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는 깨어있는 시간 내내 스톰 오브 레전드를 생각했고 잠자는 시간 동안에도 더러는 영웅이 되어 꿈속을 활보했다. 

중독이라면 중독일 수 있었고 몰입이라면 위험할 정도의 몰입이었다. 

대개의 사람들이 게임에 빠져들 때에는 승리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고 도취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호는 달랐다. 

이호의 머릿속에서는 온통 '상황'과 '수'들을 떠올랐다. 

상대와의 교전, 오브젝트 싸움, 절대 다수의 적들에게 둘러쌓인 상황까지 소년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 속으로 빠져들면 눈 깜짝할 사이에 수업 시간이 지나버리거나, 숟가락을 든 상태에서 멍하니 점심시간이 끝나버리곤 했다. 

그렇게 머릿속에서 정리된 생각들은 차곡차곡 기보와 전략이 되어서 소년의 머릿속에 저장되었다. 

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기억력과 집중력이었다. 

게다가 소년에게는 또 하나의 재능이 있었다.  

이호가 체감하는 시간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점이다. 

흥분상태가 되면 모든 것이 느리게 흘렀다. 

소년은 그것을 '시간이 잘리는 것처럼' 느꼈다.  

그 연속성이 잘려나간 시간 그 가운데에서 이호는 짧은 순간에 모든 것을 판단하고 움직여야 했다. 

실수 없이 한 수씩 풀어내다 보면 어느새 상대 영웅은 소년의 앞에 쓰러지기 일쑤였다. 

물론 이러한 재능들은 공부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자신이 관심이 있는 것 이외에는 전혀 집중하지 못하는 고집에 한 가지에 꽂히면 그것만 파고드는 성격은 공부와는 전혀 안 맞았다. 

엄마의 말에 따르면 이것은 무조건 할아버지 탓이었다. 

이호는 중학교 입학때부터 성적으로는 중하위였고 부모의 걱정을 먹고 자랐다. 

그래도 세상의 모두가 이호에게 '열등생'이라고 포기하고 고개를 저을 때, 이호에게 '잘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준 것이 스톰 오브 레전드였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어도 이호는 이 게임을 잘했다.  

아니 고쳐 말하면 꽤나 잘했다. 

 

이호는 자신의 게임을 염탐하고 있는 두 사람의 존재도 모르고 게임에 열중했다. 

물론 염탐하고 있는 이들은 최부장과 석주임이었다. 

그들은 퇴근을 해야할 시간에 이호의 접속을 확인하고 바로 관리자 계정으로 게임을 관전했다. 

이호는 이번에도 죠반니를 선택했다. 

날카롭고 늘씬하게 뻗은 자검을 쥔 미남자가 정글을 돌아다녔다. 

몬스터들의 공격들을 패링으로 흘려보내고 공격을 시작한다. 

죠반니는 실드 개념이 적용된 캐릭터이다. 

죠반니의 일반적인 평타는 데미지가 가볍다.  

그러나 평타가 5번 이상 축적하게 되면 방어력이 깍여 나가고 평타와 스킬 데미지가 두배가 되는 패시브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죠반니와 일대일이 일어나게 되면 처음에는 죠반니의 체력이 먼저 빠르게 깍여 나가지만 죠반니의 패링과 패시브가 터지기 시작하면 상대가 녹아버리는 역전이 자주 일어났다. 

그러나 조반니의 약점은 생존기의 부재이다. 

상대를 죽여야만 생존할 수 있는 캐릭터의 특징 때문에 상대 진영으로 들어가 한 명을 녹이고 자신도 산화하는 경우가 자주 일어난다. 

다음으로 스킬 공격에 대한 취약함이다. 

자신에게 들어오는 영역 스킬은 돌진으로 피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타겟형 스킬에는 모두 확정적으로 얻어맞기 때문에, 확정 cc기를 가지고 있는 영웅은 무조건 죠반니의 카운터였다. 

모두가 좋아하지만 쓸 데와 쓰지 말아야 할 데를 가려야만 하는 영웅이다. 

하지만 이호는 그런 상황을 가리지 않았다. 

아군들은 죠반니 픽에 야유했다. 

 

-죠필패 아님? 

