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행성 모험활극> STAGE 1 : “난민 구출 작전”

STAGE 1-1 (2/6)

=============================================================================

그나마 이 근처에 민간인이 없는 게 천만 다행이었다. 있는 거라곤 얼어붙어 있다가 증기 폭발에 휘말려 터져나간 괴물들의 조각과 아직도 꾸역꾸역 모여드는 괴물들, 그리고 헬맷 안에서 뚱한 눈초리로 민아를 바라보는 팀원들이었다. 

 

“어쨌든 왔으면 됐어. 브리핑은 이동하면서 듣자고. 그 전에, 여기 남아 있는 녀석들 좀 처리하고 가자.”

 

자욱한 고열의 수증기를 막아내느라 소모되는 에너지 보호막의 잔량을 체크하면서, 민아의 오빠 강찬우가 다가와 붉은 기계갑주의 헬멧을 툭 건드렸다. 괜히 머리 건드리지 말라고 신경질을 내면서도, 강민아는 오른쪽 등 뒤에서 대구경 2연장 폭염 에너지 라이플을 꺼내들었다. 강찬우도 양 허리 옆에서 너클 블레이드를 꺼내어 손에 쥐고 바닥을 짚은 채로 크라우칭 스타트 자세를 취했다.

 

[처리할 타겟과 타이밍은 이쪽 지시에 따르도록.]

 

각자의 헬맷 안에서 에코 분대 대장 메이옌 대위의 전술 명령을 담은 홀로그램이 펼쳐졌다. 적의 공격이 언제쯤 올 것인지, 어디로 피하고 어딜 공격하면 될 것인지를 예측한 메이옌의 고유 초능력 ‘배틀 센스’를 팀원과 공유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두 남매는 서로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 호흡을 맞추어 함께 싸워나갔다.

 

“오빠! 거기!”

 

강찬우가 괴물들 사이로 달려나가 위빙으로 상체를 움직여 칼날을 피하고, 스텝을 밟아서 강산성 액체를 피해가면서 두꺼운 칼날이 달린 너클로 주먹을 날려 대면, 그의 등 뒤를 노리는 적을 여동생이 큼직한 2연장 라이플을 쏴서 불덩어리로 만들어 버린다. 강민아가 손도끼를 빼어 들고 주변 적을 난도질하면, 오빠가 양손의 너클 블레이드를 휙 던져 올리곤 자신의 양 허벅지에서 대구경 에너지 권총을 뽑아서 엄호사격을 몇 차례 하고 다시 허벅지에 꽂아 넣고 떨어져 내리던 너클 블레이드를 받아서 다른 적에게 돌격한다. 여동생의 붉은 갑주와 오빠의 흑백의 전신 전투복이 어우러지며 괴물들 사이를 휘젓고 다녔다.

 

“나는… 이쪽이군.”

 

냉기를 줄줄 흘리는 푸른 기계갑옷의 여성, 레인 크로포트는 4단 결합봉을 합쳐서 하나의 장봉으로 만들며 헬맷 안에 홀로그램을 표시된 지점을 향해 미끄러지듯이 달렸다. 양 어깨 옆의 부스터에서 냉기 에너지를 분사해서 가속하고, 발 아래에서도 시퍼런 냉기가 깔리며 바닥이 얼어붙는다. 지나가는 궤적마다 냉기를 뿜어서 얼려가면서 레인은 결합봉 앞에 얼음 칼날을 형성했다. 푸른 기계갑주의 레인이 괴물들을 지나칠 때마다 고대 장수가 말 위에서 언월도를 휘두르듯 얼음 칼날을 매단 봉을 휘두르면서 베고 지나가면, 끔찍할 정도의 재생력을 자랑하던 괴물들도 속절없이 잘려나가고 얼어붙었다. 

 

“에너지 충전 완료. 이걸로 마지막이다.”

 

레인은 담담히 중얼거리며 오른쪽 등 뒤에서 대구경 2연장 빙결 에너지 라이플을 꺼내들었다. 등 뒤에 매달고 다니면서도 꾸준히 에너지를 충전하던 커다란 총은 지금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으르렁거렸다. 다른 팀원들의 전투를 홀로그램 명령으로 지원하면서도 레인에게도 포격 최적화 경로를 알려주는 지휘관 메이옌 대위에게 감사하면서, 레인은 극도로 충전되어 압축된 빙결에너지를 발사했다.

