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짓으로 UI를 조작한다. 105개의 아공간으로 놈들을 둘러싼 후에 여유로운 얼굴로 놈들을 보았다.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물러간다면 죽이지는 않을게. 하지만, 계속 하겠다면 나도 봐주진 않아.”

“헹, 폼 잡기는. 외형이 전 1위랑 비슷할 뿐이잖아? 겁먹을 거 같아? 죽일 수 있으면 죽여 봐! 허풍쟁이야!”

 

정말이지, 이래서 양아치들을 상대하는 건 싫었다. 되도 않는 자신감으로 상대와 역량의 차이도 가늠하지 못하는 발정난 개 같다. 패거리만 믿고 설쳐대는 놈들은 예나 지금이나, 어딜 가든 있다. 기회를 줘도 알아듣지 못하고 덤벼든다면, 알게 해 줄 뿐이다.

 

“가시(可視)모드.”

 

명령과 동시에 105개의 아공간의 입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놈들을 완전히 포위한 형태였다.

 

“할 수 있으면 해 보라고 했던가? 적어도 난 허풍은 안 쳐. <게이트 오픈>.”

 

105개의 게이트 중 104개의 게이트가 열렸다. 서로 마주한 게이트들은 하나는 입구로 하나는 출구로 작용한다. 무기가 나오는 게이트는 52개, 출구와 입구가 마주보고 있는 형태기에 사출된 무기는 점점 가속하며 끝끝내 눈으로 좇을 수 없는 속도에 이른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그 안에서 살아남는 건 불가능이다. <게이트 오픈>은 카르시니아로 플레이하면서 만든 고유 스킬 중 하나였다. 당시 일반 유저가 1개의 고유스킬을 가지는 반면 내가 카르시니아로서 만들어냈던 고유 스킬의 숫자는 30개 정도였다. 그리고 그 중에서 <게이트 오픈>은 가장 단순한 스킬이었다.

사출된 무기들이 가속하기 시작한다. 놈들의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 살려달라고 울부짖었지만 내게 그것을 들어줄 이유는 없었다. 바닥에 쓰러진 리에를 일으켜 의자에 앉힌 후 먼지를 털어주었다.

 

“어디 다친 데 있어?”

“아뇨, 괘, 괜찮아요. 그런데 그 외형….”

“운이 좋았나봐. 그럼, 마무리 짓고 올게.”

 

기본 인벤토리에서 포션을 꺼내 탁자위에 올려두고 다시 입구로 갔다. 두 놈의 목소리는 이제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의외로 한 놈이 아직 버티고 있었다. 그저 비명을 지를 뿐이었지만 말이다.

 

“<게이트 클로즈>.”

 

게이트를 닫고서 놈에게 다가갔다. 105개의 아공간은 스킬의 중지와 함께 불가시 모드로 전환되었다.

“탱커라고 꼴에 HP하고 방어력은 높나봐? 하긴, 이 게임이 오픈한 지도 3달 쯤 됐으니까. 그럴 만도 해. 그래, 이제 어떻게 해 줄까?”

 

아공간에서 자주 쓰던 애검을 뽑으며 녀석에게 물었다. 녀석은 이미 이성이 날아갔는지 침만 질질 흘리고 있었다.

 

“안 돼요, 안 돼. 벌써 이러면 곤란하지.”

 

그렇게 말하며 난 아공간에서 포션 하나를 꺼내들었다. 강렬한 통증을 줄여주는 완화제로 이성이 날아간 녀석들한테 쓰면 60%의 확률로 제정신을 차리게 되는 것이었다. 놈의 입을 강제로 벌려서 포션을 부었다. 효과는 곧장 나타났다.

 

“허, 컥, 흐어어.”

“자, 어쩔래? 경비병이 올 거란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아. 시스템에서 정당방위라고 인식하고 있으니까. 올 거라면 아까 두 놈이 죽기 전에 왔겠지? 다시 물을 게. 자아, 어쩔래?”

 

애검을 녀석의 턱에 겨누고 물었다. 녀석을 벌벌 떨더니 리에의 앞으로 가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았다. 그쯤에서 포션의 효과가 다 떨어진 것인지 녀석은 이성을 다시 잃고 잘못했다는 말과 살려달라는 말을 번갈아가며 계속 중얼거렸다.

 

“리에, 그놈 신경 쓰지 말고 이리 와. 다른 길드원들은 어때? 다들 소재 파악 된 거야?”

 

리에는 조심스럽게 녀석을 피해 내게 달려왔다. 그리고 프렌드 창을 가시화 하여 내게 보여주면서 설명을 시작했다. 설명이라기엔 너무 간단한 내용이었지만.

 

“네, 마스터 빼고는 모두 접속 했었어요. 지금도 대부분이 온라인 상태구요.”

“그럼 굳이 찾으러 다닐 필요는 없겠네. 다들 이곳 모험가 조합으로 오라고 메시지 보내 둬. 난 잠시 들릴 곳이 있으니까, 앞으로 3시간 후. 그쯤이 좋겠어. 부탁할게.”

 

서둘러 말한 뒤 거리로 나섰다. 애초에 내가 이 게임에 예상보다 빨리 로그인하게 된 이유는 친구 때문이었다. 깜빡하고 즐기는 꼴이 됐지만, 그래도 위치는 알고 있으니 이제라도 만나러 가는 것이다. 

오랜 친구로 길드 카스티아에 가입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모두에게서 동료라고 인정받았던 녀석이 있었다. 다들 장난삼아 녀석을 ‘궁제’라고 불렀다. 그도 그런 게 녀석의 오리지널 스킬은 5개로 모두 궁술계열로 그 하나하나가 지형을 바꿀만한 것들이었다. 그런 녀석이 이번엔 정식으로 길드에 들어오겠다고 먼저 말했다.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좌표도 있으니 이제 가는 일만 남았다. 위치는 40km정도 떨어진 궁사들의 도시, 로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