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현장에 도착한 앙리는 숨이 찼는지 거친 숨소리를 내고는 휴대폰을 꺼내 현재 시각을 알아보았다. 오후 1시 4분 전이였기에 앙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건물 안으로 들어가 탈의실로 향해갔다. 탈의실에 들어가니 동료들이 시끄럽게 떠들어 대면서 녹이 슨 사물함을 열고 작업복을 갈아입고 있었다.

 

“이봐, 앙리. 늦을 뻔했다고!” 윗옷을 벗으며 두툼한 뱃살을 보인 뚱보 ‘라슬로’가 앙리를 보며 말했다.

 

“그 망할 영감탱이 자식에게 걸려서 욕먹으면 어쩌려고 아슬아슬하게 들어오는 거야?”

이번에는 말라 빠진 녀석인 ‘삐에르’가 말했다.

이들의 말에 앙리는 입꼬리를 올리면서 말했다.

 

“미안, 늦을 뻔했네. 하마터면 저승에서 샌드위치 먹고 올 뻔했군.”

 

“미안한데 재미없어 앙리.” 앙리의 눈치 없는 말장난에 몇 명의 동료들은 잠잠해졌고 복부에 식스팩이 있던 한 녀석이 말했다. 이에 앙리는 입꼬리를 내리면서 “나도 알아, 그냥 혼잣말이었어.”이라는 말과 함께 말라 빠진 동료 옆에 있는 자신의 사물함으로 걸어가 작업복을 갈아입기 위해 앙리는 윗옷을 벗었다.

그러자 피에르가 앙리의 몸을 보고는 그에게 물었다.

 

“궁금한 게 있는데 앙리. 그 왼쪽 어깨에 입은 그 둥글어 보이는 움푹 파인 부분은 뭐야?”

앙리는 눈을 크게 뜨면서 오른손으로 그 부분을 가렸다. 그러고는 별거 없다는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으응? 아, 한 20년 전쯤에 내가 술 마시다가 취해버려서 한 깡패랑 싸우다가 총에 맞아서 그때 생긴 상처일 뿐이야.”

 

“깡패랑 싸웠다고? 너 뜻밖에 간 엄청 크구나. 제아무리 술에 취해도 강한 녀석들에게는 잘 조절되잖아?” 피에르는 앙리의 대답에 우렁찬 웃음소리를 낸 뒤에 말했다.

이 말에 앙리 역시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그게 조절이 참 안 돼서 탈이야.”

 

“그래, 정말로 넌 술 마시면 조절이 안 되는 것 같아. 평소에는 어느 정도 점잖던 녀석이 술에 취할 때는 늘 ‘나도 나름 잘 나갔었다고!’라는 말은 기본이요, 심지어 ‘제기랄!’, ‘빌어먹을!’이라는 말까지 말하고 고함치는 것 까 지보면 정말 넋을 잃는단 말이야!”

 

그들의 대화에 라즐로가 두 녀석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그래도, 그 망할 영감탱이보다는 훨씬 낫구먼.”

 

이 말에 피에르는 당연하다는 듯 콧방귀를 뀌고는 말했다.

 

“나 참, 그 당연한 것을 누가 모르겠냐. 그 자식은 자신 아랫사람 한 테는 이래라저래라 참견만 하고 욕은 있는 데로 다하면서 윗사람 한테는 굽신거리면서 아부나 떠는 녀석인데. 이러다 아예 그 녀석들이 씹고 뱉은 껌을 성스러운 음식이라고 씹겠어.”

 

피에르의 말에 탈의실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은 전부 크게 웃으면서 무릎을 탁 치거나 배를 잡았다.

물론 말한 장본인인 피에르도, 앙리도 말이다.

 

“이 자식들! 탈의실에서 농땡이만 피우고 뭐들 하는 거야?! 빨리 입고 현장에 얼른 나가!”

 

갑자기, 못생긴 주름살에 뒤덮인 늙은 반장이 탈의실 문을 열고는 큰 고함을 치면서 그들을 쳐다보았다. 이에 라슬로는 작은 목소리로 “으악, 그 망할 영감탱이 자식이다.”라는 말을 했다.

나머지 녀석들은 서로 눈치를 더욱 급히 갈아입고는 탈의실 밖으로 나갔다.

 

그 녀석들이 나가는 것을 본 그 늙은 반장은 조금 전에 작은 목소리로 자신을 흉봤던 라즐로가 나가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는 그의 뒤통수를 손으로 세게 때렸다.