-아 진짜 저새끼 죠패고 싶다. 

 

이호는 채팅을 따로 치지 않았다. 

무시라기 보다는 정말 채팅을 할 줄 몰랐기 때문이다. 

이호는 자신이 관심있는 부분만 생각하므로 채팅하는 법, 그리고 핑을 찍는 방법도 몰랐다. 

그저 게임을 켜는 방법과 게임을 하는 방법, 끄는 방법만 알았다. 

게임이 시작되고 인베이드 기싸움이 시작되었지만 두 팀 모두 마땅한 킬을 내지 못하고 돌아갔다.  

그러나 아군의 피해가 더 심했던 관계로 죠반니는 정글 몬스터를 잡는 데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이호의 죠반니는 도움을 받지 못해 곰 한 마리에 쩔쩔 맸다. 

곰의 공격이 한 번 더 닿으면 그대로 죽어버리는 순간, 겨우 타이밍이 맞은 패링과 돌진 공격이 곰을 죽였다. 

 

"아슬아슬했네요." 

 

석주임의 말에 최부장은 무표정하게 심박수 그래프만 보았다. 

심박동에 전혀 미동이 없었다. 

최부장은 나직하게 말했다. 

 

"우리 플레이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봅니다." 

 

석주임은 입을 다물었다. 

당장 죽을 수도 있었던 순간에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 

앞에 있던 몬스터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았던 것일까? 

아군의 도움을 받지 못해 구사일생으로 생츄어리로 돌아온 죠반니는 다시 정글로 돌아갔다. 

패링(흘리기)은 2초마다 돌아온다. 

평타에 대한 패링이 성공할 경우 영웅은 1초 몬스터는 2초 기절한다. 

몬스터 개체가 하나라면 이는 괜찮은 상황이겠지만 몬스터가 여럿이 한꺼번에 달려든다면 몬스터가 주는 데미지를 모두 몸으로 받아내야 한다. 

그 손해를 어떻게 채우려고 하는 걸까? 

그에 대한 대답을 이호는 아군 정글을 지나 상대의 정글 안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대신했다. 

상대 정글은 이호가 겨우 하나의 정글 몬스터를 해치울 동안에 이미 둘을 해치웠고 이제 잡고 있는 몬스터는 4번째에 해당했다. 

상대 정글러와는 레벨 1의 차이. 

이호는 상대 정글이 있는 곳으로 일직선으로 이동했다. 

 

"어떻게 저기에 있는 걸 알까요? 맵핵인가?" 

"타임 체크라는 개념도 있으니까, 아직 지켜봅시다." 

 

이호는 상대의 정글이 정확히 그 곳에 있을 것이라 짐작했다.  

게임 시작 3분 때에 방해 없이 정글을 돌았을 때의 위치를 기억하고 있을 뿐이었다. 

부쉬를 지나오던 죠반니의 시야에 체력이 2/3정도 남은 상대 정글러가 들어왔다. 

그러나 바로 공격을 하지는 않았다.  

죠반니는 기다렸다. 

몬스터에게 쏟아지는 상대의 스킬들, 스킬들이 쏟아지는 것을 보고나서야 죠반니는 상대와 몬스터 사이로 들어갔다. 

 

"몬스터부터 뺏겠군요!" 

 

그러나 이번에도 죠반니는 석주임의 예측과는 전혀 다르게 움직였다. 

죠반니는 척척척 걸어갔다. 

마치 자신을 보고 감상하라는 듯이 느긋한 걸음이었다. 

상대 정글러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조반니에 놀라 몬스터를 빼앗길까봐 자신에게 쏟아질 스킬들을 각오하고 몬스터를 계속 때렸다. 

그러나 스킬 마저도 쓰지 않았다. 

조반니는 다가와 상대 정글러에게 느긋하게 평타를 때리기 시작했다. 

아직 패시브가 터지기 전이므로 가렵지도 않았다. 

몬스터가 정글러의 스킬에 기절한 상태이므로 체력은 2/3 정도에서 별로 변함이 없었다. 

조반니는 계속해서 가려운 평타 공격을 우아하게 계속했다. 

 

"아!" 

 

그제서야 석창훈 주임이 깨달았다. 

몬스터는 일종의 인질과 같은 개념이었다. 

