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우 시점]

 

어느새 자정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나는 수풀 속에 몸을 숨겼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른 마물(魔物)들이 튀어나와 종에게 달려들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저 놈들은 머리가 좋지 않아서 여럿이 흩어져서 찾아다니는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한다.

그러므로 한번에 우르르 몰려다니게 되고, 그러다 보니 날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다.

게다가 저 놈들은 지금 굶주려 있다. 따라서 종소리가 울리자 먹이라도 나타난 줄 알고는 재빨리 달려든 것이다.

그러나 종이란 것은 의외로 단단하여 달려든 마물들의 머리와 부딪히며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고는

마물들을 내던져버렸다. 어서 탈출해야 했는데, 저 놈들이 우르르 몰려다니기 때문에 한 녀석을 잡아도 다른 녀석이 덮치니, 싸움은 글렀고. 도망을 치다가도 한 놈한테 들키면 우르르 몰려드니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이래서 내가 이사를 자주가는 것이다. 이사만 자주가면 걸릴 일은 없으니까.

어쨌든 여기 죽치고 앉아 있을 수는 없었기에 나는 창고로 향했다. 창고에는 아빠가 고이 모셔놓은 [바이러스 987 C3 4V] 가

있었다. 만약 아빠가 아시는 날엔 장례식을 치러야 할 판이었지만, 달리 어쩔 수가 없었다.

아빠가 애지중지 하며 모은 돈으로 겨우겨우 산 세계에서  비싼 순위 top 10안에 드는 것이니, 비싼 값어치는 할 것이다.

나는 슬며시 주머니에서 아빠의 오토바이 키를 복사한 키를 꺼내 들었다. 살며시 창고로 가 보았으나 그곳에도 마물이 있었다.

 

나는 그 크고 둥근 책상에 몸을 숙여 가린 채 오토바이에게 접근한뒤, 키를 꽂았다.

 

"부릉!부르르르...부르릉!"

 

아뿔싸! 시동버튼이 이미 눌러져 있던 상태에서 키를 꽂았더니, 시동이 갑자기 걸리면서 큰 소리가 나버렸다.

그러자 즉시 마물 한 놈이 뒤를 돌아보았고, 이내 소름끼치는 굉음을 내질렀다.

 

"캬아아아크오우워!"

 

그 굉음이 기폭제라도 되었는지, 다른 마물들이 일제히 나를 보더니 달려들었다.

나는 재빨리 오토바이에 올라타 폐달을 꾹 밟았다.

 

"우와아아아아악!"

 

오토바이는 상당히 빨랐다. 웬만한 차량보다 훨씬 빨랐다.

하지만 자꾸 덜컹거리는 것이, 탑승감이 썩 좋지는 않았다. 게다가 시끄러운 소리를 좋아하는 아빠가 방음기를 떼어놓아서,

귀에서 피가 날 지경이었다. 아마 아빠가 저 괴물같은 것들이 내뱉는 소리를 들으신다면,

 

"놀라워! 대단해! 내가 반평생동안 찾아 해메던 것을 네가 드디어 찾아내주었구나!"

 

라고 할것이다.

백미러에서는 놀라우리만치 빠른속도로 쿵쾅대며 그 육중한 다리로 도로를 파괴하면서 쫓아오는 마물들이 보였다.

그러나 그들은 방음기를 제거한 오토바이의 신들린 속도를 따라잡진 못했다.

갈 수록 점차 거리가 멀어지는 듯 하더니, 저만치 뒤에서 마물들이 화를 내며 발을 쿵쾅거리는 것이 백미러를 통해 살짝 보였다.

나는 갈 곳이 없었다. 경찰에도 갈 수 없었다. 나는 3명의 인간을 죽인 누명을 써서 지명수배중인 상황이었다.

그럼, 갈 곳은 친구들의 집밖엔 없었다. 그 [저주받은 곳]에 같이갔던, 그 믿을 수 있는 친구들.

그들 중 한명에게 가야 했다.

나는 가장 가까운 [친구]의 집에 이르자, 바이크를 멈춰세우고 문을 마구 두드렸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어느 여성이 나왔다. 키는 168센티의 작은 키였고 얼굴은 자다 깬듯 몽롱해 보였다.

 

"누구세...아니, 서,선우야아! 그,근데 너 옷이 왜그래? 누구랑 싸웠어? 웬 검은 피가..."

 

"설명할 시간이 없어! [그 녀석] 이 돌아왔단 말야!"

 

"그, 그럴리가..."

 

나는 충격을 받은 듯한 홍이를 지나쳐서 집안으로 들어간 뒤, 문을 잠궜다.

그리고 품속에서 하얗디 하얀, 어느 새하얀 종이를 꺼내들었다.

 

"백마(白馬)!"

 

그러자 아무것도 없던 새하얀 종이에 파란 색으로 빛나는 글씨가 쓰여졌다.

 

"어둡고 음침한 곳에서 자라난, 당신의 명령에 반하는 이들로부터 우리를 지켜주소서. 유문호의(有文護依)!"

                                                                                                                                          ↘주역:그 자체를 지켜주는 방법

 

주문을 외자, 그 새하얀 부적이 푸른 불빛에 타틀어 갔다. 그러자 그 푸르른 글씨는 하얗게 변했고, 새하얀 종이는 검게 변했다.

마침내 모두 다 타자, 나는 품 안에서 또 다른 하얀 부적을 꺼내들었다.

 

"당신의 율법을 지키고, 당신의 명령에 순종한, 당신의 종이 여기 있나이다. 백지사지(白地死止)!"

                                                                                                                          ↘주역:하얀 대지에서는 죽음이 멈춘다.

 

이윽고 그 부적마저 타고 나자, 주변이 온통 흰 빛으로 둘러싸이더니, 나의 손에서 작은 막이 나왔다. 그 둥근 막은 이내 점점 커지더니 집 전체를 감싸는 보호막이 되었다.

 

"단순무식한 놈들이니, 이거면 되려나..."

 

그리고 난, 그대로 쓰러졌다.

 

 

                                                                                         [1화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