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행성 모험활극> STAGE 1 : “난민 구출 작전”

STAGE 1-1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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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정말 두근거리는데.”

현지 부대의 수송기 안에서 붉은 기계갑주의 소녀가 자신의 무장을 점검하며 혼잣말을 했다. 양 어깨 옆의 부스터도, 등 뒤의 부스터도, 왼쪽 등 뒤의 사이킥 에너지 배터리와 오른쪽 등 뒤의 대구경 2연장 사이킥 에너지 라이플도 확인. 양 다리의 사이킥 에너지 방출장치도 체크. 

 

양쪽 허벅지에 도끼머리가 아래로 내려가도록 비스듬하게 매달아놓은 ‘로켓 부스터 핸드액스’도 한번씩 꺼내서 가볍게 휘둘러보곤 다시 매달아놓았다. 사이킥 에너지 수류탄과 투척단검들도 부착했다 뗐다가 하면서 확인해보고, 양 손등 위와 왼쪽 어깨 위의 고속 2연장포도 강화갑주의 인공지능 시스템을 통해 잘 작동하는지 확인해보았다. 차마 수송기 안에서 실사격을 해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도 확인해 봐야지.”

강민아는 이번에 리아가 새로 개량해줬다는 암실드를 작동시켜보았다. 양 팔을 덮는 길쭉한 방패의 양 옆에서 추가방패가 철컹! 하며 튀어나왔다. 괜스레 암실드를 이리 저리 움직여서 막는 시늉을 해보이던 강민아는 헬멧 안에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한쪽 팔을 앞으로 뻗어 보았다.

 

- 투콰앙!

 

팔뚝 아래에 매달려 있던 붉은 금속의 칼날이 팔뚝의 가이드 레일을 따라 폭발하듯 사출되었다. 목표을 충격으로 때리고 관통하기 위한 사출 칼날이었기에 허공에 대고 쏘아낸 지금은 그 반동으로 강민아의 자세가 잠시 흐트러질 정도였다. 애초에 사람 손에 매달고 쓸 만한 물건이 아니었지만 강력한 신체능력을 가진 초능력자인데다가 전용 강화갑주가 초능력과 신체능력을 증폭시키고 있는 상황에서는 실전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무기였다.

 

“역시 소드 파일 드라이버는 최고! 여차하면 휘두를 수도 있고.”

강민아의 강화갑주 팔을 총기라 치면 총구 아래에 매다는 총검 같은 형상의 무기였다. 총검 치곤 길고 두껍긴 했지만. 잠시 휙휙 칼날을 휘두르던 강민아는 강화갑주의 인공지능에게 명령을 내려 금속 칼날을 다시 가이드 레일을 따라 팔뚝 아래로 미끄러뜨렸다.

 

<마스터! 점검 항목이 더 남았습니다.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요즘 유행한다는 남자 아이돌 가수의 목소리로 설정한 인공지능이 각종 센서류나 생존장비 등의 상태를 보고하는 것을 들으면서, 이 키 작은 소녀는 손바닥에 에너지를 집중해 보았다. 순식간에 용암같은 색으로 붉게 물든 손바닥을 바라보던 강민아는 아차! 하면서 손바닥의 에너지 불길을 꺼뜨렸다.

 

“항공기 내부에서 불 피우는 건 금물이었지. 안 그래도 남의 비행기에서…”

괜히 딴청 피우며 두리번거리는 강민아였다. 그러나 현지 부대원들은 각자 자기 무장을 점검하거나 서로 잡담을 하는 와중에서도 혼자서 철컹철컹 움직이는 붉은 기계갑주 소녀를 빤히 바라보고 있던 중이었다.

 

“미나. 왜 그러지? 뭔가 장비에 이상 있나?”

다른 한켠에서 자신의 푸른 강화갑주를 점검하던 레인이 헬멧의 바이저를 열고 강민아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 키 큰 흑인 소녀 역시 기계갑주 곳곳에서 푸른 냉기가 스며나오고 있었지만, 최대한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억제하고 있었다. 

 

“아… 아뇨! 언니. 그나저나 캡틴은 어디로 간 거에요? 원래 우리랑 같은 수송기 타기로 하지 않았어요?”

“대장은… 높으신 분들 호위로 불려갔지.”

“뭐라구요?”

 

강민아는 아직까지 헬멧의 바이저를 열지 않고 있었고, 그 상태로 인공지능에게 작게 속삭였다.

“애쉬. 레인 언니랑 비밀 통신 연결 좀 해줘. 문자로다가.”

<라저. 음성 입력 대기중.>

 

헬멧 바이저를 울리고 있던 레인의 귓가에 삐삑하고 문자 수신음이 들렸다. 레인이 고개를 돌리며 슬며시 바이저를 닫자 눈 앞에 홀로그램 화면에 강민아가 보낸 문자 메시지가 나왔다

 

‘이쪽 부대 사람들 정말 미친 거 아니에요? 캡틴 특성이 전투 현장 근처에 있어야 발현된다는 걸 다들 알고 있을 텐데도… 자기 안전이 우선이란 건가요?’