상대는 몬스터 경험치를 빼앗기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몬스터 막타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몬스터를 계속 치게 된다. 

죠반니를 먼저 칠 수도 있지만 몬스터의 기절 상태가 끝나게 되면 몬스터에게서 받는 데미지가 조반니에게 받는 데미지보다 크기 때문에 몬스터를 먼저 죽여야 한다. 

세번째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 상황에서 도망가는 것이다.  

가장 합리적일 수도 있지만 누가 그렇게 하겠는가? 

죠반니의 다섯번째 공격이 들어갔다. 

 

-쨍강! 

 

상대 정글러 상태창에 방패가 깨지는 아이콘이 나타났다. 

죠반니의 패시브가 터진 것이다. 

평타, 스킬 데미지 2배. 

그리고 죠반니의 평타가 들어가자 상대의 체력바에서 '뭉텅' 한도막의 체력이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죠반니의 스킬 

 

"이렇게 상대 정글러를 잡는군요!" 

 

그러나 이번에도 석주임을 틀렸다. 

석주임이 만년 브론즈인 이유가 있었다. 

죠반니는 돌진과 평타를 연속적으로 몬스터에게 집어넣었다. 

 

-쿠와아아앙 

 

몬스터가 죽고 경험치의 다발이 조반니에게 빨려 들어갔다. 

죠반니의 레벨 업. 

그런데 이때 의외의 사건이 이때 터졌다. 

상대 정글러가 스킬 없이 정글 몬스터를 난타하느라 죠반니의 움직임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죠반니가 정글 몬스터를 돌진으로 죽이고 그 위치에 서게 되자 무심코 반복했던 평타가 죠반니에게 들어간 것이다. 

 

-스르릉~~ 

 

죠반니가 상대의 무기를 빗겨내며 바로 패링이 발동됐다. 

그리고 1초의 기절, 지금까지 쌓였던 데미지에 자신의 공격 데미지까지 돌려받자 체력이 1/4도 남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이를 죠반니가 그대로 놔둘리가 없었다. 

돌진! 평타! 돌진! 

그 자리에서 정글러가 녹아버렸다. 

 

-펑! 퍼스트 블러드! 

 

"뭐야 이거..." 

 

석주임은 신음했다. 

죠반니는 그대로 주변 몬스터를 잡는 것이 아니라 서둘러 상대 정글을 빠져나오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대의 미드라이너와 탑라이너가 미니맵에서 사라졌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 둘은 죠반니를 잡기 위해 정글로 움직인 것이다. 

먼저 마주친 것은 미드 라이너였다.  

죠반니는 돌진으로 달려들었다. 

그러나 패시브가 발동되지 않은 스킬은 미약하게 미드라이너의 체력을 긁어놨을 뿐이다. 

미드라이너의 스킬 난사가 쏟아졌다. 

타겟형 스킬 한 방이 그대로 죠반니를 기절시키고 영역기 두 방이 죠반니를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로 만들어 놓았다. 

실가닥 같은 체력바가 남았다. 

그때 기절에서 깨어나는 순간에 죠반니는 남아 있던 축적된 돌진을 다시 한 번 발동시켰다. 

그러나 그 대상은 상대 미드라이너가 아니라 주변에 떨어있던 몬스터였다. 

몬스터에게 돌진이 사용되자 몬스터는 포효하며 죠반니에게 달려들었다. 

이를 이호가 노렸던 것이다.  

몬스터의 평타를 막아내자 돌진이 다시 충전되었다.  

죠반니는 그대로 벽을 주문 점멸로 넘어갔다.  

그리고 넘어가자마자 보이는 중립지역 몬스터에게 바로 돌진을 사용했다. 

이 모든 것이 2초도 되지 않는 순간에 일어났다. 

상대 미드라이너와 탑 라이너 모두를 완벽하게 따돌렸다. 

 

"무서워 이거..." 

   

석 주임은 짧은 감상평을 남겼다. 

최부장의 눈은 계속 심박수에만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심박수는 미묘하게 올라갔지만 120이하이다.  

간단하게 산책이나 즐길 정도의 심박수였다. 

이런 움직임을 보이면서 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패링 프레임 계산은요?" 

