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에게 우연이 찾아왔다. 
하나의 우연은 스트리머 '개득이'를 같은 편으로 다시 만났다는 점이다. 
개득이는 먼저 선수를 쳤다. 

-아 또 트롤 만났네. 
-그거 무슨 소리임? 
-우리팀 3픽 개트롤임. 전판도 내가 다 캐리했는데 그 게임 망쳐놓음. 저 스트리머인데 제 방송 보면 다나옴. 거짓말 아님. 아 이거 던져야 하나. 나 던져도 됨? 
-아 왜그래. 형이 참아... 3픽 사과해라 

게임이 시작도 하기 전에 개득이는 무수한 타자들을 두들겨가며 정치질을 시작했다. 
노을이는 원탁에 앉아 있는 개득이를 눈을 흘기며 노려볼 뿐이었다. 
정치질은 팀원들의 멘탈을 깎아먹을 뿐이었다. 
노을이는 묵묵히 그 정치질을 정신력으로 받아냈다. 

"아올린 전설 스킨, 아올린 전설 스킨...." 

노을이는 주문을 외웠다. 
한 편, 또 하나의 우연이 찾아왔다. 
또 하나의 우연은 마침 사장에게 쭂겨 들어간 사내가 이 게임에 매칭 되었다는 점이다. 
스톰 오브 레전드는 주변에 있는 플레이를 우선적으로 묶어 주므로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김사장에게 뒤통수를 맞고 도망치듯 캡슐 안으로 들어간 사내의 이름은 강주민이었다. 
1.5세대 게이머라면 기억의 저편의 먼지를 털어내어 '아 그 괴짜'라고 기억할 만한 사람이었다. 
그는 뛰어난 컨트롤과 기상천외한 전략을 가지고 나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었다. 
김사장은 그를 프로의 세계로 이끄는데 도움을 줬던 사람이다. 
그러나 스타크래프트 승부조작 사건 이후에 리그의 규모가 줄어들고 E-sports의 인기가 시들어갈 무렵, 팀이 해체되면서 1년 간 들어갈 수 있는 팀을 찾지 못해 군에 입대했다. 
군을 전역하고 나서는 이미 스타 이외에 다른 게임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그를 대체할 수 있는 천재들도 무수히 나타나버렸다. 
중학교 이후부터 스타만 잡고 살아왔으며 스타밖에 할 줄 몰랐던 그는 결국 평범한 일반인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아니 까놓고 말하면, 게임 이외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가 되어 버린 것이다. 
결국 그는 지방 전문대로 다시 돌아가 졸업하고 제약회사에 판촉사원으로 취직했다. 
그렇게 박봉의 판촉사원으로 살아온 지가 6년이 다 되었다. 
6년 동안 제대로 오르지 않는 봉급과 이제 곧 다가오는 정리해고 시즌에 대한 걱정과 스트레스는 그를 다시 여기 PC방으로 이끌었다.  
김사장은 6년 만에 PC방에 찾아와 스타크래프트를 실행하려던 강주민의 멱살을 잡고 캡슐 속으로 던져놓았다. 
강주민은 버럭 화를 냈다. 

"스타는 클래식이라고요! 아 나 그냥 스타 할래!" 
"쓰벌 누구 망하는 꼴 보고 싶나, 스타나 리니지 켜면 피시방 요즘 애들이 웃어. 스타나 돌리는 저사양 PC방이라고 소문낼 일 있냐? 아재들 다니는 PC방이라고 소문 낼 일 있어? 그꼴 나면 너랑 나랑 한강 다리 다시 한 번 가는거야. 닥치고 그냥 여기 처박혀서 있는 게임이나 돌려!" 

