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의 마왕이자 정신 나간 마왕이라 불리던 벨뷔제트

그는 중간계에 자신들의 수족을 풀어 언데드군단을 만들었고, 단순한 이유로 전쟁을 일으킨다.

 

“심심하잖아?”

 

그런 정신 나간 이유로 중간계의 반은 황폐화가 되어버리고, 인간의 3/1이 언데드가 되어버리고, 타종족도 그것을 무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게 되어버린다.

결국 인간과 협력을 하지 않던 다른 종족들은 인간들에게 연합군을 창설할 것을 제안을 하게 되고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모든 종족이 모여서 회의를 하게 된다.

물론 드래곤은 참석하지 않는다.

 

“나는 엘프의 왕 엘론드라 합니다.”

 

“저는 인간 연합군의 대표 시몬스입니다.”

 

“드워프 쿠라한이다. 에이 나무냄새.”

 

역시나 서로 앙숙답게 드워프는 엘프에게 도발을 했고, 그런 드워프의 말에 엘프의 왕이 발끈하면서 받아친다.

 

“난쟁이가 시끄럽군요.”

 

“뭐 이 키만 멀대 같이 큰 멸치들이!”

 

“멸치가 어떤 생물인지는 알고 말하는 겁니까?”

 

엘론드와 쿠라한은 자신들이 왕으로서 왔다는 것도 망각한 채 싸웠고, 그것을 중재한 것은 오크부족의 대표였다.

 

“시끄럽다. 엘프, 드워프 지금 싸우러왔나?”

 

“당신은?”

 

“오크 부족장 호른이다.”

 

호른이라는 오크 부족장은 부족장이라는 이름에 맞게 거대한 덩치를 가지고 있었고, 몸 여기저기에 흉터가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는 엉망이던 오크들을 모두 결집시킨 자답게 편안히 말하지만 느껴지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인간 상황 설명을 부탁하지.”

 

쿠라한은 이제 좀 진정이 됐는지 그렇게 말했고, 시몬스는 설명을 시작했다.

 

“어느 정도는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3년 전 벨뷔제트라는 마족의 마왕이 심심하다는 이유로 중간계에 선전포고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수족들을 보내서 언데드 군단을 만들죠. 처음에는 저희 인간들은 자주 있었던 마족과의 계약으로 인한 전투라고 생각하고 성기사 1개 사단을 보내서 전투를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상황은 안 좋았습니다.”

 

그렇다.

성기사단은 언데드를 상대하는데 특화되어 있다.

하지만 문제는 상대가 단순한 언데드가 아니었다.

자아도 이성도 없이 싸우는 언데드가 아니었던 것이다.

벨뷔제트가 보낸 수하들은 제각각 자신의 언데드 군단을 가지고 있었고, 직접 정신조종을 해서 전술을 펼쳤다.

그동안의 침공과 달리 성기사단이 질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은 바로 이 부분이었다.

 

“결국 1개 사단은 전멸. 지금은 적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뒤에는 방치한 건가?”

 

호른이 물었고, 인간의 왕은 고개를 가로 저은 뒤 설명을 이어갔다.

 

“방치하지 않았습니다. 인간이라는 종족 전체의 문제라고 판단하여 연합군을 만들었고, 일단 언데드군단이 창궐한 도시의 주민들을 모두 대피시켰습니다. 하지만 그 외에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기사단, 검사단, 성기사단, 성직자단을 모아 거의 종족전쟁을 일으킬 수준의 병력을 모았지만...”

 

“모았지만?”

 

“피해만 커지고 계속해서 언데드군단만 늘려주는 상황일 뿐 수를 줄이지는 못 했지요.”

 

그 말을 들은 엘론드는 이상하다고 느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을 던졌다.

 

“적어도 성기사단이나 성직자단이라면 언데드를 제압하기 적합 할 텐데 그게 무슨 소리지요?”

 

“의외의 문제가 발생했으니까요.”

 

“음?”

 

“흑마법사단에 속한 자들이 그 동안의 천대를 못 잊고 마족의 편에 들어가 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언데드 한 명을 죽이면 두 명이 태어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있었고요.”

 

그러자 연합군을 구축하기 위해 모인 왕들은 잠시 말을 잊고 조용해 졌다.

그 때 누군가 왕들이 모인 천막을 열고 들어왔다.

 

“거 겁나 우울하네.”

 

“넌 누구냐!”

 

호른이 다짜고짜 자신의 도끼를 뽑아 휘둘렀고, 들어온 남자는 가볍게 손등으로 그 도끼를 쳐냈다.

 

“무슨!?”

 

“호르님 적이 아닙니다.”

 

“그런가?”

 

“네. 저 사람은 유일하게 혼자서 언데드 1개 사단을 박살내고 지휘하던 마족을 죽여 버린 인물. 1인 군단이라 불리는 남자입니다.”

