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네의 말은 내가 물었던 물음들을 밀쳐놓았다. 눈살이 접히며 이보네는 초점 없이 웃었다. 그 여자가 내놓은 답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녀가 소개한 그 여자 자신은 앞서 말한 것과 다름이 없었다. 이보네가 말하고 있는 것은 칼이었다. 이보네는 자신이 칼이고 죽지 않는 존재인데, 자신과 나는 이어져있어서, 결국 자신과 나는 칼이자 괴물이라고 했다. 이보네의 말은 헛것을 헤집는 듯 했다. 그 여자가 말한 칼이 나와 그녀라면 칼끼리 서로의 소유를 주장하는 양상인데, 칼은 그것을 쓰는 자의 것일 테니 그녀와 내가 서로를 쓰는 것보단 나만이 그녀를 쓰는 것에 더 가까울 터였다. 칼의 말은 잘 와 닿지 않았다. 나는 눈밭에서 일어섰다.

 

내 뒤에서 이보네는 걸었다. 허연 눈 속에서 찍히는 발자국은 발이 옮겨질 때마다 새로이 찍혀서 정처 없어보였다. 그 여자는 내가 어디를 가고 있는지 묻지 않았다. 나는 걸었다. 그 여자가 말하지 않는 이유는 나와 그녀 자신이 같은 칼이기 때문일 터였다. 말로써 통하지 않는 그 여자와의 관계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나는 말없이 걸었다. 이보네가 입을 연 것은 어스름이 질 무렵이었다. 해가 저물어서 바람이 거세어지자 내 뒤에서 걷던 이보네가 물었다.

 

―힘들지 않아?

 

그 여자의 말은 바람에 섞였다 사라졌다. 뒤돌아보자 그 여자의 시선은 나를 향하고 있었다. 말은 시선에 얹혀서 가는 듯해서 이보네의 말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답했다.

 

―그다지……

 

―원래 다 그래.

 

'원래'였다. 그 여자의 대답은 나를 꿰뚫어보고 있었다.

 

―원래라면……

 

―많이 봐 왔어.

 

―……

 

이보네가 눈을 마주쳤다. 핏물 빠진 시야에 들어온 그 여자의 눈은 붉었다. 그 붉은 눈동자로 이보네는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상대를 끌어당기는 눈빛이었다. 눈동자가 강렬하여 나는 시선을 돌렸다. 흩날리는 눈발 속에서 그 여자의 검은 머리카락은 윤기가 돌았다.

 

―죽지 않으니 당신도 오래 빛을 볼 테지.

 

이보네의 말은 단순한 사실을 읊조리는 말투였다. 말은 낮고 적적했다. 그 여자가 답을 할 때 나는 진실로 무서움을 느꼈다. 그 여자의 말대로 나 역시 죽지 않아서, 그 여자처럼 건조함이 들어앉은 미소로 모든 것을 연민할 것이었다. 내 몸 속 어딘가에서, 밀쳐내어지지 않는 울음이 솟구쳤다. 나는 차오르는 핏물을 삼켜 울음을 밀어 넣었다. 나는 겨우 말했다.

 

―내가 죽기는 어렵겠군. 당신이 사람이 아니라서.

 

―……

 

이보네는 대답하지 않았다. 뒤돌아 멈춰선 내 옆으로 그 여자는 걸어왔다. 나는 몸을 돌렸다. 눈발이 휘날려서 길은 모호했다. 나는 휘청거리며 걸었다.

 

―몸조리가 필요할 테니 저기로 가.

 

이보네가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수목이 우거져 안은 어두웠다. 칼이 흔들리는 팔에 닿아 덜걱거렸다. 나는 그곳으로 들어갔다. 발에 눈 더미가 차여 걷기에 불편했다. 밑동만 남은 나무를 피해가며 걸었다.

 

그 여자도 나와 같은 울음을 느꼈을 것인가. 그 여자는 자신과 내가 같은 것이라고 말했으니 적어도 나의 울음은 개별적인 것이 아닌, 서로의 같은 울음일 것이었다. 나는 고개를 숙여 허리에 차인 칼을 응시했다. 칼의 울음은 들려오지 않았다.

 

―당신과 내가 연결되어있단 소린가.

 

―그래.

 

칼이 답했다.

 

―기억에 없는 당신이 나한테 익숙한 이유도 그 때문인 거고.

 

―그래.

 

―당신은 악마인가?

 

내가 물었다.

 

―당신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이 맞는 것일 테지.

 

―……

 

칼은 선선히 대답했다. 칼의 말에는 거침이 없었다. 나는 물었고 칼은 답했다. 걸을 때마다 눈이 스며서 옷은 젖어있었다. 눈 묻은 손은 근육이 굳어 움직이기 불편했다. 이보네가 가리킨 방향을 따라서 나는 걸었다. 바람 부는 숲 속에서, 추위는 없었다.

 

 

 

 

 

 

 

 

 

 

ps1 : 격조했습니다.

ps2 : 혼자서 쓰는 글입니다. 정시에 업로드하는 연재는 아닙니다. 기다리는 분들이 없으셨으면 합니다.

ps3 : 때가 되면 제대로 연재할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