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억...후억~~!사혁...이 갈아먹을 곰탱이 새끼!!!"

 

녹색의 잔광을 흩 뿌리며 그 것은 퇴폐한 도시의 가장 어두운 골목길로 몸을 숨겼다.

 

"하윽...하윽.! 이 미친 판타지 팬 새끼들...

 지 들이 고드핸드에 대항하는 또라인 줄 아나..."

 

청년은 자신의 왼팔에 박혀있는 석궁의 토막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뼈하고 신경쪽의 위험한 부위는 그럭저럭 양호하지만(팔이 뚤려있는 상황치고는).

출혈도 심하고 이두박근 의 대부분이 손상을 입었다.

 

그래도 전부 따돌리고

추격자 놈들 대부분을 폭사시켜준 것은 자랑해도 될만한 전적이다.

누구한테 자랑 하느냐가 문제이지만.

 

"어으윽...또...가야겠군."

 

이걸로 5주 연속인가, 세건은 조용히 자신의 야마하에 시동을 걸었다.

 

 

-

 

 

소파에 기대 커피를 마시며 잡지를 읽고 있던 마야 이올로비치 에게

석궁에 팔 뚫린 청년의 방문은 그리스 신화에서의 비극 처럼 다가왔다.

 

"...안 당해 본 무기가 뭐야."

"창,그리고 부메랑 정도."

 

문자는 질문이지만 어투는 질문이 아니다.조금 긴 한숨이리라.

세건은 늘상 수술용으로 넣어두는 오토바이 좌석 밑 의 100만원 다발 5개를

식탁에 던져 놓고 스스로 철제 수술대(라 불리는 탁상)에 누웠다.

 

행동거지가 샐러리맨이 고된 일과를 마치고 집에와 현관에서 훌훌 옷을 집어 던지고

신문을 챙겨 화장실로 들어가는 듯한 자연스러움이 배어나온다.

 

"몰핀 주사 안해도 되.약 기운 몇 시간 남았으니까."

"하."

 

잡지를 집어 던지고 커피를 싱크대에 버리며 마야는 냉장고에서 혈액팩과

수술도구등을 꺼내기 시작했다.

처음 이 집에 왔다면 대체 어떤 차를 내오려는 것 인지에 심각하게 고찰해 보겠다만

세건은 처음도 아니거니와 그런 섬세함(상식)과는 거리가 있다.

 

멸균피를 펼치고 수술도구를 내려놓는다.집게.고정기,주사.약 앰플,휴지

(거즈가 아니다...)

과산화수소와 포비돈.망치(?!?!)

언제나 의문이지만 대체 수술할 때에 망치를 왜 준비하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보통 망치가 아니라 버스 등에 비치되어 있는 창문 깨기용 소형 망치 인데

언뜻 보면 수술도구 같기도 하나 아무리 자세히 봐도 아무리 언뜻보아도

그 존재감은 나열되어있는 야매 수술도구들과 조합을 이루지 못한다.

세건은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였다.

 

"주사약 뭐야.약 먹었다니까."

"항생제야.석궁의 청결상태에 그렇게 자신 있다면 KS에 연락해주지."

"..."

 

앰틀을 따서 주사에 약을 넣고 소독약을 준비하며 도구들을 나열해 놓는다.

집게를 백열등에 비추어 볼때,왼쪽 안면부의 머리칼에 가려진 화상자국이 보인다.

일부분이 썩은 장미처럼,그 아름다움 속의 추함은 시선을 유혹한다.

 

수술준비를 할 때의 마야는 섹시하다.

가본 적은 없지만 사창가에서 서비스를 받기 전의 분위기가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세건은 생각했다.

육체에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서,육체에 생명을 채워주기 위해서의...정도 차이?

 

마야가 부드럽게 자신의 팔뚝을 묵고 수액바늘을 삽입할 때 즈음에

세건은 의식을 잃었다.

 

 

-

 

 

 

익숙한 옐로 베이지의 천장이 보인다.

'쉬이이이이익~...'

물 끓이는 소리.

수술도구를 소독하고 있구나.그러고보니 저거에 세제라도 풀면 어떨까?

어차피 식염수로 제대로 소독하는 것도 아니니 괜찮겠다 싶은데...

하지만 수술을 하려는데 도구에서 향기가 나면 그건 그것대로 무서울 거 같다.