라슬로는 얻어맞은 뒤통수에 손을 갖다 대면서 고통을 호소했다. 피에르와 앙리는 라즐로의 행동을 보며 웃음을 애써 참아 보려 했다.

 

철근을 운반하고 있다 잠시 휴식시간을 가진 동료들은 철근 위에 서로 앉아 이야기하고 있었다. 라슬로는 바로 전에 상황이 무척이나 억울했는지 투덜거리면서 말했다.

 

“정말로 그 빌어먹은 영감탱이는 항상 나한테만 이러는지 몰라. 그때 피에르는 나보다 더 심한 욕을 한 것을 분명히도 들었을 텐데.”

 

이에 앙리 옆에 있던 피에르가 놀리는 느낌으로 그를 다독이면서 말했다.

 

“아이고, 그건 네가 무척이나 운이 나빴던 거야, 라슬로.”

 

“아무리 운이 나빴다고 그렇지 늘 다른 녀석들과 내가 그 영감의 뒷담을 하다 발각되면은 늘 내만 얻어맞잖아.”

 

“이해해, 라슬로. 그 영감은 뚱뚱한 녀석을 정말로 혐오하는 거겠지.”

 

피에르의 말에 라슬로는 꽤 발끈하고는 말했다.

 

“정말 그 영감탱이는 너무해! 딱 하루만 차별 안 하고 안 괴롭히면 어디가 덧나나?”

 

그 말을 들은 앙리는 피에르와 웃고는 라슬로에게 말했다.

 

“그만해, 라슬로. 이러다 그 녀석이 오면은 어쩌려고.”

 

“그만하긴 뭘 그만해?! 난 정말 심각하다고! 그 녀석은 맨날 기분 안 좋을 때는 ‘야 이 자식아’하면서 때리고, 기분 좋을 때는 싱글벙글 웃으며 ‘요 녀석아’하면서 때리고. 정말 몸이 남아돌지를 않는다니깐!”

 

대화를 나누던 그 순간에 늙은 반장이 나타나 라슬로 뒤에 서 있었고 고개를 숙였다. 인상을 크게 찌푸린 채로 말이다. 그러고는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 것인가.”라는 말과 동시에 그의 머리를 세게 쥐어박았다. 라슬로는 다시 머리 위에 손을 대면서 고통을 호소했고, 역시나 피에르와 앙리는 이 광경을 보고 서로 마주 보면서 손으로 입을 막아 웃음을 참으려고 했다.

그 늙은 반장은 고개를 들고는 철근에 앉아 쉬고 있었던 모든 녀석 한테 말했다.

 

“자 이제, 휴식 시간도 끝났으니 다시 일해야지 이 자식들아! 게으름 피우지 말고 어서 일어나서 일하란 말이다!”

 

이 말에 모든 녀석은 아쉬웠는지 깊은 탄식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고, 조금 전에 자신이 앉았었던 그 차갑던 철근을 다시 여러 명이 들어 올렸다. 라슬로는 머리에 울리는 듯한 고통이 거의 가라앉자 웃음을 참았던 피에르와 앙리에게 “나쁜 녀석들”이라는 투덜대는 말과 함께 철근을 피에르와 앙리 외의 몇 명과 같이 들어 올려서 미완성된 건물로 옮겨갔다.

 

“이 굼벵이 자식들아, 빨리 가란 말이다!”

 

재촉하는 반장의 말에 앙리는 몹시 투덜거리면서 조용하게 앞에 있던 피에르에게 말했다.

 

“거참, 철근 하나가 이렇게 무거운데 어찌하면 빨리 갈 수 있는 거야?”

 

“난 들 알겠어?” 피에르가 한숨을 내쉬면서 앙리에게 답했다.

이에 앙리 역시 한숨을 내시고는 자신 옆에 보이던 차로를 살며시 쳐다보았다.

그러자, 앙리의 눈에서 얼굴까지 가린 망토를 입은 한 검은 머리의 여자가 비쳤다.

앙리는 멀리서 보인 탓에 순간 눈을 크게 떠도 제대로 안 보였다. 다만, 보이는 것이라고는 귀가 사각형 모양인 것과 피부가 하얗던 것. 아무래도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앙리가 그녀를 쳐다보던 사이에 반장이 앙리에게 “농땡이 피우지 마, 앙리!”라는 말과 함께 앙리는 고개를 다시 돌려 정면을 향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앙리는 직접 보았던 그 여자가 훗날 자신의 일상을 바뀌게 할 줄은 상상도 못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