 

- 콰드드득!

 

푸른 에너지의 폭풍이 괴물들을 뚫고 저 멀리까지 퍼져나갔다. 그리곤 그 폭풍의 선을 따라서 모든 것이 얼어붙는다. 붉은 기계갑주의 강민아가 불꽃과 폭발로 도시를 헤집어 놓는다면, 레인은 평소에는 빙결 에너지를 내뿜는 걸 절제하지만 한번 크게 터트릴 때는 강민아 못지 않은 파괴마로 악명이 높았다.

 

“어우야. 장난 아닌데?”

 

지정사수를 보호하면서 괴물들과 싸우던 방패병이 감상을 내뱉었다. 양 어깨 옆에 숄더 사이드 부스터를 매달고 다니는 다른 팀원들과 다르게, 그는 접이식 기계방패를 양 어깨 옆에 부착한 대원이었다. 지금은 왼쪽 어깨를 앞으로 내민 채로 기계 방패를 펼쳐서 바디 벙커처럼 바닥에 고정시키고, 오른손으로 대구경 에너지 권총을 꺼내서 근처로 다가오는 괴물들을 무성의하게 쏘아대는 중이었다. 그의 방패 뒤에서는 지정사수 대원이 연장총신을 연결한 대구경 2연장 에너지 라이플로 멀리 있는 적들에게 조준사격을 하면서 대꾸했다.

 

“그래도! (파앙!) 저렇게! (파앙!) 날뛰는! (파앙) 멤버들이! (파앙!) 있으니까! (파앙!) 편하더라구! (파앙!)”

 

그리고 방패병과 지정사수 주변에는 지휘관 메이옌 대위가 총과 칼을 휘두르며 그들에게 다가오는 괴물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메이옌은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사격으로 차례차례 괴물들의 머리를 날려버리며, 가까이 다가온 괴물은 오른쪽 허벅지 옆의 검집에서 도검을 왼손으로 발도하면서 베어버렸다. 그러면서도 고유초능력 ‘배틀 센스’를 이용해서 팀원들에게 예측 정보를 홀로그램 명령으로 지원하는  메이옌 이었다.

 

“갑자기 왠지 나는 하는 일이 없는 것 같은 자괴감이 든단 말이지? …어이쿠! 내 뒤로 숨어!”

 

방패병 대원은 메이옌의 홀로그램 경고를 보고는 오른쪽 어깨의 접이식 기계방패도 앞으로 움직여서 양쪽 어깨의 방패를 합쳤다. 전신을 가리는 벙커 실드가 겹쳐지자 꽤 넓은 범위를 막을 수 있는 방패가 형성되었다. 그 상태로 그의 양 허벅지 옆의 싸이(thigh) 부스터와 등 뒤의 부스터를 분사하며 충격을 대비했다. 양 손은 바닥에 꽂힌 방패 유닛을 단단히 붙잡은 채였다.

 

- 투아아앙!

 

대원들의 강화 전투복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보호막 외에도 강력한 물리 방패로 막았는데도 만만치 않은 충격이 방패병 대원에게 가해졌다. 온 몸 곳곳에 있는 사이보그 부품이 죄다 부서진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사이보그 수술의 효과로 어느 정도 통각을 미리 차단할 수 있었지만 정말로 착각이 아니라 몸 곳곳에서 고장 메시지가 뜰 정도였다.

 

“아윽! 이런. 리아 아가씨한테 가야겠어. 저 녀석은 대체 뭐지?”

“어이! 괜찮아? 일단 후퇴해야겠군. 방패로 앞에 잘 막고 부스터는 뿜지 말라고.”

 

방패병 대원의 희생으로 인해 피해가 적은 지정사수 대원이 그의 어깨 밑에 손을 넣어 붙잡고 비스듬히 누워서 자신의 등 뒤 부스터와 어깨 옆의 부스터를 이용해서 후퇴했다. 전선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무장 컨테이너 차량으로 다가가서 부상당한 방패병을 내려놓은 지정사수는 메이옌 대위와 통신하며 전장으로 복귀했다. 무장 컨테이너 차량에서는 후방 대원과 수리 드론이 나와서 방패병 대원을 끌고 들어가 무장을 해제하고 사이보그 몸을 수리하며 치료했다.