이어서 레인도 음성입력 문자로 대답했다.

‘우리가 워낙 유명하긴 하지만… 분대 규모의 소규모 신생 팀이다 보니까 직접 만날 기회가 흔치 않았겠지. 이 기회에 대장을 스카웃 하려는 속셈이었을 수도 있고. 어쨌든 간에 우리 두 명이 할 일은 몽땅 때려부수는 거고, 나머지 팀원들이 구출 작전을 벌일 테니까 걱정할 필욘 없어.’

‘그래도… 왠지 캡틴 없이 언니랑 둘이서만 이 사람들과 함께 작전을 수행한다는 게 내키지 않아요. 괜히 우리 공격에 이 사람들까지 휘말릴까봐 마음껏 싸우지도 못할 것 같고.’

‘그건… 동감이군. 메이옌 대장 다운 작전은 아닌데. 차라리 우릴 전략미사일에 담아서 적진 한가운데 떨구면 모를까.’

‘아우. 캡틴이라면 진짜 그렇게 해버릴지도 모르겠네요. 은근히 사람 굴리는 게 험하니까.’

 

그렇게 푸르고 붉은 기계갑주 소녀 2명이 우두커니 서 있자 – 헬멧을 쓰고 소곤소곤 비밀채팅을 했기에 두명의 목소리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 함께 수송기에 타고 있던 현지부대원이 레인과 강민아에게 말을 걸었다.

 

“이봐! 모처럼 이렇게 함께 움직이게 되었는데, 다시 얼굴 좀 보여주는게 어때? 그 헬멧 좀 벗어보라고.”

“그러게 말야. 그 유명한 발키리랑 만났는데 보이는 건 기계덩어리 뿐이라니! 잡지 사진 만으론 부족하다고! 진짜배기 발키리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한참 이번에 함께 움직이게 된 현지 부대의 험담을 하고 있던 두 소녀는 뜨끔해서 시치미를 떼고는 헬멧을 벗었다. 슈욱! 하는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헬멧의 잠금이 해제되었고, 한쪽 팔에 헬멧을 안아든 상태로 레인과 민아는 어색한 영업용 미소를 지었다.

 

“아하하! 여러분~ 함께 작전 수행하게 되었는데도 미처 인사도 못드렸네요. 강민아입니다~ 발음이 힘드신 분은 그냥 ‘미나~’라고 불러도 돼요.”

“레인. 레인 크로포트입니다. 작전 수행중에는 저희 근처에는 다가오지 마시길. 인간 전차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저희가 앞장서서 적들을 부술 테니, 당신들은 당신들의 임무를 하시면 됩니다.”

 

다소 차갑고 사무적인 레인의 대답에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도 있는 반면에, ‘오히려 그게 매력 포인트지!’ 하면서 떠들어대는 사람도 있었다. 한편, 키 작고 피부 하얀 곱슬머리 숏컷 여자애인 강민아의 삼촌팬(?)인 현지 부대원은 미리 준비해둔 종이와 펜을 꺼내서 사인해달라며 민아에게 들이대기도 했다. 떠들썩한 분위기 가운데에서 수송기 조종사와 부조종사가 기내통신으로 자신들 몫의 사인도 받아달라고 할 정도였다.

 

“인증샷도 같이 찍자구! 자~ 치즈!”

“사진 촬영은 좀. 파워드아머는 찍지 마시죠.”

“에이~ 튕기긴! 잡지에서는 그 갑옷 입고 찍었잖아.”

“부대 홍보용이었습니다. 상세한 스펙은 감추고 있었구요. 개인적인 촬영은 불가합니다.”

“자꾸 이러기야?”

“아유~ 아저씨 너무 그러지 마세요. 그러면 얼굴만 나오게 찍어요. 언니도 그러면 괜찮지? 자~ 브이!”

 

사이보그 공장에 납치된 수천명의 난민들이 강제로 기계 병사로 개조되는 고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그들을 구출하기 위해 출정한 군인들은 오히려 웃고 떠들며 가벼운 분위기였다. 모든 병력이 다 그런 상태인 것은 아니었겠지만, 적어도 레인과 강민아가 탄 현지 부대의 수송기에서는 납치된 난민에 대한 걱정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레인과 강민아조차도…

 

“연대장님. 이번 작전을 너무 쉽게 보시는 거 아니신지?”

이번 난민구출작전을 지휘하는 지상전함의 사령실에서 헬멧을 벗은 메이옌 대위가 콧수염을 기른 현지 부대 대령에게 물었다. 원래대로라면 그녀 자신도 최전방에서 작전을 수행하기로 했을 터이나, 눈앞의 이 남자가 고집을 부려서 지휘부에 메이옌 대위를 묶어둔 것이다. 강민아, 레인, 메이옌을 비롯한 와일드 카드 소속 특수기동보병 에코 분대의 지휘권은 독립되어 있고, 메이옌 대위는 어디까지나 현지 부대에 협력하는 입장이었기에 이것은 심각한 월권 행위였다.

