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행성 모험활극> STAGE 1 : “난민 구출 작전”

STAGE 1-1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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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시간 전, 지구에서 온 이민자들이 대규모로 납치되었습니다. 약 8000명 규모의 난민들로 추정됩니다.” 

 

합동 브리핑 룸에서 현지 부대의 중위가 설명했다, 한쪽 구석에서 링거에 매단 수액을 맞던 키 작은 소녀, 강민아는 자기 옆에서 함께 브리핑을 듣던 10대 후반의 키 큰 흑인 소녀에게 소곤소곤 말을 걸었다. 흑인 소녀 역시 링거에 매단 수액을 맞고 있었다.

 

“레인 언니~. 이거 아무리 봐도 우리보고 한번 더 뛰라는 거 같죠? 소규모 구출작전도 아니고, 저런 대규모 구출 작전이면 꽤나 오랫동안 날뛰어야 하는 것 같은데. 언니는 괜찮아요?”

“할 수 있으면 해야지. 미나. 고고도 포격을 막아내느라 체력이 떨어지긴 했지만, 특별한 외상은 남지 않았으니까. 아마 우리가 시선을 잘 끌어주는 동안 다른 부대가 구출해줄 거다.”

“아으. 추가 보수는 섭섭지 않게 준다고 했지마는. 계급도 낮은데 굴리는 건 너무 험하게 굴려요. 2계급 특진을 요구합니다!”

“KIA가 아니면 힘들 텐데? 우리 쪽 업계에선 KIA나 MIA가 일상다반사이긴 하지만.”

 

근처에서 에코 분대 에이스 2명의 만담을 듣고 있던 강찬우는 작게 한숨을 쉬며 투덜거렸다.

“하아. 저 꼬맹이 녀석은 오빠보다 높은 계급이 되고 싶어 하는 건가. 뭐. 활약상을 보면 머지않아 정말로 나를 추월할 기세이긴 한데. 열다섯 짜리가 올라갈 수 있는 계급은 기껏해야 중사 정도? 아니, 어쩌면 소위로 올려버릴 지도 모르겠는데.”

 

어린 시절부터 소년병으로 굴러왔고, 전투 기술과 전공이 뛰어난 강찬우도 아직은 중사 진급을 앞둔 하사에 불과했다. 전공에 따라서 보수는 꽤 많이 받는 편이었지만, 용병 기업 ‘와일드 카드’에서는 섣불리 계급을 올려 주지 않는 듯 했다.

 

강찬우는 현지 부대 옆의 자리에 주르륵 앉아서 브리핑을 경청하던 다른 팀원들을 슬며시 둘러보았다. 강화 전투복을 벗은 상태에서도 거구를 자랑하는 사이보그 중화기병인 황 첸 상사는 차마 의자에 앉지 못하고 일어서서 팔짱을 낀 상태로 벽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에코 분대의 리더인 메이옌 대위는 스마트 단말기를 꺼내서 진지하게 메모하면서 앞을 바라보았다. 흘러내리는 머릿결을 이따금씩 쓸어 올리며 그녀는 쏘아보듯 날카로운 눈매로 홀로그램 프리젠테이션을 바라보았다. 평소에는 껄렁한 태도를 보이던 지정사수 데커드 중사와 방패병 레이븐 중사도 지금은 나름대로 진지하게 상황을 바라보는 듯한 태도였다. 

 

“지원팀 3명도 이번 건은 꽤 심각하게 보는 것 같은데…….”

천사같은 얼굴 뒤에 가차 없는 마개조 처치로 악명 높은 은발의 북유럽계 엔지니어 리아 니콜슨도 무언가를 단말기에 메모하면서 생각에 잠긴 눈치였다. 갈색 피부의 라틴계 차량 운전수 케샤 중사는 옆에 앉은 금발의 러시아계 청년을 손가락으로 콕콕 찔러대었다. 강찬우가 자세히 살펴보니 그 청년은 부동자세로 경청하는 듯한 태도이면서 눈은 어느 샌가 감고 있었다.