 

“아이고. 많이 다치셨네요. ‘그거’ 하실래요?”

“아. 리아 씨. 그건 아직 좀 마음의 준비가….”

“제대로 된 치료는 나중에 본부 가면 할 수 있겠지만, 사이보그 부품은 지금 바로 처치 가능해요. 좀 참아봐요. 레이븐씨 데이터는 저한테 이미 있으니까 곧바로 새것처럼 바꿔드릴게요.”

“이 아가씨야! 아니라니까! 아직 아니라니까!”

 

그러나 방패병 대원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작업용 오버올 차림의 은발 미소녀는 망설임 없이 한쪽 구석에 놓여 있는 자신의 강화 전투복 착용 장치로 향했다. 그녀는 간이 탈의실에서 커튼을 치고 옷을 강화복용 이너슈트로 갈아입고,, 강화 전투복 착용장치에 앉았다. 철컥철컥 위잉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특수소재로 만든 검은 전투복이 입혀지고, 그 위 여러 군데를 은색 금속판이 뒤덮고, 등 뒤의 부스터와 양 어깨 옆의 부스터 등이 장착되었다. 마지막으로 헬맷을 눌러쓰고 리아는 방패병이 놓여서 치료받고 있던 장소로 걸어왔다. 엄살을 피우며 자리를 피하려던 부상병은 이내 마음의 각오를 굳혔다.

 

“음. 때가 왔군요. 차라리 그러면 안 아프게.”

“어… 통각 스위치 끌 수 있는 몸 아니시던가요?”

“아니 그런 마개조를 가할 텐데 그게 제대로 작동할 리가.”

“글쎄요? 아직 모르죠? 레이븐 씨한텐 잘 될지도?”

 

체념한 사이보그 부상병은 자신을 수리하고 치료하는 드론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얘들아. 니네 주인님은 오늘도 한건 하실려나 보다.”

“주인님이라뇨? 이 아이들은 제 친구랍니다. 이 친구들이 레이븐 씨를 도와줄 거에요. 그러면 우선 먼저, 에잇!”

 

강화 전투복을 입은 은발 미소녀의 손이 은색의 전류로 물들었다. 그 상태로 무장 해제당한 방패병의 가슴에 손을 얹자, 그의 온 몸 구석구석에 있던 사이보그 기계부품들이 그녀의 초능력에 반응해서 격렬한 은색 전류를 내뿜었다.

 

“끄아아아아악!”

 

통각 제어 시스템도 소용없었다. 파괴와 재창조. 기계를 마개조하는 리아 니콜슨의 고유 초능력은 몸 속에 기계를 박아 넣은 사이보그 부상병을 치료 했… 아니 마개조했다! 이제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롭게 태어난 자신의 사이보그 부품의 몸을 이끌고 무장을 재장착하여 전장으로 복귀하게 될 것이다.

 

 

한편, 절친한 친구이자 동료 대원을 무장 컨테이너에 두고 왔던 지정사수는 자신이 자리를 비운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엉망진창이 된 시가지를 보고 침음성을 흘렸다. 그래도 잘 싸워서 이기고 있었는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다행히 아직 팀원 중에 사망자가 나온 것 같지는 않지만, 실시간으로 격렬하게 파괴되고 있는 현장에서 날뛰는 괴수들을 보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데커드 중사님! 일단 이쪽 지역은 저 녀석들에게 맡기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시랍니다! 저희도 무장 컨테이너 쪽으로 복귀하고 있어요.]

 

혼란에 빠진 시민들을 수습하고 괴물들에게서 보호하던 두 대원이 차량으로 돌아오면서 지정사수에게 연락했다. 지정사수 데커드가 전장을 바라보자, 거대 괴수들이 날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인간을 그대로 빌딩 크기로 만든 듯한 괴수는 공룡 같은 꼬리를 휘두르며 건물을 마구 부수고 다녔다. 다리 여섯 개 달린 것 같은 거대 도마뱀처럼 생긴 괴수는 커다란 입에서 에너지를 모아 포탄 같은 에너지 덩어리를 날려댔다. 저게 아까 숙련된 방패병 대원 레이븐 중사가 얻어맞고 뻗어버린 공격이었다. 심지어 그 괴수는 더욱더 에너지를 모아서 아예 광범위한 광선공격을 입에서 쏴대기도 했다.

