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이이이이이우!"
 "치이이이이이이!"



 '놈' 들의 손에 들린 검들이 일제히 내게 쏘아진다.
중세 유럽에 판타지를 버무린 것 같은 
이 세계 <어비스> 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한복을 입고 탈을 쓴 존재들.
그리고 놈들이 지닌 저 검.
약해보이는 외관과는 달리 그 고즈넉한 목검의 겉면은 날이 쇠로 되어있다.

 흑철黑鐵. 검은 철鐵 이라는 뜻으로,
'그 땅'에서 나는 광물 중 가장 단단한 광물이다.
그래. 흑철이야말로 저 놈들, <치우 治雨> 들의 트레이드 마크다.



 "치익?"
 "치우?"



 그때, 갑자기 내 모습이 사라졌다.
이윽고 놈들의 목에 붉은 실선이 그어져 핏방울이 몽글몽글 맺혀지더니,
일제히 목과 몸이 분리되어 나뒹군다.

 스텔스 바디(Stealth Body).
일명, "은신" 이라는 염동력자들의 최대 고위 기술이다.

 1. 먼저, 주변을 둘러본 후,
 2. 주변의 빛 입자들을 염력으로 끌어온다.
 3. 그 입자들을 실시간으로 몸에 둘럴 재배치 함으로써 주변 풍경과 동화된다.

이게 빛 입자만을 끌어온다는 것부터가 난이도가 장난 아닌데,
거기다 그걸 몸 주변에 실시간으로 재배치 하고 그걸 유지시켜야 해서
난이도가 말도 안되게 올라간다.

 본래 우리는 빛이 반사되어 들어오는 걸 봄으로써 사물을 인식한다.
그러니 그 빛은 조작할 수만 있다면, 투명인간도 사실 불가능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리고, 스피드는 내 장기다.
이 놈들의 속도로는 날 못잡는데, 거기에 보이지조차 않으니,
이런 식으로 압살이 가능한 것이다.

무엇보다 나는 이제 절대자의 영역을 향해가는 중이다.
아직 절대자의 경지에 오르지는 못했으나,
홀로 군부대 10대대 까지는 상대 가능한 준 절대자다.
무엇보다, 날 수 있다는 것.
그것 때문에 이 곳에서 내 몸값은 천정부지로 날뛰는 중이다.
아직 죽을 수는 없었다.



 "치이이이......"
 "치우치우......"



 정말이지, 지긋지긋하다.
<단군>의 충실한 개새끼들이 여기까지 따라올 줄이야.
나는 다시 한번 몰려오는 치우들을 바라보며 조용히 손을 들었다.
내 안에 잠재된 힘, "비력"을 느끼며.
비력飛力. 나는 힘. 그것은 바람.
......바람이 분다. 기분 좋은 미풍이, 내 손과 두 다리를 감싼다.



 "<미풍 敉風 : 바람흘리기>."



 스팟!
 찰나, 내 손과 두 다리가 아주 잠깐 움찔거린 후,
앞다투어 달려들던 치우들의 목에 붉은 실선이 그어졌다.
이윽고 수백마리 치우들의 목과 피로 바닥이 더러워졌다.



 '부......족해.'



 부족하다.
내가 원류인데.
내가 만든건데.
내가 오리지널인데.
그런데도, '그 녀석' 보다 뒤떨어진다.



 '언젠가...따라잡을 테니까.'



이윽고, 내 손짓에 치우들의 피와 사체가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뒷 마당에 떨어졌다.
사람과 거의 다를 바 없는 모습이기에, 처음에는 곤혹을 치렀으나.
이젠 별 감정도 없다.
저것은 사람이 아니니.



 '이제, 이 곳도 끝이다.'



 아무래도.
이사 갈 준비를 해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