 

“미하엘 저 양반도 참… 일부러 자는 건지 졸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20대 초반의 미하엘 중사는 그녀의 계속된 손가락 찌르기에 견디지 못하고 눈을 떴다. 그러나 졸고 있을 때도 움직이지 않았고, 눈을 떴을 때도 깜짝 놀라서 몸을 움직이거나 하지 않았다. 아마도 자신의 사이보그 신체를 제어해서 경청 자세를 자동으로 유지하도록 프로그래밍 했으리라.

 

강찬우는 몰래 이리 저리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스마트 단말기로 자신의 얼굴을 촬영하여 비춰보았다. 역시…… 자신의 얼굴은 그 자리에 모인 어떤 사람보다도 더 심각하게 굳어있었다. 애써 딴 생각을 하면서 진정시키려 했지만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초조감이 밀려왔다.

 

“지구에서 온 난민들에게 저런 짓을 했단 말이지…….”

그와 여동생 강민아 역시 지구에서 가까스로 데네브 행성에 도망쳐온 난민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라고 해서 강력한 전투력에 비해서 계급을 낮게 주는 것에 불만을 품는 두 남매였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지구에서 겪었던 처절한 생존의 투쟁을 떠올려 보면, 그리고 데네브로 도망쳐 왔을 때 겪었던 난민 출신에 대한 차별과 착취를 생각해보면 지금의 생활에는 예전에는 미처 꿈꿔보지 못한 자유와 행복이 깃들어 있었다.

 

“추가 보수는 많이 주긴 한다만… 굴리는 게 너무 험하단 말이지.”

그럼에도 강찬우와 강민아가 범죄 조직이나 군벌 등에 몸을 맡기지 않고 용병기업 와일드 카드에서 활동하는 이유는 강찬우에게 나름대로의 신념과 정의가 있기 때문이다. 와일드 카드가 딱히 정의의 집단 같은 건 아니지만, 부당한 착취나 민간인 학살에 앞장서지는 않는 용병기업으로 유명하기에 그는 여동생을 데리고 와일드 카드의 일원이 되었다. 여동생 강민아 같은 경우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싸워대는 전투광 같아 보이긴 하지만……. 

 

“으음. 싸우다가 버서커가 되는 건 나도 마찬가지였지.”

강찬우는 전투 상황에 들어가기 전까진 험난한 인생을 살아온 19세의 청소년 답지 않게 이성적이고 정의를 추구하지만, 막상 아드레날린이 솟구쳐 오르는 전장에서는 그 누구보다 미친 듯이 몸을 사리지 않고 뛰어들었다. 다행히 아직까지 민간인 살해나 아군 공격 등의 실수를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강찬우의 고유 초능력 ‘전투 흥분’은 폭발적인 신체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대신 상당한 정신적, 신체적 부담을 그에게 안겨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분노를 일깨웠다.

 

 

19세의 강찬우에게는 꺼지지 않는 분노가 잠들어 있다. 무엇에 대한 분노인지, 대체 왜 참을 수 없는지는 잘 알 수가 없었다. 이기적인 어른들에 대한 거부감? 지구를 엉망으로 만든 괴물들에 대한 적개심? 세상의 불평등과 부조리에 대한 분노? 그 자신도 이 분노의 원인이 무엇이지 명확하게 깨닫지 못했다. 그래서 강찬우는 ‘적’을 향해 분노를 터트리고 ‘보호할 사람들’을 향해 친절을 베풀었다.

 

이것이 사춘기 특유의 반항심인지, 불합리한 세상을 바꾸어 나가려는 정의감인지는 모르겠지만. 

 

 

“…쉽지 않겠군.”

지구에서 오기로 한 난민들을 이민자로서 수용하려던 도시의 현지 부대와 함께 작전 회의를 하면서 메이옌이 중얼거렸다. 소수 정예의 용병 부대로서 그들의 기본 행동 지침은 ‘초능력을 가진 적을 제거’하고, ‘아군 초능력자를 활약’시키는 것이다. 분대 단위로 구성되어 초능력자나 초능력 괴물에 대항하는 스페셜리스트이다. 그런 에코 분대가 수천명이 넘는 난민을 구출하기 위한 대규모 작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 유명한 발키리 스쿼드와 함께 작전 수행할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브리핑을 맡았던 현지 부대의 중위가 그녀에게 악수를 청했다. 메이옌 대위는 애써 영업용 미소를 띄우며 손을 맞잡았다. 발키리 스쿼드. 메이옌 자신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별명이었지만, 애써 그런 속내를 숨겼다. 레인 크로포트와 강민아 정도면 뭐, 충분히 ‘발키리’라 불릴 정도로 화려한 전장의 아이돌이었다.