 

그러나 ‘와일드 카드’는 군사 조직이지만 동시에 기업. 세일즈의 측면에서 보자면 너무 고객 의향에 반발하는 것도 좋지 않았다. 팀의 담당 영업 부장 ‘야마모토 시게루’도 되도록 현지 부대의 의향에 맞춰달라는 요청을 했기에, 메이옌은 어쩔 수 없이 최전방이 아닌 이 콧수염 대령의 옆에 서 있게 되었다.

 

“으흠. 정보가 있었거든. 메이옌 대위. 여길 지키는 건 대단히 중요해. 그래서 귀관의 무장도 그대로 허용하지 않았는가. 타부대, 그것도 용병 기업의 군인이 중무장을 한 채로 본함의 사령실에 들어오게 한 건 나로서도 큰 양보였다구?”

약간 머리가 벗어지기 시작한 갈색 머리카락의 중년 대령은 자신의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귀관의 전략적 판단은 존중하지만, 저 녀석들은 우리들도 잘 알고 있거든.  ‘서커스 강도단’이었던가? 웃기는 이름이지. 저 놈들이 이곳저곳 들쑤시고 다닌 턱에 우리 군 사기도 말이 아냐. 이 칼리굴라 대령의 이름을 걸고, 이번엔 반드시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겠어.”

 

부스터가 달린 강화 전투복에다 오른쪽 등 뒤에 주무기인 대구경 2연장 사이킥 에너지 라이플, 오른쪽 허벅지에는 발도술용 검집까지 차고 있던 메이옌은 초조한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검집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깊은 고민에 빠졌을 때 나오는 그녀의 습관이었다. 그러나 사령실 안의 호위 병력들이 긴장하는 것을 보고 메이옌은 손을 검집에서 떼고 말했다.

 

“연대장님. 이번 작전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납치된 난민들의 구출입니다. 대규모 부대의 전면적인 습격은 구출 부대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한 양동작전일 뿐입니다. 다만… 적의 저항이 생각보다 거셀 것으로 예상이 되기 때문에, 부대에 피해가 많이 발생할 겁니다. 지금이라도 저희 측 작전대로 하셔야 피해가 줄어들 겁니다.”

“흥! 모르는 소리! 그동안 라틴 연방이 저놈들에게 당한 수모를 생각해 보면 이번 작전은 우리 군의 강력함을 보여야 할 때라네. 철저하게 짓밟고, 풀 한 포기 남기지 않고 유린해 주마. 귀관은 혹시 모를 테러에 대비해 날 잘 지켜 주기만 하면 되겠지.”

 

메이옌 대위는 눈앞의 꼰대의 머리통을 후려쳐 버리고 싶었다. 이 인간은 8000명이 넘는 민간인이 대규모로 납치된 상황에서도 그들의 안전 보단 자기 자신의 명예와 출세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애초에 그 ‘라틴 연방’이라는 작자들은 난민들의 목숨엔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숙련된 기술자들만 선별해서 이민을 받아들이긴 했지만, 그들의 노동력이나 생명으로서의 가치보다는, 대량의 인원을 납치하고 관리하느라 습격에 취약할 ‘서커스 강도단’을 노리는 걸 우선시했음이 틀림없다.

 

‘칼리굴라 대령이 독단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였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렇게 출세 지향적인 데다가 연대장 씩이나 되는 인물이 위쪽 의향도 읽지 못하고 멋대로 할 리는 없고. 라틴 연방 쪽 입장이 그런 거겠지. ’우린 인도적으로 납치된 민간인을 구하려 움직였다. 그 와중에 수많은 고귀한 희생이 있었지만. 우리 연방을 괴롭혀 왔던 악은 드디어 처단되었다.‘ 라는 거려나.’

칼리굴라 대령의 말과 태도를 보고 든 생각에 잠시 눈을 감았던 메이옌은 갑자기 소리쳤다.

“엎드려!”

 

철통같은 보안과 감시 아래 있던 지휘본부를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르겠지만, 가스 마스크를 뒤집어쓴 긴 은색 머리칼의 소녀가 사령실에 들어와서 수류탄을 놓고 사라졌다. 뒤늦게 호위 병력들이 총구를 겨눴지만 소녀는 사라지고 없었다. 공중에 뜬 수류탄이 떨어지려는 찰나, 메이옌이 그것을 절묘하게 낚아채서 복도로 내던졌다.

 

- 콰아앙!

 

파편과 열풍, 충격파가 몰아쳤다. 오른팔 암 실드의 추가방패를 펴서 에너지 보호막과 함께 사령실의 문을 막아섰던 메이옌이 왼손으로 오른쪽 허벅지의 검집에서 차징 블레이드를 발도했다.

 

- 츠파앗!

 

푸른 전류같은 에너지를 머금은 도검이 횡베기로 전방을 휩쓸었지만, 또다시 나타난 은발 소녀는 순간이동으로 거리를 벌리며 복도로 물러났다. 메이옌은 소녀를 추격할지, 계속 여기 머물러 사령실을 보호할지 잠시 고민했다.