강주민은 투덜거리면서도 결국 게임을 켰다. 
그러나 VR을 통해 구동되는 게임은 신세계였다. 
전혀 다른 세계에 있는 기분, 그리고 그 세계에 대해 의심할 수 없는 몰입감.  
강주민은 다시 허탈해졌다. 
스타의 시대는 갔다.  
결국 자신의 마음 속에서 마지막 남은 자존심 하나 마저도 박살나 버린 것 같았다. 
그래도 그의 천성은 게이머였다. 
새로운 게임이 눈 앞에 나타났을 때 그는 스타를 처음 만났던 중딩으로 돌아가 버렸다. 
스톰 오브 레전드를 닥치는 대로 학습했고 모든 상황들을 감각적으로 기억했다. 
2판 정도 지났을 때 이 게임에서 필요한 용어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10판 정도가 지났을 때 각 포지션 별 캐릭터의 대략적인 사용법에 대해서 깨닫게 되었다. 
이 게임을 경험한 첫날 박주민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8시간 동안 자리에 앉아 있었다. 
새벽이 다 되어서 사장이 VR을 벗겨냈을 때 그는 갑자기 몰려오는 멀미와 비현실감에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그는 김사장에게 중얼거리듯 말했었다. 

"뭐에요 이거?" 
"미래다 멍청아." 

그때가 바로 사흘 전이었다. 
강주민은 사흘 동안 퇴근 이후에는 PC방에서 살았다. 
그리고 일반 게임을 돌리면서 랭크 준비를 마쳤다. 
가히 살인적인 일정이었다.  
그리하여 바로 오늘이 배치전이 있는 날인 것이다. 
그리고 같은 지역을 우선적으로 묶어주는 시스템 덕분에 노을이와 같은 팀이 된 것이다. 
그는 노을이와 같이 매칭이 잡혔다는 것을 몰랐다.  
그는 지금 픽 원탁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가끔 방송으로나 보았던 '정치'가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나 봇 안감. 3픽 새끼 분명 아올린 할거임. 미드 안 주면 던짐. 
-아올린임? 아 시발 
-진짜 트롤이었어? 

개득이의 땡깡에 팀원들은 미드를 양보했다. 
강주민은 센서로 인식되는 타자를 어색하게 치고 고치고를 반복하다가 겨우 채팅을 쳤다. 

-봇 내가 갈게. 
-내가 장담하는데 ㅋㅋㅋㅋ 암 걸릴 각오하셈 ㅋㅋㅋㅋ 

강주민은 픽창에서 아무런 채팅 없이 원탁만 바라보고 있는 아올린(노을이)을 쳐다보았다. 
그는 남이 1인분을 못하면 자신이 2인분, 3인분이든 해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미 이 게임에 대해 대강은 파악이 끝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메타를 잘 모르고 있었으므로 5픽인 그는 '조슈아'를 뽑았다. 
팀 채팅은 다시 한 번 난리가 났다, 

-와 시발 엌ㅋㅋㅋㅋ 내가 살다가 이런 막장 픽을 보게 될 줄은 ㅋㅋㅋㅋ 
-이거 진짜 즐겜 각임? 
-ㅇㅈ 
-아 나 강등전이라고! 

조슈아는 산악 부족의 여전사로 부족의 사멸을 막기 위해, 부족을 멸망으로 이끈다는 '예언된 악마'를 찾아 없애는 사명을 가진 영웅이었다. 
화살을 사용하는 이 영웅은 상대에게 출혈 축적을 일으켜 도트 데미지를 주고 사냥꾼의 추적이라는 패시브로 출혈을 일으킨 대상 방향으로 빠른 이동을 할 수 있는 캐릭터였다. 
궁극기는 지금까지 출혈을 일으킨 대상 모두에게 최대 생명력을 깍아내고 최대 출혈 상태로 만든다. 
조슈아는 한 때 op 영웅이라고 추앙받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데미지 너프를 먹고 사정거리 너프를 먹고, 방어력까지 깍인 현재의 시점에서는 달려들다가 녹아버리는, 혹은 딸피가 되어 생츄어리로 돌아가는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그런 영웅 조슈아를 사람들은 '빠른 복귀의 조슈아', '칼퇴근', '집순이'라고 불렀다. 
심지어 아올린을 뽑은 노을이마저도 이중적으로 착잡한 심정이 되었다.   
그래도 카운트는 시작되고 게임이 시작되었다. 

-다 같이 미드 달릴까? 
-ㅋㅋㅋㅋ 그럴까? 

