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서 다른 라인에서 변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고니아가 레벨 10을 달성하면서 탑에서도 변수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스톰 오브 레전드는 노골저인 트롤을 방지하기 위해서 연속으로 죽으면 죽을수록 상대에게 주는 경험치가 낮아지도록 만들었다. 
작정하고 상대에게 죽어주는 인원이 생겼을 때에 이로 인해 다른라인에 영향을 미치는 스노우볼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였다. 
노을이의 탑 라이너는 이 점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탑에서 6킬을 당한 순간부터 아고니아가 죽어도 주는 경험치는 미니언보다 약간 많은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아고니아는 자신의 시신을 터뜨리면서 주변의 상대 미니언을 약화시키거나 죽여 자신의 미니언으로 부렸다.  
그리고 아고니아는 혼령 상태로 남아 죽는 미니언들 옆에만 있어도 1/3정도의 경험치를 수급했다. 
상대 탑라이너는 그 미니언들을 제거해내느라 생츄어리에도 가지 못했고 카드도 뽑지 못했다. 
모든 스킬들을 쏟아내고 집을 다녀온 사이에 1차 저지선 포탑 체력은 1/3도 남아있지 않았다. 
탑라이너는 조금 긴장하기 시작하면서 자신이 해볼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 보았다.  
이 상태로 다른 라인들을 돌아다니며 스노우볼을 굴릴 것인지, 아니면 새로 카드를 뽑고 강화된 스킬로 아고니아를 엿먹일 것인지. 
이미 아군 미드가 상대 미드를 압도하고 있고, 정글도 속도를 붙이기 시작했다. 
봇이야 조금 흔들리고 있지만 다시 주도권을 잡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스노우볼은 나중에 굴리면 된다. 
이러한 생각으로 플레팀 탑라이너는 체력과 방어력 대신 평타와 스킬강화를 카드를 꺼내들었다. 
상대 라인을 압도적으로 밀어버린다. 
그러나 이런 발상이 최악의 선택이 되었다. 
아고니아를 제대로 경험해보지 않는 사람들의 원초적인 실수였다. 
아고니아의 승률에는 한 가지 비밀이 숨어있었다. 
아고니아를 재미로 하는 사람들은 승률이 10퍼센트도 안되지만 아고니아 숙련자가 되어갈수록 승률이 대폭 상승한다는 점이다. 
레벨 13에 달한 상대 탑라이너는 흉포하게 라인을 밀기 시작했다. 
평타 한 방에 미니언 하나, 그리고 스킬에 미니언들이 녹아내렸다. 

"ㅂㅅ, 니가 이제 어쩔건데?" 

상대 아고니아의 상태창을 보았을 때 마법강화 특성을 고르고 마법강화 카드가 뽑혀 있다는 것을 보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공성주제에 마법강화가 뭔 말이야. 하여간 실버는 지가 넣는 딜을 지 눈으로 봐야 직성이 풀리는 것들이라니까." 

아고니아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미니언들을 이끌고 상대편 포탑으로 달려들었다. 
그런데 이때 아고니아 또한 미니언들을 무시하고 자신의 1차 저지선에 그대로 있는 것이었다. 
왠지 심상치가 않다는,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 것이 그때였다. 
아고니아는 뒤 이어 오는 미니언 웨이브에 스킬들을 때려박아 모두 산화시키고 죽은 미니언들을 자신의 노예로 만들어 살려냈다.  
그리고 포탑을 공격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다음 웨이브가 왔을 때 좀비 노예 미니언이 하나라도 남아 있으면 바로 폭발시켜 미니언들을 녹여 바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정 여의치 않으면 자신이 자살하여 미니언들을 녹여버렸다. 
이렇게 되니 문제가 발생했다. 
플레팀 탑라이너가 라인을 밀고 싶어도 포탑의 포화를 막아줄 미니언이 없어서 포탑을 무너뜨리지 못한다. 
자신이 달려들고 싶어도 이미 자신은 딜템을 뽑았기 때문에 포탑의 포화를 막아낼 수가 없다. 
낭패다. 
그는 자신의 포탑으로 다시 달려갔다. 
그러나. 

