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행성 모험활극> STAGE 1 : “난민 구출 작전”

STAGE 1-1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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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저 멀리, 차원문 너머의 데네브 행성의 한 도시에서 시민들이 자신들의 가족, 친구, 직장 동료들이 괴물로 변한 변이체 테러에 시달리고 있을 때, 지구에서는 데네브 행성으로 향하는 차원문을 향해 난민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이미 수십년 전부터 괴물들 투성이로 변한 지구에서는 더 이상 살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나 데네브 행성으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각종 불법적인 이민 브로커들이 따라붙었고, 그나마 차원문을 넘어서 데네브로 갈 수 있는 자격은 특별한 기술을 배운 사람들에게만 주어졌다. 10대 후반의 남매 천승현, 천승희는 데네브 행성으로 이민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기 위해 폐허가 된 지구 환경에서도 이곳저곳에서 일하며 엔지니어링 기술을 익혔다. 

 

그러나 차원문을 넘을 ‘난민선’에 타려면 이민 브로커들에게 거액의 돈을 건네야만 했다. 어린 나이지만 뛰어난 엔지니어인 두 남매는 그동안 벌어둔 돈을 대부분 털어넣어야만 했다.

 

“아으으. 완전 빈털터리 신세야. 까딱하면 아끼던 디바이스들도 팔아치워야 할 뻔 했어.”

 

겨우 겨우 탈 수 있게 된 ‘난민선’ 안의 한쪽 통로에 배낭을 맨 등을 기대며 양 갈래로 머리를 묶은 17세의 소녀가 푸념했다. 여행용 캐리어 가방을 옆에 두고 배낭을 짊어지고 있던 18세의 오빠가 떨떠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실은 몇 개 팔았어. 어차피 스마트 단말기 같은 건 저 쪽에서 구하면 될 테고.”

“진짜? 설마 내 것도 판 거야? 그런 거야?”

 

천승현, 천승희 남매가 투닥거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들을 ‘난민선’ 안으로 데리고 온 이민 브로커 위우건은 담배를 피웠다. 

 

괴물들이 지구 곳곳을 활보하며 다니는 상황에서 농축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아무리 지하 대피소 등에서 첨단 기술로 농작물을 키워내고 있다지만, 넓은 농지에서 풍성하게 키워내던 과거의 지구처럼 충분한 양을 생산해 낼 수 없었다. 식물을 먹고 자라야 할 가축들로 얻는 고기는 합성 단백질을 배양한 합성고기로 대체되었다. 맛은 둘째 치고 제대로 된 먹거리인지도 의심이 가능 상황이었지만, 괴물들로 넘쳐나는 지구에서 사람들은 수십 년간 각종 합성식품으로 연명해야 했다. 심지어는 ‘쥐고기’ 가공품이 특식으로 팔리는 지경이었다. ‘쥐고기 버거’의 끔찍한 식감을 떠올리며, 위우건은 비싸디 비싼 담배의 연기를 후욱 하고 빨아들였다. 최고급 궐련은 커녕 필터도 제대로 안 갖춰진 막담배였지만 이민 브로커 일을 하면서 벌어들인 돈으로 누리는 자그마한 사치였다.

 

“콜록! 콜록! 아저씨! 좁은 데서 담배 피면 안돼죠! 환기도 잘 안 되는데.”

“안그래도 이 우주선은 엄청 낡은데다 유지 보수도 잘 안돼서 공기도 탁한데. 사람들도 너무 많고.”

 

좌석도 없이 입석만 가득한 ‘난민선’ 안의 공간에서 사람들은 서로 밀치며 짜증을 냈다. 바닥에 시트를 깔고 앉거나 누울 자리도 없이 만원전철처럼 빽빽한 사람들. 심지어 원래는 넓었던 우주선 안의 공간도 사다리와 바닥을 설치해 여러 층으로 나누어 놓았다. 의자도 없고 편의시설은 찾아볼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비싼 돈을 이민 브로커들에게 주고 ‘난민선’에 올라탄 사람들의 불만에 위우건은 담배연기를 뿜어내며 태연하게 말했다.

