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불상에서 괴괴한 붉은빛이 피어올랐다. 역으로 빛을 받은 팔로의 얼굴이 저승사자의 그것처럼 섬뜩했다. 그는 목에 걸린 사기 염주알 중 진홍의 구슬을 입으로 가져가 '바삭' 으스러뜨렸다. 순간 창자를 뒤트는 역한 냄새가 보이지 않는 바닥으로부터 올라왔다. 일행은 인상을 찌푸리며 손바닥으로 입을 가렸다. 주빈은 심한 헛구역질 끝에 걸쭉한 침을 토했다. 바닥이 요동치며 시커멓게 썩어 문드러진 흙이 사방에서 부글거렸다. 진흙처럼 걸진 분토는 먹이를 쫓는 뱀처럼 갈래를 이루어 마계불의 붉은빛을 따라 몰려들었다. 살코기를 탐하는 주린 들개무리처럼 흙은 망설임 없이 마계불을 뒤덮었다. 

 

불상을 삼킨 후 불쑥 솟아오른 흙더미는 마력을 빨아들인 듯 용암처럼 시뻘겋게 끓어 올랐다. 눅눅한 붉은 빛에 반사된 진기 일행의 모습은 그들의 심리만큼 불안하고 초조해 보였다. 붉은빛을 머금은 흙은 자석에 쇳가루가 끌리듯 팔로를 향해 가더니 발등부터 그를 덮어가기 시작했다. 싯누런 연기가 피어오르며 그를 덮은 흙이 현무암처럼 검고 단단하게 변했다. 

 흙은 이미 팔로의 전신을 덮었지만, 성에 차지 않는 듯 꾸역꾸역 계속 몰려와 부피를 키워갔다. 흙의 흐름이 멈췄을 때, 팔로는 3미터에 가까운 거대한 석상으로 변했다. 그가 육중한 발을 들어 첫걸음을 디디자 지진처럼 바닥이 흔들렸다. 그의 엄청난 크기와 무게가 모두를 한순간에 압도했다.

 

마침내 얻게 된 힘에 감격한 듯 팔로는 고개를 쳐들고 야수처럼 포효했다. 다들 공포에 사로잡혀 쭈뼛거리고 있을 때, 먼저 나선 것은 역시 찬수였다. 그는 작은 호리병을 열어 들고 있던 방울검에 부었다. 암적색 끈끈한 액체가 칼날을 덮었다. 찬수는 방울검을 진기에게 건네고 의미 있는 눈빛을 보냈다. 진기가 받아든 칼을 단단히 그러쥐고 고개를 끄덕이자 찬수는 허리춤에서 검은 부적을 꺼냈다.

 

'방울검을 건네시는 건 일격을 내게 맡긴다는 신호···'

 진기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부적의 한 복판을 흐르는 글자에서 금빛이 선명하게 빛났다. 부적에 불을 댕긴 그는 불이 채 사그라들기도 전에 그것을 입안으로 욱여넣었다. 곧 입에서 피어오른 검은 연기는 천천히 찬수의 몸을 감쌌다. 검푸른 연막을 두른 그는 주저 없이 팔로를 향해 달려갔다. 진기도 뒤질세라 방울검의 날을 세워 찬수의 뒤를 쫓았다. 하지만 팔로의 거대한 주먹이 먼저 날아와 찬수의 복부를 때렸다. "쩡" 금속성 굉음과 함께 찬수와 그 뒤를 바짝 따르던 진기가 동시에 허공을 날아가 바닥을 뒹굴었다. 뒤엉킨 두 사람은 충격에 잠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찬수를 감쌌던 반탄의 연기가 아니었다면 그의 갈비뼈는 산산조각이 났을 것이다. 밭은기침을 토한 찬수는 불상의 무시무시한 힘에 몸을 떨었다. 곧이어 몸을 추스르고 일어난 진기가 지옥문을 열기 위해 수인을 맺었다.

 

"아니. 지금은 소용 없을 게야!"

 찬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 차돌 같은 송장의 피부를 벗겨내지 않으면 그 안으로 들어간 마계불의 혼을 끌어낼 수 없어."

