸해간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것에 가온이 놀라고 있었을 때, 머릿 속에 겨울의 목소리가 울렸다.




'죽여.'




상당히 살벌한 말이었다.




'죽여.죽여버려. 나는 그 녀석, 용서 못해...'




그야 그렇겠지. 저 녀석 때문에 죽었으니.

그리고 가온은 그제야 눈치챘다.




'아까부터 들던 위화감은 이것 때문이었나...... 겨울의 능력을 '전이' 받을 때, 그 의지와 감정도 '전이' 받은건가... 이 알수 없는 강렬한 분노와 살의는, 그 때문인가...'




그리고 가온은 입을 열었다.




"그래서인가, 지금이라면......아무 죄책감 없이, 당신을 죽일 수 있을것 같아......"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이봐, 레미나란 이름을...기억해? 혹시, 나를 기억해?"




그러자 성준은 대체 뭔 뚱딴지같은 소리냐며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입을 열어 쐐기를 박아버렸다.




"그게 누구냐? 난 들어본 적도 없고, 너 같은 애송이도 모른다."



가온은 작게 '역시' 라고 중얼거리고는, 오른 손에 전기를 둘렀다.
그리고, 한걸음, 다시 한걸음 나아갔다.
오로지 살인이라는 행위를 하기위한, 어찌보면 잔인한 걸음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자신을 관철하고 자신의 의지를 내세우는, 뒤바뀐 자기자신을 인정하는 한 걸음 이었다.



"......끼릭."



그의 마음속에서, 멈춰있던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2화- 광기의 전이자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