 

“어치피 금방 끝나니까 조금만 참으시죠? 무중력 공간에 가는 것도 아니고, 중력 가속을 받는 것도 아니고. 굳이 우주선에 타고 가는 건 밀폐된 운송수단이기 때문이니까. 차원 압력만 잘 버티면 끝나는 여행이란 말이지. 나도 벌써 왔다갔다 한게 수십번이 넘으니 다들 걱정하지 말라구요.”

 

그러자 성질 급한 사람이 숨겨온 권총을 꺼내어 위우건에게 향했다.

 

“이봐! 서비스 이따구로 할 거야? 어차피 무법 천지인 세상, 머리에 바람구멍 나 볼텨?”

 

그러나 총구 앞에서도 위우건은 태연하게 나른한 목소리로 지껄였다.

 

“아저씨! 그 총 치우시지? 저기 저것들 안 보여?”

 

한 명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서 의자도 치우고, 층과 층을 나누는 칸막이형 바닥을 만들고 사다리까지 만들었지만, 이 우주선 곳곳에는 승객들을 감시하기 위한 장치와 제압용 무기들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위우건의 눈길을 따라 그 흉흉한 광경을 살펴본 중년 남자는 권총을 도로 집어놓고 항복했다는 듯 장난스레 두 손을 들어 보였다. 주변 사람들은 그런 모습을 보고 권총을 꺼내서 난동을 부렸던 중년 남자를 바라보며 불안감을 느꼈다. 하지만 사실, 그 남자보다도 여차하면 자신들을 위협할 수도 있는 승객 제압용 무기들을 힐끔힐끔 바라보며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불만과 불평에 가득찬 사람들을 싣고, 우주선을 개조한 ‘난민선’은 바닥에 깔린 레일을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차원문’ 앞으로 다가서자, 난민선을 움직이던 레일이 점차 멈추더니 함내에 안내 방송이 울려퍼졌다.

 

[잠시 후 차원문으로 돌입할 예정입니다. 마구 흔들릴 수 있으니 승객 여러분은 안전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을 태워서 돈을 더 벌기 위해서 안전장치는커녕 의자까지 모두 치워버렸으면서 뻔뻔한 내용의 방송이었다. 그러나 난민들은 불안에 떨며 바닥이나 벽에 있는 손잡이를 꽉 붙잡고 의지했다. 허리에 있는 벨트를 풀어서 손잡이에 손과 연결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이윽고… 돌진이 시작되었다.

 

난민용 우주선의 뒤에서 추진체가 불을 뿜었다. 우주 공간으로 나갈 때처럼 지구 탈출 속도까지 가속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저 빠르게 전방의 차원문을 통과하기 위한 수준의 가속이었지만 안전장치가 없는 승객들은 마구 나뒹굴었다. 이민 브로커로서 벌써 수십번째 이런 일을 겪는 위우건은 용케 중심을 잡으면서 득도한 듯이 말을 내뱉었다.

 

“…개판이로구만.”

 

 

데네브 행성으로 이민을 원하는 난민들을 짐짝처럼 가득 가득 실은 우주선의 조종사는 침을 꿀꺽 삼켜 대며 모니터 화면 너머의 차원문을 바라보았다. 차원 압력을 견디기 위해서 난민 우주선의 창문은 모두 튼튼한 방벽으로 가려놓았다. 전방의 창문도 방벽으로 가리고 그저 카메라로 바라보며 조종하는 중. 그러나 화면 너머로도 차원문의 끔찍한 모습은 언제나 적응이 되지 않았다.

 

- 키에에엑!

 

조종사는 괴물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게 그들의 우주선이 향하는 ‘차원문’이란 건 거대한 괴물의 몸에서 발생하는 차원왜곡장이기 때문이었다. 곳곳에 구속구가 박혀있는 검붉은 민달팽이 모양의 거대한 괴물의 몸 위에 푸르스름한 에너지 덩어리가 원형으로 넓게 퍼져서 일렁인다. 에너지 덩어리의 너비는 수백 미터에 달할 정도! 수천명이 들어가 있는 난민 우주선도 너끈히 들어갈 수 있는 크기였다. 부스터의 가속으로 순식간에 다가온 일렁이는 차원문을 바라보며 조종사는 질끈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들의 기억은 끊어졌다.