 

그러나 올해 스물일곱의 자신까지 싸잡아서 ‘발키리’라 부르며 때로는 함께 사진을 찍자며 사인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복잡미묘한 심경이었다. 심지어는 은발의 미소녀인 엔지니어 리아 니콜슨이나 20대 중반의 건강한 라틴계 미녀 케샤보다도 메이옌 자신이 더 인기 있다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이번에도 대위님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에코 분대는 와일드 카드 산하의 여러 파생 부대들 가운데에서도 신생 부대이고, 심지어 현장요원은 10명 정도인 소규모 부대였지만, 그들의 초월적인 활약상은 이미 관련 업계에서는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유명한 이야기였다.

 

특히 폭발과 화염, 냉기와 얼음을 내뿜는 2명의 재앙에 가까운 활약도 유명했지만, 함께 작전을 수행한 현지 부대원들 사이에서는 ‘미래 예측의 마녀’라고 불리는 메이옌이 더 인상적이었다. 고유초능력 ‘배틀 센스’를 이용해 적의 공격이 언제, 어떻게 올지를 예측하고, 아군이 어느 지점에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면 적을 쉽게 제압할 수 있는지를 음성 통신이나 홀로그램 통신을 통해 알려주는 그녀와 함께 싸우면 평소에는 그들이 할 수 없었던 놀라운 전과를 그들 스스로 이루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막강한 화력의 초능력자들을 볼 때면 ‘아. 저 사람들은 그냥 인간 전차구나. 인간 폭격기로구나.’ 하는 생각에 그치는 반면, 메이옌과 함께 싸운 사람들은 ‘나 스스로의 한계를 넘는 예술적인 전투’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메이옌의 소문을 들은 군인들은 그녀를 자기 부하로, 자기 상관으로 데리고 오고 싶어할 정도였다.

 

“네. 기대에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을 지키고 돕겠습니다.”

그러한 세간의 평과는 별개로, 항상 메이옌과 함께 전장에서 그녀의 명령에 따라 이리 구르고 저리 굴러야 했던 에코 분대 대원들의 생각은 좀 달랐지만 말이다.

 

“확실히 캡틴의 지휘가 대단하긴 하지만 말야. 전술전략보단 거의 니네들 깡스펙으로 밀어붙인 전투가 더 많았지 않음?”

회의실 옆의 대기실에서 금발의 사이보그 미하엘 중사가 책상 위에 누워 있는 강민아를 바라보며 물었다. 미하엘도 의자 여러개를 붙여 놓고 그 위에 누워서 과자를 집어 먹고 있었다.

 

“우웅. 바로 몇 시간 전에 미끼 역할로 콰광 하고 때려맞은 사람으로선 격하게 동의하고 싶어지네. 미샤 오빠.”

회복용 특제 수액팩을 교체하여 맞고 있는 강민아는 그 말에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일반 바늘은 피부에 잘 들어가지도 않아서 사이킥 메탈제 바늘을 통해서 수액을 맞으면서, 소녀는 몸속을 돌고 있을 나노 머신을 느껴보려 했다. 

 

다른 사이보그 대원이나 초능력자 대원은 몸속에 의료용을 포함해 여러 종류의 나노 머신을 품고 다니지만, 폭염계 초능력자인 강민아는 기껏 자기 몸 속에 집어 넣은 나노 머신도 전투를 벌일 땐 모조리 파괴되어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였다. 그래서 격렬한 전투를 벌인 다음 회복을 하려면 이렇게 수액을 맞으면서 나노 머신을 새로 집어넣어야만 했다. 

 

“미하엘 중사님. 대장님에 대해서 너무 막말하시는 거 아닙니까? 메이옌 대장님의 전술지휘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껏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겁니다.”

빙결계 초능력자인 레인이 한쪽 의자에 앉은 채로 말을 걸었다. 이 키 큰 흑인 소녀 역시 아직까지도 링거 수액을 맞고 있었다. 레인의 경우엔 강민아보다 나노 머신 파괴율이 낮긴 하지만, 전투 후에 나노 머신 보충과 수액 투여를 받아야 하는 건 마찬가지 신세였다.