 

“쿨럭쿨럭. 고맙네. 대위. 역시 예상대로야. 놈들은 항상 이런 식이지.”

호위 병력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난 칼리굴라 대령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 ‘서커스 강도단’은 라틴 연방과 대립중이라고 했었지. 그렇다면 그들의 수법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을 터였다.

 

‘빌어먹을! 내가 틀린 거였어! 이 사람들을 별 볼일 없는 동네의 그저 그런 오합지졸이라고 얕잡아 봤기에 그들의 판단을 신뢰하지 못했어. 메이옌! 메이옌! 요즘 계속 승승장구한다고 너무 자만했구나!’

자책감에 잠시 비틀거린 메이옌이 등 뒤의 칼리굴라 대령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는 아직까지 문 앞에 서서 복도를 살펴보는 도중이었다.

 

“제 ‘전투 감각’에는 아직까지 추가 공격의 징후가 보이지 않습니다. 감지 범위를 확장해 보아도… 아까의 순간이동 테러리스트는 적어도 이 함 내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순간이동을 하는 적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다시 나타나 공격할 가능성도 있군요. 이런 상황이라면 제가 이 함을 떠날 순 없겠군요.”

메이옌의 초능력장, 사이킥 필드는 넓고 옅게 퍼져나갔다. 초능력장이 고농도로 짙어지면 좁은 범위에서 무적의 방어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초능력장의 진정한 사용법은 해당 초능력자의 고유 능력을 초능력장이 펼쳐진 범위 안에서 발현시키는 것이다. 메이옌의 고유 초능력은 ‘배틀 센스’라는 감각계열 초능력이었기에, 강민아나 레인 크로포트처럼 대규모 파괴를 일으킬 수는 없었지만, 사용하기에 따라선 전황을 바꿀 수도 있는 능력이었다.

 

“흠흠. 어떤가? 내 선견지명이? 이제 이걸로 지휘전함은 걱정할 것 없겠군. 전군! 총공격하라!”

잔뜩 흥분한 기색의 칼리굴라가 난폭하게 콧김을 내뿜으면서 명령을 하달했다. 복도에서 터진 수류탄 때문에 사령실 안에서 넘어져서 뒹굴고 있던 참모들도 일어나 바쁘게 움직였다. 그 때였다. 잔뜩 경계하며 전투 감각을 펼쳐나가던 메이옌이 다시 외쳤다.

 

“이런! 모두 안전한 곳에 피해요! 안전벨트같은 게 있으면 하구요! 이 전함이 곧 뒤집힙니다!”

부스터를 뿜어가며 칼리굴라 대령의 자리에 다가간 메이옌이 함내통신으로 경고하면서 그를 껴안았다. 졸지에 거구의 중년 남자가 강화 전투복의 팔 안에 안기게 되었다. 대형 파워드 슈트가 아니라 그냥 인간 크기의 강화 전투복이었기 때문에 보통 키의 여성의 품 안에 공주님 안기로 안기게 된 칼리굴라 대령이 당혹해했지만, 메이옌은 그런 걸 신경쓸 틈이 없었다.

 

- 투아아아아아앙!

 

거대한 지상전함의 바닥에서 보이지 않는 파장이 퍼져나갔다. 그러자 길이도 수백미터이지만 너비도 그에 못지않게 넓은 지상전함이 개구리가 뛰어오르는 것 마냥 튕겨올라서 뒤집힌 상태로 지상에 떨어졌다. 좁고 긴 구조인 바다의 함선과 다르게 지상전함은 옆으로도 넓어서 절대로 기울거나 뒤집힐 리가 없는 구조였는데도 불구하고 수십만톤이 넘는 거체가 공중에 튕겨오르는 비현실적인 장면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가스 마스크를 뒤집어쓴 은발 소년은 스마트 단말기를 꺼내서 자신의 가스마스크 얼굴과 함께 공중에서 떨어져내리는 거대 지상전함의 모습을 촬영했다.

“이예~이! 이걸 보여주면 빠드레도 날 칭찬해주겠지.”

 

환호성을 질러대며 인증샷을 촬영한 가스 마스크 소년은 양 팔을 벌려 바닥을 짚고 크라우칭 스타트 자세를 취했다. 흡! 하고 마스크 너머로 숨을 뱉어낸 소년은 양팔, 양다리에서 척력장을 뿜어내며 공중으로 도약했다. 그 자체로는 보이지 않는 파장이었지만 거세게 일어난 흙먼지 때문에 그 커다란 척력장의 파동은 멀리서도 보일 정도였다. 

 

“YO! 안녕! 지상에서 만나자!”

공중 수송기 근처로 뛰어오른 소년이 척력장을 가득 머금은 손바닥으로 후려치자 수송기가 양력을 잃고 날개가 꺾인 상태로 지면을 향해 추락했다. 아니, 아예 프로 배구선수의 강스파이크가 바닥에 내리꽂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럼. 다음 목표!”