 

 

정신을 차렸을 때, 천승희의 눈에 들어온 건 이곳저곳에 멍이 들고 상처를 입은 채로 비척비척 몸을 일으키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정신을 잃기 전 근처에 있었던 자신의 오빠를 찾아보자 저 멀리 트렁크 가방과 함께 널브러져 있었다. 자세히 보니 천승희 자신도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었다. 

 

거액의 중계료를 받아 챙겼으면서 서비스가 엉망인 수준을 넘어 승객들을 다치게 하다니? 왠지 화가 나서 천승희가 한마디 쏘아붙이기 위해 이민 브로커를 찾았다. 그러자 이리저리 넘어지고 밀쳐진 사람들 사이에서 비틀대며 일어나 손을 흔드는 위우건의 모습을 발견했다.

 

“여~ 거봐. 금방 끝났지? 우주란 건 참 신비하다니까? 눈 깜짝할 사이에 벌써 도착이라니. 이게 웜홀이란 건가?”

“…우주여행을 기대하고 무진장 많은 돈을 냈는데, 정작 우주여행한 것 같은 기분이 들지도 않네요. 우주 공간은 보지도 못했고.”

“아, 뭐. 사실 우주 공간이 아니라 행성에서 행성으로 이동한 셈이니까. 자! 다들 일어납시다! 우주선 나가면 저쪽에서 마중나온 차량들이 있을 겁니다. 거기 탑승해서 합류지점으로 갔다가, 각자 가야 할 데로 가면 끝~! 짧은 여행이었지만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다음 기회가 있다면 또 뵙도록 하죠.”

 

이런 서비스 엉망진창인 이동수단을 다시 탈 일이 있겠냐면서 꿍얼댄 천승희는 천승현을 찾아 흔들어 깨웠다. 부스스한 머리를 흔들며 깨어나던 천승현은 갑자기 헛구역질을 하며 토해댔다. 그러고 보면… 아까부터 여기 저기 다른 사람들의 토한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정말로, 최악의 운송수단이다.

 

“쓰읍. 역시 개판이로구만.”

 

얼마 안 남은 담배개비를 애써 끝까지 피워올리며 내뱉은 이민 브로커 위우건의 감상이었다.

 

 

이런 엉망진창인 난민 우주선이 있는가 하면, 그나마 안전하고 서비스도 좋은 ‘차원이동선’들도 있었다. 제대로 된 좌석과 안전장치, 그리고 편의시설과 괜찮은 수준의 서비스까지. 그다지 고급이랄 것도 없는, 평범한 ‘차원이동선’이었으나 천승현, 천승희 남매가 타고 왔던 싸구려 우주선에 비해서 탑승 요금이 어머어마하게 차이가 났다. 

 

그렇지만 짐짝처럼 실려와서 온몸이 멍든 채로 데네브 행성의 땅을 밟은 난민들도,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서 ‘차원이동’을 이용한 승객들도 한 군데에 모두 모여서 그들을 싣고 이동할 차량을 기다렸다. 분명히… 마중 나온다고 했는데?

 

- 키에에엑! 

 

“망할! 모두 도로 우주선에 들어가요! 뮤장 함선이니까 버틸 수 있을 거야. 바깥에는 차원 압력을 버틸 수 있는 장갑으로 떡칠이 되어 있으니 안심해도 되고!”

 

난민용 우주선에서 빠져나와 모여 있던 사람들이 좁은 입구를 향해 서로 밀치며 우주선 안으로 들어갔다. 우주선 안 바닥이 끈적거리며 질척거리는 토사물로 범벅이 되어 있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난민 우주선 바깥에서 개죽음 당하는 것보단 낫지!