 

“야, 이…”

 

그래도 어떻게든 이 상황에 끼어들어 도움을 주고 나서 다른 지역으로 갈 생각이었던 데커드는 저 틈에서 싸울 수 있는 자신이 없어서 혀를 차고 주변 건물을 살펴보았다. 지정사수 답게 건물에 숨어서 저격할 수는 있겠지만, 건물 채로 무너지고 박살나는 상황에서는 초장거리 사격이 아닌 이상 별 도움이 되지 않을 터였다. 더군다나 일반적인 괴물이라면 모를까, 저런 거대괴수 상대로는 그의 실력으로는 피해를 입히기가 어려웠다. 왜냐하면……

 

“저거 딱 봐도 그거네. 전함급 초능력 괴수! 쏴도 튕기겠지.”

 

그가 속한 용병기업 ‘와일드 카드’의 에코 분대의 무장은 기본적으로 변이체 및 초능력자를 상대하기 위한 장비였다. 일정 수준 이상의 초능력자나,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 괴물은 자신의 몸 주변에 초능력장, 사이킥 필드를 두르고 있다. 현실의 물리 법칙을 왜곡시키고 자신의 고유 초능력에 따라서 변질시키는 그들의 방어를 뚫기 위해선 그들이 지칠 만큼의 물리공격을 퍼붓거나, 똑같이 초능력장을 이용한 공격이 필요했다. 그래서 와일드 카드 대원들의 강화 전투복에는 사이킥 메탈과 관련 합성물질이 아낌없이 사용되었다.

 

설령 대원들 본인에게 아무런 초능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강화 전투복과 왼쪽 등 뒤의 에너지 배터리에서는 낮은 수준의 초능력장은 그냥 무시하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만큼의 초능력장이 발생되고 있었다. 오른쪽 둥 뒤에 거치한 대구경 2연장 에너지 라이플도 목표의 초능력장을 부수면서 꿰뚫기에 충분한 성능이었다. 하지만 고농도의 초능력장을 펼치는 목표를 상대하려면, 좀더 특별한 무기가 필요했다.

 

“그런데 이건 왠지 안 통할 것 같단 말이지.”

 

오른쪽 허벅지에 매단 ‘파일 런쳐’를 바라보며 지정사수는 입맛을 다셨다. 접이식 총신을 펼치고, 탄창 안의 큼지막한 사이킥 메탈제 말뚝을 발사하면 고농도 초능력장도 뚫고 들어가면서 목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실탄병기였다. 그러나 그것도 상대가 어느 정도여야 하지, 저렇게 커다란 괴수를 상대로는 어림 없는 소리였다.

 

“어쩔 수 없지. 갈 길 가자.”

 

괴수 대결전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에서 악전고투하고 있을 팀원들에게 마음속으로 응원을 보내면서, 데커드 중사는 부스터를 내뿜었다. 그에게는 그의 수준에 맞는 전장이 있으니까.

 

 

“아우! 그냥 도망가기냐!”

 

거대 괴수들의 난입 이후 부상병을 데리고 잠시 후퇴했다가 돌아온 지정사수가 머뭇거리다 가버리자 강찬우 하사는 정신없는 와중에도 불만을 내뱉었다. 그는 거대 괴수들과 함께 몰려온 일반 변이체들을 상대하던 중이었다. 사람이 변해서 만들어진 괴물, 변이체. 그들 상대로는 강찬우의 CQC(근접 격투술)이 먹히지만 거대 괴수 상대로는 어림도 없었다.

 

너클 블레이드를 낀 손으로 쉴새없이 주먹을 휘두르고, 양 팔뚝 아래와 양 발의 에너지 블레이드 인젝터로 에너지 칼날을 뽑아내어 칼날 달린 팽이처럼 마구 회전하며 베어넘겨도 적들은 좀처럼 줄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무장 컨테이너 차량 째로 수송선에 실어서 투입되었던 때부터 지금까지 상대해왔던 변이체들은 상대할 만 했다. 하지만 지금 나타는 이 변이체들은 초능력 변이체들만 모였는지 멀리서 쏘아대는 공격은 그냥 막아내고 이렇게 가까이 다가가서 서로의 초능력장을 밀어내며 중화시켜야만 간신히 공격이 통했다.