이번에도 팔다리를 지면에 대고 튕겨오른 가스 마스크 은발 소년은 차량 부대와 전차 부대를 향해서도 달려들었다. 경악에 찬 현지 부대원들이 각종 포격과 총격을 퍼부었지만, 오히려 소년은 척력장을 펼쳐서 적들의 공격을 튕겨내었다.

 

“으음. 목표가 많으니까 대충 튕겨도 누군가에게 맞긴 하는데… 쏜 사람한테 그대로 돌려보내기는 연습이 더 필요한가? 빔 병기는 좀 까다롭네. 실탄이 좀 더 튕겨내기 쉽고. 다음에는 빔 반사하는 방어구 사달라고 빠드레한테 말해야겠다.”

단 한명의 초능력자 소년이 지상의 병력도, 공중의 병력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광범위한 파괴의 흔적을 남기는 소년이었지만 기본적으로 ‘튕겨내거나 밀어내는’ 초능력을 발휘하고 있었기에 생각보다 생존자는 많았다. 그러나 전차나 수송기, 헬기, 공중 호버링 병력 등을 모조리 떨어뜨리고 튕겨 올리려는 기세로 뛰어올라 날아드는 한 명의 소년병에게 부대는 점점 무력화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붉은 불꽃과 푸른 냉기의 궤적이 소년을 향해 쏘아졌다.

 

- 투아아아아앙!

 

부스터로 공중에 날아오른 후, 다리에서 사이킥 에너지를 방출하면서 양 어깨 옆에서 숄더 사이드 부스터를 분사하여 가속 킥을 날리는 강민아와 레인. 단순한 공중 가속 발차기가 아니라, 강민아의 경우엔 모든 것을 불태우며 녹아버릴 듯한 폭염에너지를 품고 있었고, 레인의 경우에는 모든 것을 얼리고 깨뜨려버릴 듯한 빙결에너지를 품고 있었다. 초능력을 가진 변이체나 고농도 초능력장을 펼칠 수 있는 고위 초능력자를 상대로도 압도할 수 있는 필살기였지만, 상대가… 아니, 상성이 나빴다. 소년은 소녀들의 가속 날아차기 공격을 그녀들의 초능력 에너지째로 튕겨내었다.

 

[으갸악! 뭐, 저런게 다 있어! 언니! 괜찮아요?]

[블랙아웃이 벌어질 뻔 했지만, 간신히 버텼어. 약점을 찾아봐야겠는데.]

 

폭염에너지와 빙결에너지를 방출하여 대규모 파괴를 일으킬 수 있는 강민아, 레인 콤비였지만, ‘고농도 초능력장으로 방어’하는 게 아니라 ‘고유 능력 자체가 방어 특화’인 경우엔 사이킥 에너지 방출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웠다. 강력한 물리공격이나 초능력 공격을 고농도 초능력장으로 방어해야 하는 경우엔 ‘방어’ 자체는 성공해도 고농도 초능력장을 유지하느라 체력이 크게 소모된다. 변이체 테러 도시에서 강민아가 수류탄 자폭(?)을 했어도 멀쩡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고농도 초능력장’을 펼쳤기 때문이었다. 만약 저 소년도 그렇다면 막든 말든 마구 화력을 퍼부어서 지치게 만들면 되었겠지만, 아예 고유 초능력이 ‘튕겨내는’ 거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언젠가는 가스마스크 은발 소년도 지치기야 하겠지만……

 

[좋아! 그럼 패턴 파악 좀 해보자!]

기세 좋게 달려든 강민아가 견제용으로 왼쪽 어깨 위의 수평 고속 2연장포를 발사했다. 가스마스크 소년이 짧게 척력장을 펼쳐서 몸을 튕겨서 피하자 이번에는 레인이 공중에서 사선으로 떨어져 내리면서 양 다리로 지면을 크게 밟았다. 그러자 그녀의 기계갑주의 양 다리의 방출장치가 열리면서 푸른 냉기가 퍼져나갔다. 황량하고 건조한 땅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너네들 재밌는데?”

지면에 퍼져나간 냉기를 피해서 소년이 바닥에 손바닥을 향하자 그의 몸이 공중으로 튀어올랐다. 그러나, 이 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강민아가 양 손에 뽑아든 로켓 부스터 손도끼로 소년의 머리 위에서 난타전을 시도했다.

[이거나 먹어라! 이 자식아!]

 

- 투두두두두둥!

 

지면을 향하여 손을 뻗었던 소년의 머리 위는 무방비 상태로 보였지만, 손이 아닌 등에서 척력장이 펼쳐졌다. 그러나 손보다는 방출력이 떨어지는 듯 강민아를 떨쳐내진 못했다. 정신없이 휘둘러대는 손도끼 난타가 척력장을 두들겨대며 깎아나갔다. 공간을 점유하여 자신의 초능력 현상을 강요하려는 초능력자들의 영역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한 명은 튕겨내고 밀어내는 초능력, 그리고 강민아는 불태우고 폭발시키는 초능력!