 

찬수의 설명이 아니었어도 마물을 코앞에 두고 반응을 보이지 않는 지옥문에 진기는 적잖이 당황하고 있었다. 머뭇거리는 사이 이번엔 팔로가 진기와 찬수를 항해 들소처럼 달려들었다. 찬수는 급하게 흐트러진 연기를 끌어모으려 했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팔로의 육중한 손아귀가 찬수의 머리를 향할 때 천둥 같은 세 발의 총성이 울렸다. 강 형사였다. 총알이 파고든 팔꿈치에서 싯누런 진액이 흘러나왔다. 총구는 곧바로 팔로의 머리를 향했다. 팔로는 두 팔을 교차해 머리를 가린 채 강 형사를 향해 육중한 몸을 날렸다.

 

'저런 덩치로 어떻게!'

 

육중한 몸이 둔해 보였지만 움직임은 민첩했다. 강 형사는 뒷걸음질 치며 리볼버의 나머지 실탄을 모두 발사했다. 팔로의 팔과 어깨에서 진액이 튀었지만, 그의 돌진을 멈추진 못했다. '앗!' 몸을 웅크린 그의 앞을 은결이 날아와 막아섰다.

 "펑"  고막을 찢는 굉음 뒤에 은결과 강 형사가 바닥을 데구르르 굴렀다. 돌풍에 속절없이 나뒹구는 낙엽 같았지만, 둘은 무사했다. 은결의 담대한 행동이 강 형사는 고맙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하지만 더 놀란 사람은 무지막지한 괴물의 공격을 막아낸 은결 자신이었다. 그의 오른손에 꽉 쥐어진 은십자가에서 성스러운 푸른 빛이 돌았다.

 

'진짜였어! 이 은십자가는···'

 십자가를 치켜든 은결의 뒤로 찬수와 진기도 재빨리 몸을 숨겼다.

 

"허! 무결의 방패가 헛말이 아니었군. 젊은이 자네가 우리의 가림막이 되어주게."

 

찬수는 얄팍하고 짧은 대나무 검을 꺼내 들고 진기에게 눈짓했다. 둘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동시에 은결의 좌우를 치고 나갔다. 찬수가 대나무 단검을 팔로의 목과 가슴에 날렸다. 날아드는 단검은 팔로의 치켜든 팔에 차례로 꽂혔다. 화가 난 팔로가 머리를 들 때, 진기는 옆으로 구르며 팔로의 아킬레스건을 그었다. 팔로가 고통에 신음하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둘은 방향을 바꾸어 은결의 뒤로 돌아왔다.

 

"됐다. 이대로 한 번 더 다리를 공격해 놈을 넘어뜨리고 가슴에 방울검을 박아 넣자."

 

진기와 찬수는 다시 팔로의 좌우를 향해 달려갔다. 무릎을 꿇고 있던 팔로가 두 팔을 뻗으며 턱이 찢어지도록 포효했다. 별안간 그의 몸을 감싸고 있던 시커먼 돌멩이들이 수류탄의 파편처럼 터져 나오며 진기와 찬수에게 날아들었다. 

 

"헉. 피해!"

 

예기치 못한 급습에 두 사람은 방향을 틀지 못했다. 무작정 날아든 돌덩이가 그들의 몸을 때리며 살을 찢었고 둘은 맥없이 고꾸라졌다.

 

"진기야!"

 

찢긴 이마에서 피를 뚝뚝 흘리며 찬수가 소리쳤다. 반탄의 연기가 남아있던 찬수에 비해 맨몸으로 돌 파편을 받았던 진기의 부상은 심각했다.

 

"아으으윽. 팔이.."

 

방울검이 맥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오른팔을 부여잡은 진기의 얼굴이 고통에 일그러졌다. 그때였다. 재빠르게 은결의 등 뒤에서 튀어나온 강 형사가 진기가 떨어뜨린 방울검을 낚아채 팔로의 가슴팍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팔로의 손이 빨랐다. 칼을 막으려고 휘두른 손에 채인 강 형사는 충격 후 팽그르르 돌며 바닥에 처박혔다. 찬수가 급히 강 형사를 불렀지만, 바닥에 납죽 달라붙은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어이 똥 냄새 진동하는 돌대가리!."