-펑! 레드팀 탑라인 1차 저지선이 붕괴하였습니다. 

글로벌 경험치 블루팀에게 골고루 흩뿌려졌다. 

-뭐임? 
-아, ㅅㅂ 아고니아 진짜 개같네! 

상위 티어와 하위 티어를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 
라인전 실력일까?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부분적인 요소일 뿐이다. 
AOS는 코어를 터뜨리는 게임이다. 
그 이상 그 이하도 될 수 없다. 
상위 티어는 이를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상황에 적응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자존심을 굽힐 줄 아는 것이 상위 티어의 소양이다. 
게임의 흐름을 볼 줄 아는 능력과, 이 흐름을 가져올 수 있는 능력이 그들을 상위 티어로 만드는 것이다. 

-이거 심각하다. 미안한데, 이거 막는 방법을 모르겠다.  
-라인 스왑 ㄲ 

미드라이너가 라인을 옮겨 왔다. 
미드라이너는 상대에게서 2킬을 뺏아온 상태였으며 라인을 고사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이동 속도도 느리고 스노우볼을 굴리기 위해서는 마나 지속력이 모자라다.  
차라리 잘 큰 탑 라이너가 미드와 봇을 휘젓고 다니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 판단은 바로 내려졌고 라인스왑은 바로 이루어졌다. 
덕분에 아고니아의 전진이 멈췄다. 
광역 스킬로 상대 미니언들을 단숨에 녹여버리고 나머지 스킬로 아고니아를 바로 녹여 노예를 만들지도 못하게 만든다. 
미드라이너는 이 상황에 맞추어 카드까지 마나 회복력 카드까지 뽑아들었다. 
효율적으로 스킬을 쓰는 덕분에 미드라이너는 지박령처럼 탑에 남아 있을 수 있었다. 
이 덕분에 상황은 바로 역전되었다. 아고니아는 전진하지 못하고 오히려 블루팀 1차 저지선이 무너지기 직전까지 가게 되었다. 
전략은 성공이었다. 

-펑! 상대팀 탑 1차 저지선이 무너졌습니다. 

이를 신호탄으로 탑라이너 '모루'는 커다란 망치를 들고 미드와 봇을 휩쓸고 다녔다. 

-펑! (카카란 사망 – 블루팀 미드) 

압도적인 특성과 압도적인 레벨링으로 한 순간에 미드라이너를 녹여버리고 바로 봇으로 내려갔다. 

-펑! (로빈 사망 – 블루팀 원딜러) 

아올린은 아쉽게 놓쳤지만 포탑에서 숨어 있던 상대 원딜러까지 녹여버렸다. 
승리의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바로 이거였다. 
스노우볼을 굴린다. 
탑라이너가 조바심을 풀 때즘 그 조바심을 풀지 못하게 만드는 포성이 울려퍼졌다. 

-펑! 펑! 더블킬! 상대가 학살중입니다. (죠반니) 

상황은 이렇다. 
미드라이너가 아고니아를 상대하다 보니 쉴새 없이 스킬을 쓰다보니 마나가 모자랐던 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이호의 죠반니 또한 미드라이너가 스킬이 빠진 것을 확인하고 달려들었다. 
서로 스킬을 난사했지만 마나가 2모자란 덕분에 궁극기가 발동되는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죠반니를 막기 위해 아군 정글러가 교전에 난입했지만 죠반니는 돌진으로 스킬들을 피해버리며 킬을 올렸다. 
그리고 정글 대 정글의 교전이 일어났다. 
죠반니의 체력은 절반, 드라고의 체력은 가득차 있는 상태. 
그러나 이는 캐릭터의 숙련도의 차이가 결정적이었다.. 
만약 레드팀(플레팀) 정글러가 평소에 자신이 하던 캐릭터를 했다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새로운 캐릭터를 연습삼아 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죠반니는 스킬 범위를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공격을 가했다. 
스킬을 맞추지 못하니 쿨타임이 줄어들지 않는다. 
포탑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을 때 죠반니의 궁극기가 발동, 도발이 포탑 사정거리 밖으로 드라고를 끄집어 냈다. 
이미 3킬을 먼저 달성한 죠반니는 특성과 카드, 레벨 모두를 앞서고 있었다. 
이어지는 연타에 드라고의 명줄은 경각에 달하게 되었다. 
드라고는 포탑 안으로 숨어 다시 들어갔지만 그때 이미 자신의 운명을 예감하고 있었다. 
죽음을 알았기 때문에 점멸조차 쓰지 않았다. 
죠반니의 2킬, 이호의 죠반니는 무서운 속도로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아고니아의 라인 밀기가 레드팀 2차 저지선에서 시작되었다. 