 

“이거! 정말! 짜릿한데?”

쉴새없이 휘둘러지는 손도끼를 척력장을 둘러서 막아내면서 은발 소년은 즐거워했다. 부스터가 없이 전투복에 가스 마스크만 쓴 소년은 금새 바닥으로 떨어져야 했고, 바닥에는 레인이 깔아둔 얼음판이 있었다. 직감적으로 이 근처에 내려서면 큰일나겠다는 생각에 소년은 다리에서 척력장을 방출했고, 그가 바닥에 내려서기도 전에 허공에서 퉁 튕겨올라 다른 곳을 향해 착지하려 했다.

 

[Hey! 딴데 보지 마! 아직 안 끝났다구!]

외부 스피커를 쩌렁쩌렁하게 울리면서 강민아가 부스터를 분사해서 소년에게 따라붙었다. 소년이 공중에서 손을 뻗어 척력장으로 강민아를 튕겨내려 했지만, 강민아는 오히려 부스터를 최대출력으로 분사해서 더 높은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좋아! 패턴 파악 완료! 애쉬! 레인 언니한테 내 생각을 좀 전해 줘.]

강민아는 강화갑주의 인공지능에게 자신의 생각을 ‘읽어서’ 레인에게 메시지 통신으로 전달해 줄 것을 요청했다. 뇌파입력의 경우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텔레파시 능력이 없는 그들은 웬만하면 음성입력을 통한 채팅을 하곤 했으나, 말로 설명할 틈도 없는 지금은 강민아의 단편적인 생각의 파편들이라도 읽어들여서 전달할 필요가 있었다.

 

[미나. 접수했어. 저 녀석의 약점은 그런 거였구나.]

꽁꽁 얼어붙은 지면을 미끄러지듯이 부스터를 분사해가며 빙결 영역을 확장해가던 레인은 양쪽 허벅지에서 4개의 단봉을 꺼내들어서 서로 연결했다. 4단으로 결합되어 길어진 봉을 붕붕 휘둘러 보던 레인은, 왼쪽 다리를 굽히고 오른쪽 다리를 뒤로 쭈욱 폈다. 왼 손은 펼쳐서 앞으로 들고 봉을 쥔 오른손은 뒤로 당긴다. 전형적인 투창 자세였다.

 

“와우! 빨간 누나, 장난 아닌데? 빠드레 말고 나를 이렇게 몰아붙인 사람은 처음이야!”

이리 저리 점프하고 날아다니며 격돌하는 와중에도 가스 마스크를 쓴 은발 소년은 환호하며 강민아에게 말을 걸었다. 계속해서 바닥을 얼음 투성이로 만들어가는 푸른 기계갑주의 초능력자도 신경쓰이긴 하지만, 지금 소년의 관심은 자신을 끈질기게 쫓아오며 도끼질, 주먹질, 발차기, 폭발, 불꽃, 총격으로 공격해오는 민아에게 쏠려 있었다.

 

“내 이름은 시준! 이시준이야! 누나 이름은?”

[알려줄! 필요가! 있을까!]

이리저리 크게 움직여 은발 소년, 이시준의 척력장을 피하지만, 결국엔 강민아는 척력장에 얻어맞아 멀리 튕겨나간다. 그러나 그 충격을 아무렇지도 않은 척 오기로 버텨가면서 부스터의 급가속으로 다시 소년 앞에 다가가 필사의 회피기동을 실시한다. 무수한 공격을 퍼붓는 것은 강민아였지만, 실질적으로 얻어맞고 타격을 입는 것 또한 강민아였다.

 

튕겨나가면 또 다시 부스터를 켜고 뛰어들어 근접전을 시도하고, 몇 번이고 척력장을 피해내다가 다시 보이지 않는 파장에 얻어맞는다. 헬멧 안 강민아의 얼굴은 여기저기 타박상으로 가득했지만, 몸속에 남아있는 의료용 나노 머신과 강화갑주에서 주입되는 약물로 응급치료를 하고 있었다. 고순도 초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초능력자인 강민아의 신체는 내장손상이나 골절 등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미처 막아내지 못한 충격이 그녀의 온몸을 두들겼다.

 

그다지 길지 않은 소년과 소녀의 전투였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에 무수한 격돌이 일어났다. 온몸이 타박상 투성이면서도 강민아는 끈질기게 부스터를 분사하고, 심지어는 폭발을 일으켜서 자신의 몸을 날려대면서 이시준에게 달려들었다. 그렇게 이시준이 강민아의 공격패턴을 파악하고 슬슬 그녀를 마무리할지, 이만 빠져서 다른 곳의 전투에 참여할지 고민할 무렵…

 

[지금이야! 레인 언니!]

일부러 외부 스피커로 이시준에게 말을 걸면서 그의 주의를 끌던 강민아가 이번에는 외부에 들리지 않는 통신으로 레인에게 신호를 주었다. 그리고 강민아는 자신의 폭염 에너지가 담겨 있는 수류탄을 바닥을 향해 내던졌다. 그곳은, 레인이 깔아 놓은 빙결의 대지 가운데에서도 특히 더 빙결에너지가 짙게 서린 곳이었다.