 

십자가를 든 은결이 팔로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소리쳤다. 팔로의 눈에 불길이 솟았다. 그는 은결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강 형사를 구하려는 고육책 이었지만, 막상 은결은 팔로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막막했다.

 

"아악! 오빠 어떻게 좀 해봐요!"

 파랗게 질린 주빈이 누운 명기를 잡아당기며 소리쳤다.

 

"시끄럿!"

 

팔로는 무지막지하게 주먹을 날렸다. 십자가를 중심으로 뻗은 푸른 반구형 빛이 놈의 악착같은 공격을 막았지만, 충격마저 모두 흡수하진 못했다. 체중을 앞으로 잔뜩 실은 은결의 발이 '지지직-' 뒤로 밀렸다.

 

'이러다간 방패마저···'

 

문득 든 불안에 사로잡힐 무렵 사납던 공격이 뚝 멈췄다. 은결이 질끈 감았던 눈을 떴다. 찬수가 날린 대나무 단검을 목과 어깻죽지로 받은 팔로가 뒤를 돌아보았다.

 

"모두 죽여버린!"

 

팔로의 고함 끝이 뚝 잘려나갔다. 진기였다. 웅크리고 앉았던 그는 팔로가 돌아서는 순간 스프링처럼 튀어 올랐다. 그리고 왼손으로 집어 든 방울검을 힘껏 팔로의 명치께를 찍었다. 

 

팔로의 움직임이 멎었다. 칼이 박힌 부위에서 누런 진액이, 그리고 곧이어 붉은 혈액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우악스러운 그의 손이 진기의 목을 움켜잡고 그를 허공으로 번쩍 들어 올렸다. 숨을 들이켤 수 없는 진기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찬수가 급히 뛰어들었지만, 그마저 나머지 손에 잡혀 목이 졸렸다. 팔을 조금만 더 뻗으면 방울검이 닿을 듯하지만, 애석하게 칼은 한 뼘을 두고 닿지 않았다.

 

'칼을 조금만 더 밀어 넣는다면.. 혼령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는데···'

 찬수는 조여오는 숨을 안에서 잠그고 정신을 집중했다.

 

'진기야.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지옥문을 열어야 해! 정신을 차려!'

 

찬수의 마음속 외침을 들었지만, 진기는 호흡곤란으로 수인을 맺을 수도, 정신을 집중할 수도 없었다. 눈알이 튀어나갈 것처럼 격한 통증과 함께 시야가 새까맣게 변했다.

 

"오빠. 앞으로···. 조금만 더 저 괴물 앞으로 갈 수 있을까?"

 

은결이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명기였다. 어느새 정신을 차렸는지, 그녀는 은결의 어깨를 부여잡고 주빈에게 기대선 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무슨?"

 

"서··· 설명할 시간이 없어요. 조금만 더 가까이···"

 은결은 팔을 뒤로 뻗어 명기를 단단히 붙잡고 그녀가 시키는 대로 팔로를 향해 나아갔다.

 

'매달린 두 사람은 이미 죽은 걸까. 노인은 몸을 움직인다. 하지만 진기 형은···'

 은결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갔다.

 

"아. 안돼. 뭔가가 막고 있어"

 명기가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소리쳤다.

 

"그거.. 그걸 치워요!"

 

"뭐라고?"

 

"십자가를 내려!"

 

은결은 눈을 질끈 감으며 명기의 말대로 십자가를 거뒀다. 명기의 뒤에서 돌풍이 불었다. 흩날리는 머리카락 사이 그녀의 눈이 하얗게 바랬다. 팔로의 붉은 눈이 명기와 마주친 순간, 광포한 맹수가 우리를 부수고 뛰쳐나오듯, 명기의 몸에서 새빨간 불길이 팔로를 향해 날아가 팔로의 가슴을 때리고 사방으로 퍼져 그의 몸을 에워쌌다. 팔로가 절절 끓는 비명을 질렀다. 영력의 끄트머리에 매여있는 명기의 입에서도 고통스럽고 해괴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코피가 왈칵 터지며 명기의 몸이 격하게 떨렸다.