 

"후~다 됐어,나가봐."

"..."

 

붕대가 깔끔하게 감겨있고.언제나 처럼 간질하게 피부를 당기는 감촉이 느껴진다.

팔을 꽤맨 실,근육을 덮고있는 상처연고의 화끈함.

이곳 이외에서 치료를 받은 적은 없지만...잘 됐다.

세건도 이리구르고 저리 터지면서 어지간한 상처는 스스로 치료하는데

마야에게 받으면 다르다.제 값을 한다.

그렇다고 네이버에 추천 글을 올리거나 하진 않을 거지만.

 

"환자 앞에서 담배펴도 되?"

 

세건은 재떨이를 가득 메우고 있는 담배꽁초를 보며 눈을 찌푸렸다.

한 갑을 가뿐히 넘어뵈는데... 빙금 소독한 상처가 괜히 아프게 느껴진다.

어쨌든 독가스의 한 종류가 아닌가.

 

"안 가?"

"아."

 

세건은 천천히 일어섰다.

 

"다음에 올땐."

 

마야가 입을 열었다.

 

"무슨약을 먹었는지 정돈 알려주면 좋겠어,

 약을 주사했는데 발광하다 죽으면 꿈자리가 나쁘거든."

"...나쁠 거 같다가 아니라 나쁘다?"

"응."

"..."

 

그렇다,여긴 야매 치료소다.

 

완연한 오후.

햇살이 눈부시다.그러나 이 광경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그것이

이제 세건에겐 없다.그저...적을 막아주는 확실한 방패일 뿐.

자신의 생활을 되집어 본다.총을 들고 칼을 들고 바이크를 타며.

총에맞고 칼에 맞고 가끔은 색다른 것에 골라 맞는 재미를 느낀다.

"훗."

그러다 러시아 출신의 제 얼굴을 지져버린 섹시한 야매 여 의사의 치료를 받는다.

 

"제대로 쓰레기 각본 이군."

 

더 엿같은 건 자신이 주인공 이란 것.

뭘 어떻게 해도 해피 엔딩은 안될 거라는 것.

 

어쩨서 일까.마야에게 치료를 받고오면 이런 상념이 떠오른다.

유일하게 마주하는 민간인이라? 아니,저런 생활패턴도 민간인이라 할 수는 없지.

하지만 월야에 대해선 모른다.

 

"흥, '상담이 필요합니다' 냐."

 

세건은 고개를 절레절레 털면서.바이크를 더 구석진 곳에 옯기고 택시를 잡았다.

막 잡은 택시에 몸을 실으려는 찰나 마야가 나왔다.

단정한 정장을 입은 그녀.누굴 만나러 가나? 마야와 잠깐 눈이 마주했지만 그걸로 끝.

마야는 어디론가 가 버렸다.

마야, 마야 이올로비치.

넌 나와 어떤 관계지.월야에 대해 알게 되면 뭐라 그럴까.

상처에 대해 묻지 않기야 하지만.자신을 뭐라 상상할지 궁금하기도 하다.

세건이 마야에게 가는 이유는 솜씨도 있지만 어떤 상처라해도 투덜대기만 할 뿐.

출처를 묻지 않는다.

 

"또라이 아니면...미친 놈 이겟지."

 

그게 그건가. 세건은 목적지를 알리며 사람 찌든내가 나는 택시 에 몸을 의탁했다.

어떻게 되어갈까.마야는 언제까지 이 일을 할까...

 

나는?

결국엔 들통날까?

이 곳 으로 꽤 자주왔는데 적들이 자신의 행선지를 조금씩 알아가는건 아닐까.

이곳에 잠복할 수도.하지만 그때에도 세건은,싸우리라.그 밖에 없으니까.

 

마야 이올로비치.심연에 먹혀가는 심연의 적을 치료하는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

그녀는 나로 인해 희생당할까?

자신을 록 스타와 닯았다 하던 그녀처럼.

도착하니,태양은 그 권능을 잃어가고 있다.

 

"달이...뜬다."

 

상처입은 팔이 뜨겁다.

피곤하다.

배가 고프다.

잠이 온다.

 

온 몸에서 투기가 들끓는다!

 

"간다..."

 

 

 

 

 

 

 

                                  그 미친달의 세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