 

- 위이이잉!

 

타고 올 때는 자신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처럼 보였던 승객 제압용 무기가 우주선으로 들어오는 입구를 향해 조준되며 총구를 향하자 내심 든든해 보였다. 어차피 차원 압력을 견딜 정도로 튼튼하다는 외벽에, 출입구는 센트리건이 조준하고 있다. 지구에서 차원문 인근에 있는 난민용 우주선으로 향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괴물들의 위협에 시달렸던가. 아니, 그들에겐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의 인생이 모두 괴물들의 위협 속이었다.

 

“자! 탑승할 때 반납했던 무기들 도로 가져가요! 급한 상황이니까 니꺼 내꺼 가리지 말고!”

 

난민 우주선의 크루들이 탑승객을 받을 때 반 강제로 뺏다시피 했던 무기들을 다시 나누어주었다. 괴물들과 싸우는 게 일상이었던 사람들에게 무기를 뺏기는 것은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었지만, 무기를 가진 채로는 이민선에 탑승할 수 없다는 걸 강요하기에 어쩔 수 없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데네브 땅에 내려섰어도 괴물들의 위협이 계속되는 지금, 승객들은 자기 무기를 찾아 다시 재무장하면서 불안감을 달랬다. 뮬론 그 와중에 서로간의 다툼과… 총격전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말썽을 일으킨 승객을 향해서 센트리건의 위협사격이 이어졌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서로의 불만을 삭힌 채로 곧 다가올 괴물들과의 싸움을 준비했다.

 

 

“오빠! 지금 뭐 하는 거야? 오빠도 싸우려고?”

“아니, 뭐, 좀. 빌렸어. 총이 남는다고 하더라구.”

 

사실은 총알받이가 필요하기에 천승현에게 승무원이 산탄총을 빌려준 것이지만, 이 소년의 생각은 달랐다. 아무리 사람들이 거대한 우주선을 요새 삼아 웅크리고 있는 다고 하더라도, 구출대가 오기 전까지 버티기 위해선 누군가는 나가서 싸워야 했다. 

 

더군다나, 마중 나온다고 했던 차량들이 보이지 않는 걸 봐선 이미 그들도 괴물들에게 당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도로 지구로 돌아갈까? 총을 나눠주면서 당장은 지구로 돌아갈 수 없다던 승무원의 이야기를 떠올리던 천승현은 고개를 흔들었다.

 

“오빠가 지켜줄게! 너는 안전한 곳에 들어가 있어!”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차라리 나도 같이 싸우지 뭐. 괴물 한두번 잡아 본 것도 아니고.“

 

공연히 허세를 부리며 여동생 천승희가 배낭 안에서 에너지 권총을 꺼냈다. 난민선에 탈 때 용케 안 걸리고 가지고 들어왔다 싶은 천승현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내놔. 서브웨폰 필요해.”

“오빠, 엄호사격 필요하지 않아? 산탄총만으론 좀 힘들 텐데.”

“그러니까 내놔. 잘 써줄게.”

“어디 맡겨둔 사람처럼 말하네? 글구 사격은 내가 더 잘하는 거 알지?”

“하아… 뭐, 광선총은 잘 쏘더라. 그러면 등은 맡길게요. 동생님~”

“맡겨두시라~! 오빠도 너무 앞으로 나서진 말고. 근처에 다가오는 것만 처리해 둬.”

“예압!”

 

너도나도 안전한 우주선 안으로 파고드는데, 용기 있게 나선 남매의 모습을 보고 흥미로운 듯 한쪽 눈썹을 치켜들며 위우건이 불을 붙이지 않은 새 담배개비를 빼어물고 질겅질겅 씹으며 다가왔다. 산탄총을 든 천승현의 왼쪽에 에너지 권총을 꺼내어서 이리저리 겨누어보던 천승희가 서 있었고, 위우건은 그럼 난 오른쪽~ 이라고 장난스레 경쾌하게 말하며  천승현의 오른쪽에 섰다.