 

“네~ 네~. 캡틴 빠순이 옆에선 함부로 말도 못하겠구만. 뭐, 캡틴 능력은 인정하지만 말야… 아무리 지휘를 기가 막히게 잘 한다고 해도 계속해서 사지로 밀어 넣는 건 좀… 그렇지 않냐?”

 

“우리가 그걸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선배님.”

마침 대기실에 뚜벅뚜벅 걸어 들어온 강찬우가 대답했다. 그는 메이옌이 현지 부대와 작전회의하느라 팀원들이 기다리는 동안에 잠깐 메디컬 체크를 받고 오는 길이었다. 고유초능력인 ‘전투흥분’으로 신체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지만, 소년병 시절부터 각종 약물과 나노머신을 과다하게 사용하여 몸 상태가 엉망인 강찬우는 이렇게 수시로 의료진단을 받아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시간 전의 변이체 테러 소탕 작전에서도 그는 전투력 유지를 위해 다량의 약물을 복용해가며 싸웠던 참이었다.

 

“오빠! 몸은 좀 어때? 괜찮아?”

누워있던 책상에서 몸을 벌떡 일으키며 강민아가 물어보았다. 그러자 강찬우는 눈 밑의 다크서클을 슥슥 문지르며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꼬맹이가 걱정할 정돈 아냐. 당장이라도 한판 더 할 수 있을 정도야. 그것보다 문제는… 우리가 이렇게 시간을 끄는 동안 잡혀간 사람들이 멀쩡할까 하는 점인데…….”

“아휴! 오빠는 자기 몸 걱정부터 해. 뭐,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어떻게든 되겠지. 우리는 잘 싸우면 그걸로 끝이야.”

“잘 싸우면 끝이긴. 헤헷! 못말리는 전투광 녀석.”

 

강찬우는 짐짓 쾌활하게 웃으며 여동생의 곱슬곱슬한 숏컷 헤어를 헤집었다. 머리 만지지 말라면서 강민아는 반격으로 오빠의 짧은 군인머리를 애써 헤집으려고 노력했다. 강찬우는 쓸데없이 CQC 기술까지 동원해서 강민아의 손길을 피하면서 여동생의 머리카락을 계속 헤집었다.

 

“이게 바로 현실 남매란 거군요.”

한쪽 의자에 걸터앉아서 스마트 단말기를 보고 있던 케샤 중사가 눈을 빛내며 중얼거렸다. 그녀의 단짝인 은발의 리아 니콜슨은 이번에 새로 구상한 장비가 있다면서 팀원들의 무장을 마개조하러 자리를 비운 참이었다.

 

“케샤 누님은 아까부터 계속 뭘 보고 있는 거요? 어디 나도 좀 봅시다.”

친근한 웃음을 지으며 금발의 사이보그 미하엘 중사가 몸을 일으켜 과자 봉지를 한 손에 든 채로 그녀에게 다가왔다.

 

운전수이자 차량 정비공 케샤와 해커이자 서브 엔지니어 미하엘, 초능력자이자 천재 엔지니어 리아 니콜슨은 작전시간 뿐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서로 잘 어울렸다. 초능력자 팀이 적진을 헤집고, 사이보그 전투 팀이 그 뒤를 받쳐주며, 자신들 지원팀이 따라간다. 총질보단 해킹이 내 적성에 맞다고 자부하는 미하엘로선 야전 엔지니어 동료인 케샤나 리아에게 큰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미샤 군. 프라이버시는 좀 지켜주렴.”

갈색 피부의 라틴계 미녀가 싱긋 웃으며 단말기 화면을 꺼버렸다. 

 

“헤헹! 화면 꺼버렸어도 해킹하면 되는데 말이지… 어이쿠! 화내지 마요. 안 할게! 누님한테 해킹 안할게!”