 

끄러는 와중에도 거대 괴수의 꼬리가 바닥을 휩쓸고, 부서진 건물 파편은 마구 튀어오르고, 강력한 에너지 공격을 입에서 쏴대는 괴수들은 이곳저곳을 폭격해댔다.

 

불꽃을, 아니 폭발과 폭염을 휘두르며 싸우는 강민아와,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푸른 냉기의 레인 크로포트가 분전하고 있었지만, 그들로서도 거대 괴수들을 모두 해치우기에는 시간이 덜리는 상황이었다. 사이즈가 너무 달랐다. 게다가 덩치만 큰 게 아니라 거대 괴수들은 상대의 공격을 무효화하는 강력한 초능력장도 갖추고 있었다.

 

그렇게 폭발과 화염, 냉기와 건물 파편이 마구 날아다니는 상황 속에서도 메이옌 대위는 실낱 같은 틈을 찾아서 도검을 휘두르고, 라이플을 쏘아 댔다.

 

방패병과 지정사수가 빠진 자리에서도 중화기병이 남아서 대구경 3연장 에너지 라이플을 난사하고, 허리 뒤의 수평 대용량 에너지 배터리의 양 끝에서 소형 추적미사일을 발사해대는 상황이었다.

 

누군가는 중화기병을 보호해야 했다. 그녀와 중화기병마저 이 자리에서 빠지면, 아무리 신체능력이 뛰어난 강찬우라 하더라도 살아남기가 쉽지 않을 것이었다.

 

[레인 하사! 강민아 하사!]

 

본인도 죽음의 틈 사이를 헤집고 다니면서도, 기계갑주를 걸친 2명의 에이스 근처에서 싸우던 메이옌 대위가 그들을 불렀다. 메이옌의 ‘배틀 센스’는 자신의 근처의 전장 상황을 예측하는 초능력. 그래서 레인과 강민아를 전투 예측으로 지원해주기 위해서라도 메이옌은 끝까지 남아서 그들의 근처에서 싸웠다. 

 

그러나 이제는 한계 상황. 두꺼운 장갑과 에너지 방어막으로 보호받고 있는 중화기병도 거대 괴수의 직격을 받으면 버티지 못할 것이다. 일반 변이체의 공격은 웃으면서 그냥 막아내는 방패병도 순식간에 리타이어 한 상황. 다른 전장으로 보내버린 지정사수와 마찬가지로 중화기병도 슬슬 여기서 빼야 할 것이고, 그러면 강찬우와 메이옌만 남는다.

 

강민아와 레인은 거대 괴수들을 상대하고 있는데, 여기서 누군가는 새롭게 나타난 강력한 초능력 변이체들을 상대해야 한다. 지금까지 그 역할은 강찬우, 메이옌, 중화기병의 몫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한계에 가깝다.

 

막강한 화력의 중화기병의 공격이 점차 통하지 않는다. 초능력자가 아니라 그저 훈련받은 사이보그 군인인 중화기병의 공격으로는 엘리트 변이체들의 고농도 초능력장을 뚫지 못했다. 아예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직접 접근해서 자신들의 초능력장으로 상대 초능력장을 중화시켜가며 공격하는 메이옌과 강찬우에 비해서 시원찮은 성과였다. 그저 적들의 이목을 끌고 움직임을 둔하게 해서 강찬우의 주먹질과 메이옌의 검격이 통하게 하는 정도의 역할.

 

[우린 지금 후퇴하겠다! 두 명은 각각 지정 포인트에 적들을 끌어들인 후 회피할 것. 궤도 포격을 요청하겠다.]

[캡틴~! 너무해요! 또 우리 미끼로 쓰는 거에요?]

[라저. 발키리 스쿼드에서 가장 튼튼한 건 우리 뿐이니 어쩔 수 없지. 명령 수행하겠습니다. 대장.]