그래도 그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고 라인전이 시작되었다. 
노을이는 어떻게는 조슈아를 살려낼 생각만 했다. 
만약 최악의 상황에서는 노을이 스스로 딜을 가야한다는 생각도 가지고 5개의 댁 중에서 2개는 딜러 카드를 준비해 두고 게임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왕년에 프로게이머는 역시나 프로게이머였다. 
상대 봇으로는 요즘 메타로 추앙받고 있는 레온과 모르곤이 왔다. 
이는 밴을 담당한 개득이가 이를 막아주지 않은 덕분이었다. 
그러나 그 메타가 쩔쩔매고 있었다. 
아직 노을이가 소극적으로 행동하고 있었으므로 이 모든 것은 강주민의 힘이었다. 
강주민은 짧은 사정거리를 매우기 위해서 상대의 평타 동작과 부쉬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상대가 경험치를 얻기 위해서 미니언의 막타를 노리고 있을 때 부쉬 속에서 뛰쳐나온 조슈아가 화살을 날려 출혈을 입혔다. 
그리고 상대 레온의 평타 동작이 돌아올 무렵에 다시 부쉬 속으로 돌아가 레온의 평타가 캔슬되어 버렸다. 
챔피언을 통해 피흡을 해서 라인전을 이끌어가야 하는 레온은 자신의 스킬을 미니언에게 써서 피흡을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챔피언에게 추가 흡혈이 주어지는 레온이었으므로 그 흡혈을 통해 회복되는 체력은 미약했다. 
마나는 급격하게 떨어졌다. 
결국 이를 견재하기 위해서 모르곤이 나섰다. 
모르곤은 그 큰 발걸음을 쿵쾅거리며 다가왔다. 
노을이는 광풍을 준비하려 했다. 
그러나 노을이가 예상치 못한 장면이 나타났다. 
죠슈아가 아군 후방으로 이동해 있는 미니언에게 출혈을 일으켜 빠르게 후방으로 이동을 시작한 것이다. 
모르곤은 멀어지는 죠슈아를 멀직이 지켜볼 뿐이었다. 
박주민은 답답한지 채팅을 쳤다. 

-딜 안 넣을 거에요? 

그 말에 노을이의 얼굴이 한 순간에 붉어졌다. 
사정 거리 안에 들어온 모르곤에게 원거리 평타를 날려 데미지를 입혔다.  
미약하지만 이런 데미지라도 꾸준히 넣어 축적해야 라인전이 편해진다. 
노을이는 자신과 함께하는 원딜러가 평소 만나던 원딜러와는 다르다는 것을 이 순간 알아차렸다. 
바로 모르곤에게 평타 데미지를 입히고 따라 붙었다가 상대 원딜이 다가오자 보고 배운 대로 부쉬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후부터는 압도적인 라인전이 이루어졌다. 
상대 원딜은 쩔쩔 매다가 생츄어리로 귀환하는 일이 많아졌고 모르곤은 답답한지 접근을 시도하다 얻어맞고 빠지기를 반복했다. 
경험치 차이는 거의 압도적이었다. 

-우리팀 봇 꽤 괜찮은데? 

팀원이 이야기하자 개득이가 비아냥거렸다. 

-전판도 그랬어. ㅋㅋㅋㅋㅋ 정글 형은 킬 따러 갔다가 같이 죽을 생각 말고 내 라인이나 풀어줘 
-ㅇㅇ 

봇은 정글의 지원도 받지 못했다.  
그래도 압도적인 컨트롤로 이미 경험치 차이는 두배 이상으로 벌어졌다. 
그러다가 사건이 벌어졌다. 
아군 봇이 말라 죽고 있다는 것을 알고 상대 미드와 정글이 봇에 등장한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서 미드에게서 아무런 경고도 받지 못했다. 
개득이는 상대 미드 라이너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한 번 망해보라는 식으로 아무런 핑도 찍지 않았다. 
노을이는 그래도 미니맵을 보고 있었으므로 바로 백핑을 찍었다. 

-후퇴! 후퇴! 후퇴! 

그러나 아군 원딜러는 그 백핑을 무시했다. 
'미니언을 죽이느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노을이는 겁에 질려 아군 원딜에게 연신 백핑을 찍어댔다. 

-알아요. 아니까 가만 있어봐. 

채팅이 떴다. 

"이 사람은 뭘 안다는 거야! 이러면 다 죽는데!" 