- 펑! 블루팀 바텀 1차 저지선이 무너졌습니다. 

아쉬운 대로 저지선은 깼지만 킬을 앞서고 있어도 앞선 기분이 들지 않았다. 
아고니아의 존재, 조반니의 존재가 레드팀에게 경각심을 주었다. 

형들, 시간 끌면 우리가 불리하다. 이대로 미드를 민다. 모두 모여 
ㅇㅇ 
ㄱㄱ 

레드팀의 움직임은 신속했다. 
미니언이 포탑 때리는 시간보다 5:4 한타를 유도하고 영웅들이 빠른 속도로 저지선을 밀어버린다. 

-아올린 조심해, 아올린 좀 한다. 분명 우리 미드라이너에 궁 써서 능력 스왑 할거야. 
-확정 cc기는 무조건 죠반니한테 박아. 한 순간에 녹여야 해. 
-상대 미드, 바텀 상태창 봤는데 나랑 정글 형이 딜 받아낼 수 있는 수준이야. 다이브 치면 된다. 

채팅이 금지되어 있는 서폿은 미드라이너에게 다가가 궁이 준비되었음을 신호보냈다. 
아올린이 미드라이너에게 궁을 걸면 빨리 죽으라는 이야기였다. 
자신이 살리면 능력치 스왑이 풀린다. 
의견 교환은 빠르게 이어졌다. 
반면 블루팀(노을이와 이호)은 각자 살아남기가 바빠서 채팅을 할 시간도 없었다. 
그리고 실제 체력도 떨어져서 집중력과 인내심이 바닥을 치려 하고 있었다. 
노을이는 이런 상황을 감각적으로 느꼈다. 
이대로 가면 진다. 
어떻게 해야 할까? 
노을이는 생츄어리에서 자신의 덱에서 마지막 카드를 무엇을 뽑을 지에 대해서 마지막 20레벨 특성을 무엇으로 갈 것인지에 고민했다. 
아고니아를 따라갈까? 
아올린의 평타로는 도움이 안 된다. 
수성 특성을 간다고 해도 한타를 지면 상대는 한번에 모든 것을 밀어버릴 수 있다. 
미드라이너와 원딜은 딜을 뽑아낼 수 없다. 
정글러가 잘 컸다고 하더라도 확정 cc 한 방이면 녹아버릴 것이다. 
노을이는 지금까지 오면서 아군을 믿어본 적이 없었다. 
실버 승급전을 할 때도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힐 뻔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그런 믿음을 완전히 져버리지는 않았다. 
그래서 카드덱 5장 중에서 마지막 한 가지 카드를 항상 남겨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 카드를 뽑는다 하더라도 채팅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정글러가 이를 알아채 줄 수 있을까? 

"제발... 제발.." 

15레벨에 노을이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그 카드는 써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사건이 터져버렸다. 
경험치 수급에 목마른 미드라이너가 상대 모루와 드라고의 다이브에 한번에 녹아버린 것이다. 
이를 막아보려던 원딜도 녹아버렸다. 

-펑! 블루팀 미드 1차 저지선이 무너졌습니다 
-펑! 블루팀 미드 2차 저지선이 무너졌습니다. 

아군 아고니아가 상대 탑 2차 타워를 무너뜨리기도 전에 상대는 미드 2차 저지선을 밀어버리고 3차 저지선으로 들이닥치려 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아고니아가 탑에서 내려와 필사적으로 라인을 막았다. 
미니언들을 떠뜨리고 자신까지 떠뜨려 겨우 막아내자 포탑의 체력이 절반 남은 상태에서 겨우 이미 죽었던 아군 둘이 부활해 대치를 시작했다. 
  