은근슬쩍 사이보그 몸의 해킹 장치를 켜는 시늉을 하던 미하엘이 급히 사과했다. 인공 피부를 덮어서 겉으로 보기에는 사이보그가 아닌 맨 몸의 사람처럼 보이는 미하엘과 케샤였지만, 전투 상황으로 인해 몸이 망가지고 부서지면 엔지니어답게 서로의 몸을 치료하고 수리해준 일도 많은 두 사람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둘 사이에 연애감정이 생기지는 않았다. 다만, 미하엘로선 그저 친한 누나동생 사이인 지금보다 더 발전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한쪽에선 현실 남매가 투닥거리고, 한쪽에서는 지원팀 콤비가 묘한 썸을 타고 있었을 때, 대기실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며 리아 니콜슨이 들어왔다. 즐겨 입는 작업용 오버올 차림에, 은색의 머리카락과 하얀 피부 곳곳에 기름때를 묻힌 채로 19세의 천재 엔지니어 소녀가 외쳤다.

“드디어! 완! 성! 여러분의 암실드를 개량했어요. 이제 방어면적이 2배로 늘어났답니다!”

 

리아는 돌돌돌 거리는 바퀴소리를 내며 끌고온 작은 손수레에서 강화 전투복의 팔 부분을 들어 올려 보였다. 몸속에 아무런 사이보그 장치가 없건만, 초능력자인 리아 니콜슨은 거뜬하게 그것을 들어올렸다. 전투형 초능력자가 아니더라도 순도 높은 초능력을 지닌 리아 니콜슨에게는 강화 전투복을 입고 격렬한 기동을 따라갈 수 있을 만큼의 신체능력이 있었다.

 

“짜잔! 어때요? 멋지죠? 여러분 꺼 모두 다 개조했으니까 당장 쓸 수 있어요! 그리고 나중에 아빠한테 말해서 와일드 카드의 다른 팀들에게도 적용시킬 거에요.”

자랑스러운 듯이 말하며 리아는 한쪽 손으로 코끝을 쓱 훔쳤다. 얼룩진 작업용 오버올을 입은 절세미소녀가 기름때 투성이로 활짝 웃는 모습을 보며 강민아가 가장 반색했다.

 

“와아! 언니! 기뻐요! 이제 좀 덜 두들겨맞겠네.”

키 작은 숏컷 곱슬머리 소녀는 링거 바늘을 빼버리곤 리아의 품에 뛰어들었다. 열기에 면역이어서 하얀 강민아의 피부에도 기름때가 묻었지만 민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링거대 근처에서 떠날 수 없었던 강민아의 약점을 이용해 근접격투술로 놀려먹던 오빠 강찬우도 내심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리아 씨. 고마워요! 잘 쓸게요! 아! 그리고 괜찮으시면 너클 블레이드 건으로 상담할 게 있는데.”

적들에게 달려들어서 칼날이 달린 말발굽형 너클을 휘둘러야 하는 강찬우로서는 이번 암실드 개량이 마음에 들었다. 암실드가 없던 시절에는 그냥 팔뚝으로 적의 공격을 막아야만 했었고, 길쭉한 방패가 양 팔에 추가된 지금도 방패 면적이 너무 좁아서 고민이었다.

 

그렇다고 방패 면적을 더 늘리면 움직임도 불편하게 될 터였다. 따로 들고 다니는 방패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강화 전투복의 양 팔 위를 덮는 구조의 방패였기 때문이다. 이걸 방패 양 옆에서 튀어나오는 추가방패를 수납하는 방식으로 바꾸다니!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간단한 아이디어였기에 이걸 지금에서야 해줬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고마운 건 고마운 거다.

 

“애송이들. 그게 그렇게 기쁘냐?”

지정사수 데커드 중사와 방패병 레이븐 중사도 대기실에 들어왔다. 몇시간 전의 전투에서 레이븐 중사가 부상을 당했고, 사이보그 몸인 그를 응급 치료 겸 마개조한 리아 니콜슨이 현지 부대 기지에 합류해서 의료진과 함께 그를 돌보던 참이었다.

 

그러다가 암실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아이디어가 떠오른 리아 니콜슨이 아예 에코 분대원 모두의 장비를 개조한 것이다.

“으흠! 리아 아가씨. 저도 감사합니다. 아까 무장 컨테이너에서 해주셨던 마개조… 아니 응급 치료는 너무 아팠지만 말이죠. 다음에는 좀 살살 부탁합니다아….”