노을이가 장막 언저리 부분에 눈을 떼지 않고 '제발 제발' 기도를 하고 있을 무렵, 그 기도를 철저히 무시하는 것처럼 멀지만 아군 후방으로 상대 미드라이너와 정글이 시야 안으로 들어왔다. 
다시 한 번의 백핑 러쉬. 

-후퇴! 후퇴! 후퇴! 

그러나 강주민은 미니언들만 쳐대고 있었다. 
2킬을 주는 것보다는 1킬을 주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이미 노을이는 포탑을 향해 이동을 시작했다. 
미니언 하나가 죽고 경험치가 가득찼다. 

-10레벨 달성 궁극기 생성! 

강주민은 오히려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상대 원딜의 사정거리를 살짝 벗어나며 모르곤을 향해 딜링을 시작. 
상대 원딜은 슬로우를 만들기 위해 다가왔지만 강주민의 조슈아는 부쉬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체력이 사라지는 것 따위는 고려하지 않는 모르곤이 주문 점멸을 사용하여 부쉬 안으로 들어갔지만 그때 예상하지 못했던 속도로 조슈아가 상대편 포탑을 향해 이동을 시작했다. 
미니언들을 일부러 죽이지 않고 출혈 상태만 만들어 놓은 덕분에 빠른 이동이 가능해진 것이다. 
간발의 차이로 모르곤의 충격파를 벗어나 모르곤에게 딜링, 모르곤은 상당한 타격을 입고 도트 데미지까지 들어가 더 맞으면 빈사 상태가 된다. 
노을이는 아군 후방에서 다가오는 미드 라이너와 정글러를 광풍을 발사했다.  
뒷길로 돌아오는 좁은 길에서 상대 둘은 피할 수 없는 광풍을 맞았다.   
데미지는 미약했지만 벽으로 날아가 1.5초간의 기절이 일어나 겨우 시간을 벌었다. 
아올린은 조슈아를 향해 이동을 시작했다. 
그때 조슈아는 상대 레온과 딜교를 시작했다. 
동 레벨이라면 물론 레온이 우위에 서겠지만 경험치가 벌어진 만큼 레벨도 차이가 심했다. 
레온이 조슈아의 딜을 견뎌내지 못했다. 
그리고 1/4의 체력을 남겨둔 시점에서 전장을 이탈. 
그때 조슈아의 궁극기가 발동되었다. 

-원한의 상처 : 출혈을 입은 대상에게 중간 데미지를 주며 출혈 축적치를 최대로 높입니다. 출혈이 일어난 대상은 출혈이 끝날 때까지 시야에 나타납니다. 

"그 누구도 산족의 원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조슈아가 원망이 가득한 눈으로 단검을 꺼내 자신의 팔뚝을 긋자 모순적이게도 출혈은 조슈아가 아닌 지금까지 데미지를 입은 적의 상처에서 급격하게 일어났다. 
피가 분수처럼 쏟아졌다. 
모르곤과 레온이 빈사상태에 이르고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도트 데미지에 의해서 사망하게 될 상황이 일어났다. 
살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품고 상대 봇 2명은 전장을 이탈하기 시작했다. 
레온은 주문 점멸까지 사용하여 포탑으로 사라졌다. 
브론즈 플레이어라면 끝까지 추적하겠지만 강주민은 이미 상대가 죽을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얼마 되지 않아 포성이 울렸다. 

-펑! 펑! 더블킬! 