 

“여기계신 분들이 전 종족의 왕인갑네. 그보다 드래곤은 어디 있어?”

 

“하등한 종족 따위 상관없다고 무시했다.”

 

쿠라한이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고, 남자는 어차피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도마뱀 새끼들은 머리에 들은 게 없어. 전쟁이 끝나면 몇 마리 죽여줘야겠어. 우리만 중간계 생명체인가? 참나 본드래곤은 지들 종족 출신이 아닌갑지?”

 

“무슨 소리인가!”

 

“아. 본드래곤에 대한 정보는 못 들었나? 하긴 나도 여태까지 방어전을 벌이면서 한 마리 봤으니까. 나도 놀랐다고 드래곤을 언데드화 시켜서 휘두르고 다닐지는 덕분에 그 방어전은 정말 오랜만에 죽는다고 생각했어.”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다.

그리고 한 모금을 내뱉으며 말했다.

 

“미리 말해둘게. 이 전쟁 참여하는 놈들은 다 뒤진다고 생각하고 참여해야 해. 만약 그게 싫어서 거부한다면 말리지는 않지. 하지만 하나는 각오 해. 이 전쟁이 끝나는 순간 그 종족도 내가 멸족시켜 줄 테니까”

 

모든 종족의 왕 앞에서 뱉은 그 말은 모든 종족을 무시하는 말이었고, 왕들은 격분해서 자신들의 무장을 꺼내들었다.

그 때 호른과 시몬스만 조용히 자신의 무기를 거두며 말했다.

 

“거절하겠습니다.”

 

“그건 나도 동의한다. 인간. 아마 저 인간이 멸족시키려고 작정하고 달려들면 우리 오크는 또 뿔뿔이 흩어지고 모두 사라진다.”

 

“기개가 없는 오크로군!”

 

“내가 보기엔 정확한 판단이야. 아까 한 번 휘둘러 봐서 아려나?”

 

그러자 호른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절대 이길 수 없는 상대다. 오크는 전통적으로 최고로 강한 자만 부족장이 된다. 하지만 나는 그를 이길 수 없다. 확신한다. 그리고 지금의 오크족에겐 내가 필요하다.”

 

“좋은 책임감이군. 어찌 보면 이 두 종족보다 우성인자를 가진 게 오크일지도 모르겠어.”

 

“인간 주제에 입을 막 놀리는구나!”

 

“이 자리에서 네 뼈를 으깨주마!”

 

쿠라한은 빠르게 달려들어 자신의 망치를 휘둘렀지만 남자는 그것을 웃으며 발로 걷어차 쿠라한을 멀리 굴려버리고, 활시위를 당긴 엘프의 왕에게 초 근접으로 접근하여 말했다.

 

“활의 장점은 기습과 원거리 공격을 할 수 있어서야 이렇게 근거리에서 활시위를 당기고 있으면 그냥 죽여 달라는 거지.”

 

그리고 목을 손으로 잡아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았다.

 

“크헉!”

 

“아 담배 필 때는 개도 안 건드리는 건데 어떻게 할 거야? 담배 더 안 가져왔는데 마지막 담배였다고 망할 귀쟁아.”

 

“인간 주제에 엘프를 모독... 커흑...”

 

“인간 주제? 넌 꼴랑 엘프 주제에 나한테 덤비냐? 이 자리에서 저승으로 보내주리? 시체는 덤으로 마족한테 던져줄게 어때? 괜찮지?”

 

남자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고, 천막 안에는 살기가 휘몰아쳤다.

아무래도 이 남자는 인간 주제라는 말에서 화가 난 건지 전력으로 살기를 방출하고 있었고, 안에 있던 호른과 시몬스도 숨을 쉬기가 어려워지는 것을 느꼈다.

 

“이... 인간 그만 해라. 우리도 죽을 것 같다.”

 

“엉? 아차차.”

 

순간 두 명이 더 있다는 것을 기억해낸 남자는 순식간에 살기를 거둬들이고 몸을 일으켰고, 엘론드는 켁켁거리면서 숨을 몰아쉬었다.

 

“한 번만 더 인간주제에 라고 지껄여 봐 너희 엘프족은 그냥 존재했다는 흔적도 안 남기고 멸족 시켜 줄 테니까 말이야 하프도 쿼터도.”

 

그리고는 몸을 일으키는 쿠라한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드워프도 포함해서다. 검을 안 뽑은 것을 감사히 생각하라고.”

 

그제서야 안에 있던 모든 존재들은 알 수 있었다.

그의 등에 대검이 메어져 있고, 그는 단 한 번도 그 대검을 뽑지도 않고 자신들을 제압했다는 것을...

 

“자자 회의마저 하자고.”

 

그는 그렇게 말하고 느긋하게 천막기둥에 몸을 기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