마른 근육질의 영국계 중년 레이븐 중사가 리아에게 거듭 인사를 표했다. 오랜 용병생활을 거치는 동안 하나씩 하나씩 자신의 신체를 사이보그로 개조했었던 레이븐이었기에, 그 부품 중에는 상당히 오래되었거나 최신 부품들에 비해 성능이 다소 뒤처지는 것들이 많았다. 그랬던 것들이 기계를 마개조하는 리아의 초능력으로 인해서 새롭게 재탄생한 것이다.

 

“리아 아가씨~. 웬만하면 나한테는 이런 거 하지 말아줘요. 내껀 최신상 부품이니까. 튜닝이나 최적화도 끝내 놓았고.”

미국계 지정사수 데커드 중사는 절친 레이븐을 마개조한 리아에게 당부했다. 전투가 끝난 후 레이븐이 데커드에게 털어놓은 고통과 공포 때문에 – 주로 리아의 마개조가 원인이었다 -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하고 데커드는 다짐했다.

 

메디컬 체크를 마치고 재활 겸 가볍게 전투훈련을 해봤던 레이븐이 ‘반응속도도 올라가고 예전보다 훨씬 더 잘 버틸 수 있다’라며 기뻐하겐 했지만, 스나이퍼 겸 지정사수로서 쌓아둔 자금이 많았던 데커드는 자신의 사이보그 신체는 이미 최적화 튜닝을 끝냈기에 더 이상 마개조 따위 받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 자부했다.

 

“에이~. 그러지 말구요. 데커드 씨도 한번 저한테 튜닝 받아보시는 게 어때요? 최신상이면 더욱 더 잘 업그레이드 될 수 있을 테구요. 제 친구들도 데커드 씨의 몸을 더 높은 경지로 끌어올리는 데 도움을 줄 거에요.”

“아니. 난 정중히 사양한다니까.”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젓는 지정사수 데커드의 옆에서, 레이븐은 얼굴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친구들… 말이지? 윽. 안 좋은 기억이……. 생각 같아선 그 드론들 깨부수고 싶었지만 결과가 좋았으니까… 리아 아가씨 얼굴을 봐서 참아야지.”

 

레이븐의 사이보그 몸의 구식 부품이 마개조로 최신형 부품을 넘는 성능이 되었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아니, 리아 니콜슨은 뭔가 간단하게 휙휙 해내는 것 같았지만, 실험체(?)가 되었던 레이븐은 통각 제어 장치가 먹히지 않았고 오히려 사이보그 수술 받기 전에도 느끼지 못했던 극도의 고통을 느껴야만 했었다.

 

“흠흠. 저분들은 아직도 멀었군요. 누님과 나는 벌써 몇 번이나 마개조를 받았는데……. 그 짜릿한 느낌이란!”

“미샤 군. 나를 미샤 군 같은 변태처럼 말하지 말아줄래? 해킹에 더 도움이 될 거라면서 스스로 리아에게 몸을 맡기는 미샤군하고 난 달라.”

“아니, 누님! 뭔 남일처럼 말하고 있어요? 어떤 장비이든 쉽게 조종할 수 있게 해달라고 리아에게 부탁했던 건 어디 사는 누구였더라?”

 

대기실 곳곳에서 화기애애한(?) 대화가 이어지고 있을 때, 중화기병 황첸 상사와 분대지휘관 메이옌 대위가 대기실로 찾아왔다. 곳곳에 늘어져 있던 대원들도 벌떡 일어나고, 경례를 받은 후 메이옌이 그들에게 말했다.

 

“이제 곧 작전 개시다. 자세한 건 이동하면서 알려주겠지만, 우리의 임무는 2가지이다. 나, 레인, 강민아. 이렇게 3명이 현지 부대와 협력하여 적들을 전면에서 맞선다. 그 틈을 타서 나머지 7명은 구출 팀과 함께 난민 구출 작전을 실시한다. 우리 쪽 구출 팀의 지휘는 나를 대신해서 황첸 상사가 맡는다. 알아들었으면 일단 장비 챙겨서 수송선에 탑승한다. 실시!”

 

정규군보다 훨씬 풀어진 분위기의 에코 분대원이었지만 일단 작전이 시작되자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강찬우는 리아와 함께 그녀가 손수레에 담아서 끌고 왔던 부품을 가지고 복도를 뛰어가면서 생각했다.