그의 시선은 어느새 상대 미드 라이너와 정글러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가 끝이었다. 
주변에 있던 미니언들도 다 죽어버린 상태였기에 이동도 힘들었고 주문 점멸은 아까 레온과의 교전에서 스킬을 피하기 위해 사용해 버렸다. 
체력은 1/3이 남은 상황. 
스킬 2개만 맞아도 바로 죽을 운명이었다.  
그는 죽더라도 상대에게 데미지를 주고 죽을 작정이었다. 
이때 노을이의 아올린이 움직였다. 
노을이는 어시스트를 올리지 못했지만 미니언들이 죽고 레벨 10이 되었다. 
노을이는 잠시 고민했다. 
누구에게 궁극기를 사용할 것인가. 
마법사의 주문력을 뺏아서 조슈아를 회복시켜야 할까? 
아니면 정글러의 체력과 방어력을 뺏아서 시간을 끌어야 할까? 
찰나도 안되는 순간에 노을이는 정글러에게 궁극기를 걸었다. 
정글러의 쿨타임 감소까지 빼앗았지만 광풍은 쿨타임을 4초를 남긴 상태. 
더 이상 망설일 수 없었다.  
상대를 향해 이동했다.. 
상대도 이런 점을 짐작했었다는 듯, 둘 모두 주문 점멸을 이용해 벽을 건너뛰어 조슈아에게 바로 이동했다. 
조슈아가 스킬 사정거리에 바로 노출되었다.  
그리고 둘은 스킬들을 난사했다. 
그런데 그 행동을 노을이가 노리고 있었다. 
노을이는 두 캐릭터 모두가 논 타겟 스킬임을 알고 있었으며 투사체가 첫 대상에게만 적용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노을이의 주문 점멸이 정확히 조슈아와 상대 가운데에서 이루어지고 둘의 스킬 난사를 막아내었다. 
상대 미드 라이너의 데미지는 그대로였으므로 노을이의 아올린은 스킬들을 맞고 빈사상태가 되었다.  
상대편 둘은 아올린을 평타를 날렸다.. 
그러나 상대 미드 라이너와 정글러 모두 간과한 점이 있었다. 
마법 캐릭터는 평타보다는 스킬 위주의 캐릭터이므로 평타 데미지가 근본적으로 약했다. 
더군다나 정글러는 이미 능력치를 빼앗겼으므로 간지럼 정도의 데미지를 주었던 것이다. 
기절에서 깨어난 아올린이 방어력 버프를 걸자 급격하게 떨어졌던 체력 수치가 마치 고정된 것처럼 더디게 떨어졌다. 
이때 다시 죠슈아가 달려들었다. 

-펑! 

상대편 정글러가 전사했다. 

-펑!  

아올린이 전사했다. 
정글러 전사와 함께 궁극기가 풀려버린 아올린에게 미드 라이너의 스킬 난사가 다시 적중했다. 
그리고... 

-펑! 쿼드라 킬! 아군이 학살중입니다. 

아군 죠슈아의 끊임 없는 딜링에 상대 미드 라이너까지 전사했다.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고 있는 탑 라이너를 제외한 모두가 이 사건을 목격했다. 
스코어 4:1 
그것도 압도적인 열세를 극복한 대승이었다. 
아군 정글러는 자신이 정글 몬스터에게 얻어맞고 있음을 잊어버리고 아군 미드 라이너 개득이는 정신을 놓았다가 아차 싶은지 다시 정치질을 시작했다. 

-원딜이 잘하네. 아올린은 상대 미드한테 궁 걸었으면 둘 다 안 죽었음. 

그러나 그 정치질은 호응을 얻지 못했다.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았다. 
심지어 개득이의 방송에서조차도 개득이에게 호응이 없었다. 

-방금 그거 봄? 
-이거 브론즈 게임 맞음? 
-대리 아님? 
-아올린도 좀 하는 듯 

개득이는 이를 갈면서 스트리밍을 통해 말했다. 

"님들. 다이아에서는 저렇게 안해요. 내가 말한대로 한다니까. 그리고 전판 기억 안 나요? 결국 게임 터진거?" 

그제서야 스트리밍 채팅창에 개득이를 수긍하는 채팅들이 떴다. 

-ㅇㅇ ㅇㅈ 
-처음 잘 나가다가 뒤집어지는 경기가 브론즈 경기 아님? 
-가끔씩 터지는 잭팟 나온거임 ㅋㅋㅋㅋㅋ 
-와 시발, 쟤네 둘이 인생 경기 하나 찍었네 ㅋㅋㅋㅋ 