 

“아저씨~! 그런데 왜 빈손이에요? 설마 맨손격투술로 괴물을 막을 생각인 거에요?”

 

총 들고 싸우겠다는 사람들 옆에 빈손으로 찾아온 위우건이 신경쓰여 천승희가 묻자, 그는 짜잔~! 하는 소리를 내며 자신의 옷 손목을 걷어 올렸다. 그러자 거기에는 ‘와일드 카드’가 쓰는 것과 같은 고속 2연장포가 양 손등에 매달려 있었다.

 

“어때! 멋지지? 끝내주지? 괴물들 상대할 땐 딱이라니까? 이게 요즘 얼마나 잘 나간다구.”

 

원래 강화 전투복에 장착하게 되어 있는 물건을 불법으로 사들여 맨 팔에 장착하고, 마개조한 주제에 묘하게 자랑스러워하는 위우건이었다. 따지고 보면 초능력자나 변이체를 상대하기 위한 장비의 일부이니 ‘괴물에게 잘 통한다’라는 말이 아주 틀린 건 아니었다. 

 

그러나 와일드 카드가 괴물을 때려잡을 수 있는 건 장비에 초능력장을 머물게 하거나 대원들 본인이 초능력자인 경우이기 때문에, 그저 고속 2연장포만 팔에 매달고 아이처럼 좋아하는 위우건이 얼마나 활약할지는 의문이었다.

 

“우와! 멋지다! 끝내준다! 아저… 아니, 형! 나중에 저도 그거 해보면 안돼요?”

“멋지긴 하네요. 그런데 그거 딱 봐도 불법 개조품인거 같은데. 제대로 쏴 본 적은 있어요?”

“후후. 이거 정말 쥑인다구. 이따가 펼쳐질 내 끝내주는 활약을 기대하라고~!”

 

- 키르르르!

- 키아아악!

 

우주선의 출입구 근처에서 여차하면 안으로 뛰어들 준비를 마친 3명은 멀리서부터 점차로 들려오는 괴물들의 울음소리를 들어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들처럼 총을 들고 맞서 싸우려는 사람들도 있었고, 제대로 된 ‘차원이동선’의 경우에는 무인 드론과 커다란 전투 기계가 나와서 요격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위풍당당한 위용을 바라보며 왠지 자신들까지 이 자리에 나와 있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며 살짝 고민하던 바로 그 순간, 강렬한 전자기파가 그들을 훑고 지나갔다.

 

- 치지이익!

- 푸쉬식!

- 퍼엉!

 

차원이동선 밖에 나와 있던 드론과 전투 기계들이 스파크와 연기를 내뿜으며 주저앉았다. 난민 우주선이나 차원이동선 안에 있던 장비들은 무사했지만, 그 밖에 있던 것들은 전자기파에 여과 없이 노출되었다. 차씨 남매의 배낭과 캐리어 가방에 들어있던 장비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울상을 지으며, 총이라도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해 보려고 쏴 보았다.

 

에너지 권총은 그나마 무사. 산탄총도… 무사.

 

그러나 천승현이 생각없이 쏜 총소리가 신호라도 된 듯, 사방에서 괴물들이 꾸역꾸역 몰려들었다. 새까맣게 모여들어 개떼처럼 엎드려서 뛰어오는 괴물들을 바라보며, 위우건은 지구에서 한때 유행했던 고전 게임 시리즈를 떠올렸다.

 

“스타크래프트냐고……. 시바.”

 

 

괴물들의 압도적인 물량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좌절했다. 우주선 안에 남아 있는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내어 총을 들고 나섰던 사람들도 이내 겁을 먹고 우주선 안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어떤 사람들은, 천승현, 천승희, 위우건이 그러는 것처럼 한 마리라도 더 많은 괴물을 해치우려고 총을 쏘아대는 이들도 있었다. 