 

강민아는 또 이거냐는 듯이 투덜대며 붉은 폭염에너지를 가득 끌어올린 다리로 포격 괴수의 머리를 올려찼다. 입안 가득 에너지를 충전하던 괴수는 자신의 입 안에서 터진 에너지 폭발로 괴로워했다. 레인은 덤덤히 대답하며 공룡 꼬리 달린 인간형 거대 괴수의 발 아래를 빙판으로 미끄럽게 만들어 넘어뜨리고, 머리 부분에 올라타서 있는 힘껏 봉을 찔렀다. 봉의 끝 부분에서는 충격파가 터져나오면서 거대 괴수의 눈을 꿰뚫고, 뇌 안에 커다란 얼음 꽃을 피워냈다. 

 

그렇게 거대 괴수들을 해치운 두 명이었지만, 아직도 다른 거대 괴수들이 남아 있었고, 이제는 다른 팀원들이 맡아 주던 변이체들도 상대해야 하는 상황.

 

[아우! 또 자폭 엔딩이냐고! 이번엔 보너스 좀 두둑히 챙겨주셔야 돼요~!]

[…추가 생명수당. 기대하겠습니다.]

 

고고도 궤도 포격지점으로 적을 유인하는 역할을 맡은 붉고 푸른 기계갑주 대원 2명의 통신을 들으면서, 메이옌 대위는 광전사처럼 미친 듯이 변이체들 사이에서 싸우던 강찬우에게로 다가섰다. 통신으로 작전 설명했는데도 미처 알아듣지 못하고 무아지경 상태에서 싸우는 듯 했다. 

 

메이옌은 강찬우를 공격하려던 엘리트 변이체를 왼손의 발도술로 해치워버리고, 오른손으로 그를 휙 잡아서 돌려세웠다. 헬맷 너머로 서로 얼굴을 마주친 강찬우가 그제서야 공격을 멈췄다.

 

“강찬우 하사. 우리도 빠진다.”

“아… 캡틴. 또 그거군요. 꼬맹이들 자폭시키는 거.”

“자폭은 아니다. 포격 지점으로 유인 후 빠지는 거지.”

“그거나 그거나…. 애들 좀 살살 굴려요.”

“고려해 보지. 그리고 너도 아직 애다.”

“열 아홉이면 어른이죠! 전투 경력도 벌써 몇 년 차인데.”

 

[캡틴! 안 오실 겁니까? 저는 슬슬 버티기 어려워서 먼저 빠지겠습니다.]

 

메이옌 대위와 강찬우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그들을 엄호사격하고 있던 중화기병이 양 어깨 옆과 양 허벅지 옆의 부스터를 작동시켜서 빠져나갔다. 나가는 김에 서비스로 남아 있는 소형 추적미사일을 죄다 발사하고 각종 에너지 공격을 퍼부어서 탄막을 형성했다. 이제 남은 건 중화기병이 시선을 끌어준 동안 그들도 전장 이탈하는 것이었다.

 

[꼬맹이! 죽지 마라! 민아 좀 잘 부탁해요, 레인!]

[꼬맹이 아니라니까! 그리고 나 안 죽어! 절대 안 죽어! 자폭 엔딩은 싫지만…….]

[음. 이런 거 하는 게 한두 번은 아니니까. 걱정 마요, 차누.]

 

 

기계갑주의 여성 대원. 에코 분대를 발키리 스쿼드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한 두 명의 불과 얼음 콤비는 목표 지점으로 적들을 유인했다. 이윽고 하늘에서 짙푸른 에너지의 섬광이 내리꽂혔다. 가까스로 피한 빌딩 잔해의 뒤편에서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강민아가 중얼거렸다.

 

“역시… 폭발은 예술이야.”

=============================================================================

STAGE 1-1 (2/6) 종료. STAGE 1-1 (3/6)에서 계속

=============================================================================

p.s. 작가의 말 : 몰이사냥해서 막타 넣는 구도. 저 고고도 포격으로 핵폭탄 맞은 것마냥 폐허가 되어 버릴 도시의 시민들에게 애도. 역시 저 친구들은 지키는 것보다 부수는 걸 더 잘하는 팀이죠. (실제 핵폭탄처럼 광범위한 공격은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