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어비스(심연)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검은 머리에, 검은 눈에, 검은 날개...를 가진 소녀가 있다.
그들은 스스로의 차원을 '어비스'라 부르는 걸 금기시하지만, 이곳의 이름은 어비스가 맞다.



" 끼
   이
     이
       익
           .
              .
                 . "



 녹슨 철문이 열리며 소름끼치는 소리가 난다. 흠칫, 몸을 한 차례 떤 후,
나는 내 손목을 바스라져라 그러쥐었다. 왼손이 피가 안 통해 금새 새하얘지고, 핏줄들이 터질 듯 불거진
모습들이 내가 보기에도 퍽 안쓰러웠다.



 '진정...진정해...그 놈이...왔을리가...'

 쿵.  쿵.



 쿵쿵 거리는 소음이 점점 가까워짐에 따라 등에는 서늘한 한기가 자리하고,
머리카락은 긴장으로 쭈뼛 선다.
이 곳의 바닥은 충격을 극도로 잘 흡수하는 소재로 만든탓에, 바스락 거릴지언정 큰 소리는 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무언가"가 말도 안 될 정도의 무게로 강제로 그 높은 충격 흡수성을 무시한채,
큰 소음으로 자신을 과시하고 있다.




 쿵.  쿵.



그리고 그것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쿵.



그래. 이건....



 '놈, 놈이다......!'



 나는 쿵쾅거리며 나대는 심장에게 닥치라고 쏘아붙인 후, 
재빨리 서랍을 열어 소개장을 하나 꺼내 품에 넣었다.
그러고는 살금살금 걸어가 문을 살짝 열었다.

없었다. 놈이.
있었다. 그림자가.
......내 뒤에...



 콰앙!



커다란 소음과 함께 찢어지다 못해 아예 가루가 된 충격흡수용 솜과,
그 밑에 깔려있던 대리석마저 부서져 비산하였다. 때문에 푹신하니 안정감을 주던 바닥은 엉망이 되었고,
사방에 대리석 조각이 날아다녀 섬뜩한 순간도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놈이 분열하더니,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사방이, 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