그제서야 개득이는 만족스런 표정이 되었다. 
개득이는 곧 이 게임의 주도권을 자신이 가져오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항상 게임을 캐리하는 역할은 자신의 것이었으므로...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강주민의 조슈아는 카드 덱에서 흡혈을 꺼내들었다. 
유리몸 조슈아가 흡혈을 해봐야 흡혈이 이루어지기 전에 죽는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이 게임에서 압도적으로 레벨이 높은 것은 조슈아였다. 
상대에게 가해지는 도트딜까지 쓸어담아 죽지않는 조슈아가 만들어졌다. 
덱에서 2개의 카드를 더 꺼내들었다.  
이동속도와 데미지 증가. 
그리고 서포터 아올린의 방어력 증가 카드 1개, 쿨타임 감소 카드 2개. 
게다가 아올린은 레벨 10이후로 레벨을 올리지 않았으므로 상대와 강제로 능력치를 교환.  
조슈아가 딜을 하고 아올린은 결정적인 순간에 상대를 벽으로 밀어 기절시킨다. 
그리고 상대에게 딜이 고르게 박혔을 때 조슈아의 궁 발동. 
도트딜로 죽지 않는 캐릭터는 조슈아가 추적하여 섬멸. 
조슈아와 아올린만으로 게임이 터져버렸다. 
트리플 킬만 2번. 

-상대 5명 중 4명이 항복에 동의하였습니다. 
-승리! 

나머지 아군들은 멍하니 승리 화면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적들은 터져나간 자신들의 코어를 망연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점수 화면을 보면서 노을이는 놀랐다. 
이 정도 수준의 원딜러를 만나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임 내내 원딜러의 뒤만 졸졸 따라다녀본 적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아군 원딜러를 보조하고 나서도 자신이 잘 하고 있는지 확신을 할 수 없었던 적도 처음이었다. 
노을이는 이전에는 상상도 못한 상황을 경험하고 나서 자신감을 잃어버릴 정도였다. 
그러나 놀란 것은 강주민도 마찬가지였다. 

"뭐야 얘는..." 

위험하다 싶은 순간에 기적처럼 살려내고, 밥상을 차려 놓듯이 상대를 가지런히 기절시켜주는 센스를 가진 서포터는 처음 만나본 것이다. 

"이 게임 이렇게 수준이 높은 게임이었어? 일반 게임은 별거 아니었구만. 아 좀 겁나네..." 

그는 자신의 서포터를 평균적인 서포터로 치부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한 편 노을이는 아군 딜러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에 프로필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그러나 센서 조작 실수로 프로필 확인 아래 있는 '친구추가' 버튼을 눌러버렸다. 

-친구 신청 메시지를 전송했습니다. 

"꺅! 어떡해!" 

한 번도 친구추가를 해본 적 없는 노을이는 부끄러워 취소 버튼이 없는지 미친듯이 찾아보았지만 그런 것은 없었다. 
노을이는 알 수 없는 열기에 얼굴을 붉히고 아까까지 흘리지 않았던 땀도 흘렸다. 
눈빛은 당혹감과 부끄러움으로 울 것 같았다. 
그리고 그에 쐐기를 박는 메시지가 전달됐다. 

-상대가 친구 신청을 허락하였습니다. 

-펑! 

노을이의 이성이 폭발했다. 
게임에서 다른 유저들과 친구를 만드는 것은 당연하고 자주 있는 일이다. 
서로 성별도 모를진데 노을이는 자신이 상대에게 추근덕 거린 듯한 느낌이 든 것이다. 
노을이는 바로 채팅을 날렸다. 
  
-죄송해요. 프로필 확인 하려다가 실수로 친구 신청을 눌렀어요 ㅜㅜ 

강주민은 별거 아니라는 투로 말을 이었다. 

-뭐 게임에서 친구 만드는 거야 흔한 일입니다. 그나저나 서로 잘 맞는 것 같은데 같이 게임 하시겠어요? 그 뭐더라 듀오가 가능하다던데... 

평소라면 그냥 '감사하지만 죄송합니다'하고 친구 삭제하고 개인 등급전(랭크)을 돌리겠지만 이 사람과 함께라면 아올린 전설 스킨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왠지 자신이 여자라는 부분을 밝히기가 껄끄러워 일부러 나이든 남자인 척 채팅을 썼다. 

-물론입니다. 듀오 좋습니다. 하하하! 서로 잘 맞겠습니다. 

그렇게 둘은 듀오 랭크를 돌리기 시작했다. 
공교롭고 신비하게도 이번에 또 다시 우연이 작용하였다. 
개득이를 또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이번에는 적이었다. 
복수의 기회이므로 행운이라고 해도 좋았다. 
그러나 전판에도 두개의 우연이 찾아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또 하나의 우연이 찾아왔다. 
이 우연 때문에 노을이는 다시 한 번 정신력을 시험대에 올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