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이십니까? 백작각하?”

 

에위레스는 다시 한번 물었다.

 

“내가 허언을 즐겨하던가?”

 

아드낭은 무심한듯한 어찌보면 매서워 보이는 눈초리로 에위레스를 쳐다보았다.

 

“아니요 … 그렇진 않으십니다. 그렇지만 그곳은 특수 국가 관할 지역입니다. 그런곳에 잘못 이슈를 남겼다가는 각하의 정치생명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그런건 내가 자네보다 더 잘 알것 같네, 에위레스.”

 

“하지만 …”

 

“에위레스. 동생이 죽었네.”

 

자신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하는 아드낭의 의지에 에위레스는 자신의 고집을 포기해야함을 느꼈다.

 

“알겠습니다. 말씀대로 진행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에위레스는 아드낭의 집무실에서 물러났다.

 

철컥 –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아드낭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레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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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위레스는 무거운 마음을 지고 자신의 사무실 의자에 널부러졌다.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닌데 말이지.’

 

에위레스 자신도 과거의 왕립기사단 전우였던 레크람의 죽음에 화가 나고 또 슬펐다. 하지만, 자신과 정치생명을 공유하고 있는, 냉정함과 이성적인 판단을 무기로 앞으로 잘 달려오던 아드낭이 동생의 죽음으로 많이 흔들리고 있는것이다. 비록 그가 원하고 선택한 일은 형제로서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 일이 조금이라도 틀어져 잘못된다면 그 뿐만 아니라 주변 모두의 자리를 나락으로 끌어내릴 것이다. 심복인 자신은 말할것도 없고.

 

‘지금은 불법적인 폭력보단 대중의 여론이 더 무서운 시대지.’

 

에위레스는 지금이라도 번복하여 아드낭이 이성적인 판단을 내려주길 바랬다.

 

똑 똑 -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피오나 경. 한슨 입니다.”

 

“들어오게.”

 

문을열고 큰 체구에 갑옷차림의 인물이 들어왔다.

 

“병사들 분위기는 어떤가?”

 

한슨 루터는 우트가드 백작가문의 사병대 대장이다. 과거 뛰어난 실력의 용병이었던 그는 우연히 맺게된 레크람과의 전우의 연으로 우트가드 백작에게 직접 성씨를 하사받고 그의 병사가 되었는데 혁명 이후 귀족가문의 재산에 대한 개혁이 실시되면서 레크람이 직접 창설한 우트가드 사병대의 대장이 된것이다.

 

“좋지 않습니다. 병사들이 소공자님과 어떤 인연을 맺어 왔는지 아시지 않습니까?”

 

레크람 우트가드는 우트가드 백작가문의 사병들 뿐 아니라 과거 기사들이나 현재의 젊은 군인들, 무인들의 귀감이 되는 존재였고, 과거 혁명당시 많은 인명을 살상한 과오가 있지만 그것은 왕을 지키는 군인으로서 임무에 충실한 결과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지난 과거를 반성하며 결국 모든걸 내려놓고 뛰어났던 마법과 학문적 소양으로 안젤릭 아이즈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 후로 사교계와 학계에선 더욱더 인기있는 인물이 되었다. 물론 그의 모든 행동이 우트가드 백작, 아드낭 우트가드의 정치활동에 큰 도움이 되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동요하지 않도록 … 잘 해 주리라 믿네.”

 

“알겠습니다,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런데 그놈은 어쩌실 겁니까?”

 

안그래도 우락부락한 한슨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그놈이라니?”

 

“모른척 하시는겁니까? 피오나경? 소공자님을 돌아가시게 한 그놈말입니다.”

 

에위레스는 눈쌀을 찌푸렸다.

 

“진정하게 한슨. 그건 내가 알아서 처리할…”

 

“그냥 살려두실 생각은 아니겠지요? 피오나경?”

 

“후우…”

 

에위레스는 한숨을 쉬었다. 에위레스는 스트레스로 뒷골이 땡겨옴을 느꼈다. 용병이었던 한슨은 근래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차분하고 교양있는 귀족적 성격과는 거리가 멀었다. 할말이 있으면 바로 하고 그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용병과 같은 거친 세계에 알맞은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이 이야기가 계속 나오게 둬서는 안되겠어.’

 

애타게 무언가를 바라며 자신을 바라보는 한슨을 쳐다보며 에위레스는 말을 이었다.

 

“한슨. 그런 발언은 외부에서는 자제했으면 좋겠네. 자네 심정은 잘 알겠지만 그런 이야기가 자꾸 들리면 백작각하에게 피해가 가게 될거야.”

 

“그래도 …!”

 

"자네의 위치를 생각하게, 예전의 일개 용병이 아니야 자네는 우트가드 사병대의 대장이란 말일세."

 

한슨은 고개를 떨구었다.

 

“이제 그만 나가보게. 내가 한말 명심하고.”

 

“… 알겠습니다. 피오나경.”

 

쾅 -

 

한슨은 불만이 풀리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방문을 세게 닫으며 나섰다.

 

‘골치아프군. 지금상황에서 덴트리노든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우리에게 바로 화살이 날아올텐데 …’

 

어떻게 잡은 귀족회의 주도권인가? 아직은 건너야할 강도 넘어야할 산도 많았다. 지금 구설수에 오르게 되면 우트가드 백작의 정치생명은 끝이다. 어차피 여론은 우리의 편이다. 명망있던 레크람의 죽음으로 아무리 결투상 살인일지라도 살인자는 재판에 세워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었다. 이런 때 일수록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이미 늦었지.’

 

아드낭 우트가드라는 사람은 결정을 번복하는 사람이 아니다. 더 늦기전에 자신이 나서서 닥쳐올 상황을 완화시킬 준비를 해야 한다.

 

에위레스는 집사에게 마차를 준비시키며 외투를 챙겨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