 

과연 호들갑스럽게 자랑하던 만큼 위우건의 양 손등 위의 고속 2연사포는 많은 괴물을 쓰러뜨렸다. 의외로 겉모습만 따라한 게 아니라 와일드 카드가 어째서 초능력장을 돌파할 수 있는지 이해하고 있는 듯, 고속 2연사포는 푸른 색의 작은 에너지 배터리에 연결되어 있었다. 와일드 카드가 쓰는 것과 동일한 재질의 에너지 배터리였다. 그 안에는, 사이킥 메탈이 여러 물질과 합성되어 젤리 같은 형태로 녹아 있기 때문이었다. 평범한 에너지가 사이킥 메탈과 반응을 일으키면 초능력장을 띈다. 

 

손등에 매달린 보조 무기였을 뿐이지만, 거대 전투기계들이 망가지고 우주선 출입구 근처의 센트리건도 맛이 간 지금 어느 누구보다 큰 활약을 보이는 건 위우건이었다.

 

“히얏하~! 오물은 소독이다! 죽어라! 죽어! 죽어!”

 

트리거 해피 증상을 보이며 마구 쏘아대는 위우건을 두 남매가 말리느라 고생할 정도였다. 

 

그러나 개처럼 뛰어오는 괴물들은 끝이 없고, 마침내 최후의 순간이 왔다. 엎드려서 뒤어오던 괴물들이 몸을 일으켰다. 비틀리고 피부가 번들거리긴 했지만, 그들의 모습은 분명히 원래 사람이었을 괴물이었다.

 

 

바로 그때!

 

 

우주선 바깥쪽에 다가온 괴물들 사이에서 보라색 에너지 구체들이 여기저기 나타나 블랙홀처럼 괴물들을 빨아들였다! 그렇지만 괴물들은 근처의 무리가 보라색 에너지 구체에 끌려가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주선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괴물들의 날카로운 손톱이, 이빨이 사람들에게 닿으려던 순간, 그 괴물들은 보이지 않는 어떤 힘에 떠밀려 멀리 날아갔다.

 

“나이스 타이밍! 이젠 저쪽 차례로군!”

 

방독면을 머리에 뒤집어 쓴 은발의 10대 중반 소년이 괴물들을 향해 뻗었던 한 손을 내리고 다른 우주선을 습격하는 괴물들에게 다시 손을 뻗었다. 그러자 보이지 않는 힘이 괴물들을 튕겨내고, 밀어냈다. 그러나 소년의 위치에서 사각인 우주선 입구로 달려드는 괴물들도 있었다. 정체불명의 방독면 소년은 척력장을 손과 다리에서 내뿜으며 자신의 몸을 지면에서 튕겼다. 이리 저리 척력장을 부스터처럼 내뿜어서 방향을 전환한 소년이 자신이 목표한 곳으로 떨어져 내리며 외쳤다.

 

“시스터어~!”

 

소년이 향하고 있는 곳과는 다른 곳에서도 괴물들의 습격은 이어지고 있었는데, 그곳에는 갑자기 또 한 명의 방독면을 뒤집어 쓴 10대 중반의 은발 소녀가 나타나 순간이동을 반복하며 괴물들에게 총과 칼을 퍼부었다. 방독면 소녀의 손 안에 꺼내어 든 수류탄이 어느 순간 괴물들 사이에 나타나 터지기도 했다.

 

괴물들이 몰려온 절체절명의 순간에 나타난 은발의 방독면 남매. 그들을 바라보며 천승현, 천승희 남매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왠지… 그들과는 특별한 만남이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와아-! 하는 함성과 함께 괴물들의 뒤편에서 무기를 든 병사들이 몰려와 괴물들을 공격했다. ‘차원이동선’에 실려 있었지만 전자기파에 의해 무력화 되었던 것과 비슷한 종류의 전투 기계나 드론들도 있었다. 

 

호버링 차량을 탄 병사들은 마구 소리를 지르며 괴물들에게 총격을 퍼부었다. 궁지에 몰린 괴물들은 어느 순간, 무언가의 신호를 듣기라도 했는지 한쪽 저점을 향해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주변을 빼곡하게 매우며 몰려왔던 수많은 괴물들은, 갑자기 나타난 초능력자들과 전투 부대에게 당했어도 아직도 많은 수를 남긴 채 퇴각했다. 