 

“납치 후 골든타임은 12시간에서 48시간. 아직 몇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괜찮을 거 같긴 하지만. 자꾸만 드는 이 불안감은 무엇일까.”

 

 

한편, 그 시각. 대량으로 납치된 수천명의 지구인 난민들. 그들의 상황은……

 

 

…비참했다.

 

 

“으아아아아악! 내 팔! 내 다리!”

“꺄아아아아악! 안돼!”

 

마치 자동차 공장 같은 공간이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조립되는, 아니 개조되는 물건들은 ‘사람’이었다. 온 몸이 구속구에 묶인 상태로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서 움직인다. 그러면 공장 곳곳에 있는 기계팔들이 차례차례로 사람들에게 기계 부품을 집어넣어 개조한다.

 

원래부터 사이보그 부품이 몸에 있던 사람들은 물론이고, 태어나서 지금까지 사이버네틱스 수술 같은 건 받아본 적도 없는 사람들에게도 강제로 그들의 생체 조직을 떼어내고 기계 부품을 집어넣는다. 그 와중에 견디지 못하고 기절하는 사람들은 억지로 깨웠고, 고통 속에서 죽어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젠장! 내 차례인가.”

엔지니어 남매인 천승현, 천승희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사이보그 병사’로 만든다는 목적에 따라서 천승희는 개조 대상에서 제외되었지만, 그들을 납치한 악당 병사들은 남매를 총구로 위협하여 난민들을 사이보그로 개조시키는 일에 동원했다. 이들 남매 외에도 이민 신청을 위해서 기술을 익혔던 이들 중에 사이보그 개조 수술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이들은 위협에 못이겨 다른 사람들을 고통 속으로 밀어 넣는 일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결국엔, 엔지니어들도 스스로의 몸을 사이보그 병사로 개조해야만 했다. 심지어 그들 자신의 동료나 친구, 가족의 손에 의해서!

 

“오빠… 어떡해? 이대로 사이보그가 되어 버리면.”

“하하. 사이보그가 뭐 별건가. 지금까지 우리가 밥 벌어먹고 사는 일을 할 뿐이야. 그 대상이 내가 된다는 게 좀 기분이 이상하긴 하지만. 이제까지 우리가 봐왔던 손님들을 생각해보라고. 물론, 그동안은 수리나 개조를 한 거였지 처음부터 사이보그 수술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긴 하지만. 아우. 그나저나 저 녀석들 분명히 세뇌나 기억제거 할 텐데 그게 제일 걱정이네.”

“오빠…….”

“아프지 않게 잘 좀 부탁한다. 동생.”

 

눈앞을 가리는 눈물을 애써 닦아내면서, 천승희는 구속구에 묶여서 누워있는 오빠에게 수술장비를 가져다대었다. 하다못해 마취라도 제대로 시켜줬으면 했지만, 악당들은 일부러 고통을 주기 위해서인지 정말로 마취약이 부족해서인지 소량의 마취제만을 지급했을 뿐이었다. 수면제조차 주지 않았다.

 

“오빠… 조금만 참아. 혀 깨물지 말고.”

천승희는 자신의 옷자락 소매를 찢어 매듭을 짓고 재갈을 만들어 오빠의 입에 물려주었다. 자신의 입에 재갈이 물리기 전에, 천승현은 애써 분위기를 풀기 위해서 농담을 했다.

 

“이제 나도 개조인간이구나! 악의 조직이 우릴 납치했고, 세뇌를 해서 전투원으로 써먹으려는 절체절명의 상황! 하지만 나는 클리셰대로 세뇌를 이겨내 보이겠어! 그러니 너도! 지지마! 우린 반드시 여기서 나갈 수 있을 거야!”

 

 

그러나 현실은 비정하게도.

 

 

그들의 소원은 결국 최악의 형태로 이루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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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 1-1 (4/6) 종료. STAGE 1-1 (5/6)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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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작가의 말 : 아군 측의 마개조와 악당 측의 민간인 대량 납치 후 사이보그 개조. 

 

"WREYYYYY! 나는 인간을 그만두겠다!“라는 어떤 악당의 대사가 생각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