 

- 퍼어어어엉!

 

냉기와 열기가 만나 증기 폭발이 일어났다. 그러자 지금껏 보이지 않는 파장이었던 척력장의 윤곽이 확실하게 들어났다. 일반인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았겠지만, 강민아와 레인의 헬멧에는 자신의 고유 초능력인 폭염과 빙결 뿐만 아니라, 콤비인 서로의 능력의 영향력도 볼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 평범한 증기가 아니라, ‘초능력’과 ‘초능력’이 얽혀서 만들어진 대량의 증기. 이제 이 증기가 가라앉기 전까지는 이시준의 척력장은 발동지점부터 명확히 보인다!

 

“쑬데 없는 짓을!”

이 고열의 증기가 몸에 닿으면 극심한 화상을 입는다. 호흡기에 들어가면 더욱 치명적인 피해다! 가스 마스크의 정화능력 정도로는, 결코 고열 증기를 막을 수 없다. 그러나 척력장을 둘러서 보호막처럼 쓸 수도 있는 이시준이라면 척력장으로 방어하고 마스크에 내장된 산소로 호흡하면 될 뿐이다. 더군다나…

 

“모조리 밀어 내면 되니까!”

이시준은 코웃음을 치며 전방위로 척력장을 펼쳐내려 했다. 손바닥, 팔이나 다리 등으로 펼쳐내는 것보다는 척력장 방출량이 떨어지긴 하지만, 그가 지닌 능력에는 말 그대로 ‘모조리’ 구형으로 펼쳐서 튕겨낼 수 있는 기술도 있었다.

 

그러나.

 

이시준이 당황하고, 척력장을 모아서 펼쳐내려고 집중하는 그 짧은 시간은.

 

미리부터 준비해왔고, 고속으로 움직일 수도 있는 레인과 강민아게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 콰직!

 

공중에 떠 있는 이시준의 등 뒤에 다가온 레인이 봉 끝을 이시준에게 박아넣었다. 투창 자세를 취했지만, 실제로는 부스터 분사를 통해서 레인 본인까지 봉에 매달려 날아온 것이다. 봉 끝에는 아무런 날카로운 물건이 달려있지 않았지만, 레인의 4단결합봉은 척력장 방어막을 뚫어가면서 전진했다.

 

고농도 초능력장.

 

초능력장을 고농도로 펼치면 물리공격이나 초능력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 그렇다면, 고농도로 펼친 초능력장은 상대 초능력장을 뚫을 수도 있지 않을까?

 

강민아가 이시준에게 공격을 퍼붓고, 척력장에 두들겨 맞아가면서 끊임없이 그를 붙들었던 건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였다. 

 

“크학! 이런 젠…”

척력장 방어막을 뚫고 나간 봉 끝이 소년의 몸에 닿았을 때, 이시준의 몸을 관통하는 커다란 얼음이 자라났다. 가슴을 꿰뚫었을 뿐만 아니라 머리를 비롯한 온 몸을 뒤덮어 관통할 정도의 크기의 얼음 창이었다.

 

하지만 그 얼음은 금새 깨어지고 조각나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시준 역시 고농도 초능력장을 펼쳐서 자기 자신의 몸을 지켜낸 것이다. 사방으로 튕겨내는 척력장이 아니라, 자신의 몸 자체에 상대의 초능력이나 물리 공격이 침투하지 못하게 만드는 궁극의 방어막.

 

[아직이야!]

강민아는 오른손 주먹을 이시준의 명치에 꽂아넣었다. 곧바로 투콰앙! 하는 폭음과 함께 팔뚝 아래의 금속 칼날이 사출되었다. 그러나 이시준의 고농도 초능력장과 척력장을 뚫지 못하고 그녀의 오른팔과 함께 튕겨나갔다. 팔뚝 아래의 가이드 레일은 망가지고, 칼날은 부러져서 떨어져 나갔고, 오른팔도 꺾이면 안되는 방향으로 꺾여있었다.

 

[으극! 한번 더!]

이번에는 왼손 주먹을 주저없이 꽂아넣었다. 등 뒤의 아픔과 명치의 충격에도 이시준은 소용 없다고 비웃으려 했지만, 이번에 터진 것은 사출 칼날이 아니었다.

 

- 두두두두두두!

 

과충전된 총격이 강민아의 왼손 손등 위의 고속 2연사포에서 발사되었다. 튕겨나온 붉은 에너지탄이 강민아에게도 쏟아졌지만, 이것은 그녀 자신의 폭염 에너지. 열기에 면역력을 가지고 있는 강민아에게 피해를 줄 수 없었다.

 

“하! 그래서! 뭐! 이런 게 무슨 소용이 있지?”