 

“와아~! 구원 부대가 왔어요! 구출대가 온 거에요!”

 

환호하는 천승희 옆에서, 위우건은 고개를 저었다.

 

“아냐. 뭔가 구린 녀석들 같아. 정규군은 아니고…… 강도일 가능성도 있겠는데.”

 

이젠 살았다며 입구 앞의 세 명을 밀치고 우주선을 뛰쳐나와 구원자들을 맞이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이민 브로커 위우건은 승무원들과 상담하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그가 조종실에서 본 광경은, 살해당하거나 제압당한 크루의 모습이었다. 거기에는 삐에로 가면을 쓴 은발의 남자가 쓰러진 시체 위에 한쪽 발을 올리고 있었다. 가면의 남자는 조종실로 들어오는 위우건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여어~! 손님들을 이렇게 많이 데려와 줘서 고맙군. 브로커.”

“…역시 강도였군. 게다가 초능력자 강도.”“하하! 이 많은 목숨을 내가 살려줬으니, 너희의 목숨값은 내 것이라구.”

 

반격을 할까 하다가, 위우건은 얌전히 손을 들고 항복하는 시늉을 했다.

 

“이봐~! 손목의 그건 풀어둬야지? 아까 싸울 때 다 봤다구.”

 

위우건은 어쩔 수 없이 양 손목의 고속 2연장포를 풀어놓았다. 가면의 남자와 함께 조종실에 따라들어와 있던 그의 부하들이 움직여서 위우건을 거칠게 제압하고 무릎 꿇렸다.

 

“크흑! 이런. 이거 정말 큰일인데.”

 

 

여러 대의 우주선과 차원이동선에 나누어 탔던 수천명의 난민들. 그들 중에는 구원자들의 갑작스런 습격에 놀라면서도 총을 들어 응전하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 때마다 순간이동 소녀와 척력장 소년이 나타나 그들을 제압하고 무장해제 시켰다. 

 

그들을 죽음의 위기에서 구해주었던 이들이 갑자기 강도로 돌변한 것이다. 수천명이 넘는 사람들을 모두 제압하기에는 시간이 걸리고 어려울 것 같았지만, 무기를 든 병사들이 본보기로 몇 명을 처형하자 사람들은 금새 패닉에 빠져들었다. 무장 세력이 가지고 온 전투기계와 드론들도 사람들 사이를 오가며 감시했다.

 

“하하! 안녕하신가? 여러분!”

 

그렇게 무릎 꿇려진 수천 명의 사람들 앞에서 삐에로 가면의 은발 남자가 둥실 떠올라 외쳤다.

 

“내 이름은 세뇨르 빠드레! 뭐, ‘미스터 파더’라고 불러도 상관은 없어. 그래. 내가 당신들의 아버지이다. 자식은 아버지한테 절대 복종 해야겠지?”

 

하늘을 나는 가면 초능력자가 뭔 미친 소리를 지껄이는가 싶어서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사람들 앞에서, 가면의 은발 남자, 세뇨르 빠드레는 즐거운 듯 목소리를 높였다.

 

“내가 당신들을 구했다! 그러면 당신들의 목숨도 내 것이겠지?”

 

야, 이 미친놈아! 라는 말을 내뱉고 싶지만 당장 목숨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 아무도 대꾸를 하지 못했다. 한쪽에서 수천 명의 포로를 감시하면서 아버지를 바라보고 있던 은발의 방독면 남매들도 절래 절래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은발의 광인은 신나게 선언했다.

 

“자아~! 게임을 시작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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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 1-1 (3/6) 종료. STAGE 1-1 (4/6)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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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작가의 말 : 희대의 관심병자 악당 ‘세뇨르 빠드레’(Sr. Padre)의 등장입니다. 특유의 똘기가 여러분에게도 잘 전달되기를 바랬는데 어땠을지 모르겠군요. 고(故)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와 <블랙 불릿>의 가면 남자의 이미지를 모티브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