-거봐 아고니아는 이러면 끝난다고 
-와 아고니아 시발 존나 애먹었는데 역시 빅픽쳐 ㅋㅋㅋㅋ 

이제 아고니아 죽은 상태에서 5:4싸움을 유도하여 이기면 된다. 
그때 채팅이 금지되어 있는 아군 원딜러가 채팅은 하지 않고 백핑을 찍었다. 

-후퇴, 후퇴, 후퇴 

이미 코어덱을 다 갖춘 상태이기 때문에 아군은 그 의미를 알지 못했다. 

-형, 더 시간 끌면 게임만 더 더러워져. 
-기세 잡았을 때 밀어야 한다. 
-우리 다이브 치면 상대 막을 수 있는 애들 없어. 끝낼 수 있을 때 끝내자. 

팀원들은 거부했다. 
레드팀 원딜러는 계속해서 백핑을 찍었다. 
아군 탱거 라인들은 오히려 포탑으로 다가갔다. 
레드팀 원딜러는 처음부터 이 작전은 아고니아가 탑에 있을 때에만 가능한 작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을 말로 설명할 수 없으니 답답하고 불안할 뿐이다. 
이 상황에서는 중립 용병들을 먹고 상대 라인으로 돌진시켜서 라인을 유리하게 만들고 다시 상대 영웅 하나를 자르면 코어까지 안전하게 터뜨릴 수 있다. 
게다가 죠반니가 변수였다.  
상대 죠반니의 컨트로를 경험했을 때 왠지 모르게 자신의 다이아 승급전이 생각났기도 했기 때문이다. 
왠지 모를 거부감과 두려움, 그리고 질투. 
그래도 결국 아군 탱커들이 미니언들과 함께 포탑으로 돌진했을 때 원딜은 그냥 자신이 괜한 걱정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겪어온 곳이지만 실버는 실버일 뿐인 것이다. 
블루팀 원딜러가 3차 저지선 앞으로 얼굴 내민 틈을 모루가 놓치지 않았다. 
시선 사각에서 숨어 있던 모루는 바로 자신의 궁극기를 발동했다. 
자신의 방치를 하늘 높이 던져 지면에 내려찍자 지진이 일어나면서 광역으로 슬로우를 걸었다.  
망치가 떨어지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망치가 떨어진 광역 스턴 영역은 저지선 안쪽까지 광범위하게 펼쳐졌다. 

-해당 영역에 중간 정도의 피해를 주고 1초 동안의 기절시킵니다.  

기절한 상대 원딜을 향해 모루와 드라고가 달려들었다. 
스킬 난사. 
그리고 미드 라이너 또한 아올린에게 능력치 스왑을 유도하며 정면에 서서 저지선 뒤에 있을 상대를 향해 스킬을 난사했다.  

-펑! 아군 원딜이 사망했습니다 (로빈) 

아올린이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시간을 버는 일 뿐이었다. 아군 저지선 안쪽으로 들어온 상대 모루와 드라고를 측면으로 밀어내는 일부터 시작했다. 
모루와 드라고가 바람에 튕겨져 나가 타워 측면 벽에 부딪혔다.  
그러나 그거은 미봉지책일 뿐이다. 
상대 탱커 라인은 상태 이상에 저항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기절 시간은 절반밖에 적용되지 않았다.  
상대 탱커와 딜러 라인을 분리시켰지만 아군 미드라이너는 겁을 먹고 저지선 후방으로 빠지고 있었다. 
상대 미드라이너는 춤을 추며 도발했다.  
마치 '스왑하려면 스왑해 보시지?'라는 식이었다. 
돌이킬 수 없다.  

노을이는 눈을 부릅뜨고 상대를 향해 손을 뻗어 당기는 동작을 취했다. ​

 

 

----------------------------------------------------------

 

건물만 밀어 대는 탑 지박령 녀석들이 있어요.

이거 진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