고농도 초능력장을 발현시켜서 신체에 오는 데미지를 막고 있던 이시준이 비아냥거렸다. 지금 이 공격은 튕겨나가도 강민아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지만, 데미지가 없기는 이시준도 마찬가지였다. 오른팔이 부러져서 덜렁거리는 강민아를 어서 튕겨내고, 자신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려 했던 괘씸한 푸른 기계갑주를 찾으려 했던 이시준에게 강민아가 으스스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걸로 마지막이다. 이 자식아.]

강민아의 붉은 기계갑주의 양 다리와 왼손 손바닥이 용암처럼 달아올랐다. 그 상태로 그녀는 이시준에게 달려들어 꽉 껴안았다. 너덜거리는 오른팔은 일부러 쓰지 않았다. 

 

“이게! 진짜! 떨어져!”

온 몸에서 척력장을 방출하고, 손과 발을 써서 척력장을 방출하면서 강민아를 떼어내려 했던 이시준이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강민아는 척력장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았다. 마치 유령처럼 척력장이 강민아의 몸을 통과해서 뻗어나간다.

 

[히히! 드디어 잡았다! 요놈!]

초능력자는 서로의 초능력장 영역 안에서 고유 초능력을 펼쳐낸다. 그렇다면, 서로의 초능력장이 겹쳐 있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될까? 고농도 초능력장은 상대방의 초능력을 막아내는 방어막이 되기도, 상대의 초능력장을 뚫어내는 창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서로의 고농도 초능력장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는 서로의 초능력이 무력화된다.

 

물론, 여기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첫 번째, 고농도 초능력장을 펼친 상대의 신체에 나의 고농도 초능력장이 들어가 있을 것.

이것은 오버차지된 왼쪽 손등 위의 총격을 영거리 사격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아무런 타격이 없기에 무의미하다고 여겼던 이 공격이, 실은 강민아의 초능력장을 침투시키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공격 자체는 튕겨나왔지만, 그 안에 농축된 강민아의 초능력은 이시준의 몸 안에 침투했다.

 

두 번째, 상대의 저항력을 약화시킬 것.

아무리 상대의 몸 안에 초능력장을 침투시켰다고 하더라도, 굳이 이시준처럼 척력장 능력자가 아니더라도 초능력자는 자기 자신의 몸 안에서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는다. 만일 이시준이 뭔가 위화감을 느꼈다거나, 재정비할 시간이 있었다면 금새 자기 몸 안에서 강민아의 고농도 초능력장 파편을 몰아내고 위기를 벗어났을 것이다.

 

그러나 레인의 필살의 찌르기를 맞고 이에 버텨내기 위해서 이시준은 고농도 초능력장을 발현시켜 지쳐 있는 상태였다. 그와 더불어 강민아와 격전을 벌이다 보니 어느 샌가 그의 저항력도 강민아의 수법이 통할 정도로 떨어져 있었다.

 

마지막 세 번째.

 

서로 딱 붙어 있을 것.

 

멀쩡한 왼 팔과 양 다리를 이용해 강민아는 매미처럼 이시준에게 매달려 있었다. 강화갑주의 출력을 최대로 올리고, 왼쪽 손바닥과 양 다리의 사이킥 에너지 방출장치에서 폭염에너지를 무진장으로 방출하면서.

 

그러나 이시준은 불타지 않는다. 이시준의 고농도 초능력장이 강민아의 초능력 효과를 방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민아의 고농도 초능력장도 이시준의 몸 안팎에서 이시준의 초능력 효과를 방해하고 있다.

 

강민아는 튕겨나가지 않는다. 척력장은 펼쳐지지만, 강민아의 몸을 통과하여 퍼져나갈 뿐이다.

 

- 투둑,

 

부러지고 꺾인 강민아의 오른팔에 붙어 있던 기계 부품들이 떨어져나갔다. 이상한 방향으로 꺾인 강민아의 팔이 드러났다. 팔을 감싸고 있던 검은 이너슈트도 이리저리 찢기고 너덜너덜한 상태.

 

[야! 너! 마지막 기회를 주지! 항복해라!]

“…항복? 하! 웃기는군! 보나마나 그 얼음덩어리를 기다리고 있는 모양인데… 이까짓 거 금방 풀고 나갈 수 있어. 누나야말로 팔다리 뽑히기 싫으면 이대로 포기해.”

[…민아야.]

“뭐?”

[아까 물었잖아. 내 이름.]

“그게 뭐 어쨌다고.”

[내 이름을 기억해둬. 내 이름은…]

 

부러진 오른팔을 억지로 움직여 오른쪽 등 뒤의 대구경 2연장 폭염에너지 라이플을 움켜쥐면서, 그 커다란 총구를 간신히 가스마스크 은발 소년의 머리통에 가져다대고 붉은 기계갑주의 소녀가 외쳤다.

 

[강! 민! 아! 라고!]

 

맹렬한 폭음과 불꽃이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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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 1-1 (5/6) 종료. STAGE 1-1 (6/6)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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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작가의 말 : 14살짜리 빌런 하나를 18살, 15살 두 명이서 다굴쳐서 잡았네요. 그런데 여러분, 뭔가 잊은 거 없어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