"반응속도 0.21초입니다. 평균보다 살짝 빠른 정도입니다. 말이 평균이지 저는 겨우 0.25초 찍습니다. " 

 

최부장은 착잡한 마음이 되었다. 

 

첫째, 상대가 있는 위치를 너무나 잘 찾아내었다. 

둘째, 상대가 때리고 있는 몬스터의 체력 상태를 정확히 판단해서 빼앗았다. 

셋째, 패링에 실수가 없었다. 

 

타 게임에서 유행하는 '헬퍼'의 기능과 유사하지 않는가. 

최부장은 어느새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꼬아 앉아 죠반니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든 말든 이호는 또 다시 상대 정글로 들어갔다. 

똑같은 상황을 계속 유도했다. 

몬스터로 인질을 삼아 상대 정글러를 두들겼다. 

그렇게 킬을 올리고 패링과 돌진을 생존기 삼아 정글 빠져나오기를 반복하자 상대 라이너들은 더 이상 정글로 들어오지도 않았다. 

라이너들이 정글로 움직일 때마다 경험치 손해가 일어나기 때문이었다. 

이때부터는 이호의 시간이었다. 

이호는 상대 정글에 포탈까지 열어 제집처럼 드나들었다. 

그리고 상대 정글러의 위치를 귀신같이 찾아내어 죽이거나 생츄어리로 강제 송환시켰다.  

상대 정글러는 성장을 멈췄다. 

싸움에 진 개처럼 라이너들에게 들러붙어 미니언 경험치를 곁에서 훔쳐 먹었다. 

생츄어리에서 정글까지 포탈까지 열리자 죠반니의 성장은 더욱 빨라졌다.  

상대 라이너보다도 빨리 레벨 10을 달성하여 궁극기가 생겨나자 본격적인 난입이 시작되었다. 

죠반니의 궁극기는 '결투'다. 

 

-너의 애인은 나에게 더 어울리는 것 같군. 

  

너무나 노골적인 도발 효과를 가지고 있는 이 기술은 상대에게 적용되면 상대는 흥분, 도발 상태가 되어 2초간 죠반니를 무조건 공격하게 된다. 

가끔씩은 현실에서도 기능이 발현되어 키보드 샷건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는 무서운 기술이다. 

게다가 이 기술이 발동됨과 동시에 상대는 패시브 효과가 적용되어 죠반니에게 두배의 데미지를 입는다. 

상대 정글이 도울 수 없는 상황에서 상대 라인으로 난입하여 상대를 도발시켜 잡아내는 갱킹이 이루어지자 각 라인은 박살이 났다. 

더 볼 필요도 없는 게임이었다. 

최부장이 물었다. 

 

"스파이웨어나 애드웨어, 프로세스 검사는 어떻습니까?" 

"깨끗합니다." 

 

점수화면에서 최부장은 고민했다. 

 

"다음 매칭을 우리가 조절해 봅시다." 

"네,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이호가 아무것도 모르고 매칭 버튼을 눌렀을 때, 두 사람은 관리자 계정으로 이호의 매칭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이호의 계정을 독자적으로 분리하여 대전상대를 짜주었다. 

 

"어떻게 조절할까요?" 

"우리 사용자가 수준이 높은 것 같으니 사용자 팀은 실버로 상대팀은 플레티넘 정도로 매칭을 맞춰봅시다." 

"수준차가 너무 심한 거 아닐까요?" 

"어차피 랭크가 아닌 일반게임이니까 그냥 우연으로 일어난 일 정도로 생각할 겁니다." 

 

석주임이 매칭을 조정하는 동안 최부장은 매칭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소년은 천재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항상 가능성은 염두해 두어야 한다. 

만약 소년이 천재가 아니라면, 소년은 무엇인가?  

해커일까? 

우연히 프로그램을 얻은 이기기 좋아하는 멍청한 꼬마일까? 

아니면 15살짜리 명의를 도용해서 게임을 돌리고 있는 대리유저일까? 

최부장이 고민하는 사이에 매칭이 성립되었다. 

참담한 매칭이었다. 

실버와 플레티넘의 대결. 

그런데 이 게임에는 의외의 변수가 있었다. 

노을이의 아이디 godness 또한 이 게임에 포함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