 

"부숴버려. 저것을 부수고 나를 지켜···"

 

신음은 명기의 것이 아니었지만, 그사이에 끊일 듯 작게 이어진 목소리는 그녀의 것이 틀림없었다. 화기가 하늘로 증발하듯, 위태천의 불꽃은 순식간에 흩어져 사라졌다. 열기에 검은색마저 잃고 회색이 희끗희끗게 소실된 돌무더기가 팔로의 몸 이곳저곳에서 떨어져 내렸다. 손에 힘이 빠진 틈에 정신을 차린 진기의 눈에 새빨갛게 달구어진 방울검이 들어왔다. 그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 가슴에 박힌 방울검을 발끝으로 밀어 넣었다.

 

"커억!"

 

팔로의 분절된 비명과 함께 몸을 싸고 있던 돌무더기가 일순간 재가 되어 바닥으로 우수수 흩어졌다. 손아귀에서 벗어난 찬수와 진기가 재가 수북한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그들을 가뒀던 먹빛 공간도 차츰 옅어지며 밤하늘의 별들과 숲이 형태를 되찾아갔다. 정신을 잃지 않았지만, 탈진하여 쓰러지는 명기를 은결과 주빈이 붙들었다. 주빈을 보고 명기가 배시시 웃었다.

 

'뭐지 이 아이는?'

 

은결은 눈앞에서 벌어졌던 일을, 특히 마지막 명기를 통해 일어난 일은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팔로가 무너지자 그를 둘러싸고 있던 선홍의 붉은 빛이 방울방울 공중으로 떠올랐다. 팔로는 사력을 다해 바닥을 기어 잿더미에 기우뚱 서 있는 마계불을 향했다.

 

'다시···.힘을 불러 모아야 해···.'

 

가까스로 마계불을 움켜쥔 팔로는 하늘 높이 불상을 치켜들었다. 어렵게 상반신을 일으킨 진기가 지옥문을 열기 위해 수인을 맺었다. 그때 찬수가 팔을 잡으며 그를 제지했다.

 

"잠깐 기다려 보아라. 이것은 마치··· "

 

 

마계불 200 승려의 유혼은 풍등처럼 하늘로 떠올랐다. 마물의 속박으로부터 비로소 자유로워진 혼백의 유영은 참으로 평화롭고 아름다워 보였다.

 

"사악함이 남았다면 필경 마계불상으로 돌아갔을 터."

 

재를 뒤집어쓰고 엎드려 하늘의 혼령에게 불상을 흔드는 팔로의 말로가 비루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

 

진기는 꺼림칙함이 남아 있는지 깔끔하게 그들을 소멸시키고 싶었다.

 

"도력 높은 승려들이니 스스로 성불할 기회는 남겨두자."

 

은은한 유혼의 불꽃은 반딧불이처럼 하늘에서 반짝이다가 서서히 지상 가까이 무리 지어 내려왔다. 무슨 일일까 그들은 흩어지는 대신 서 있던 진기 일행을 향해 유유히 다가왔다. 빛무리는 사람들 사이를 시냇물처럼 굽이돌며 흘렀다. 하지만 지옥을 품은 진기, 엄한 정기를 내재한 찬수, 십자가를 걸고 있는 은결과 신을 안은 명기의 앞에서는 놀란 날벌레처럼 흩어졌다가 마침내 오들오들 떨고 있던 주빈의 곁으로 빽빽하게 모여들었다.

 

"어? 어.. 이거 뭐에요? 꺅 나한테 막 다가와. 어떻게 좀 해봐요."

 유혼에 반응하듯 주빈의 미간 한가운데에 쌀알처럼 작은 은빛이 어렴풋 떠올랐다.

 

"할아버지! 명기야! 이거 어떻게 해. 보고만 있지 말고 좀! 아앗?"

 

유혼의 불빛이 주빈의 온몸에 달라붙었다. 빛으로 둘러싸인 주빈의 모습은 마치 후광이 빛나는 성자의 모습처럼 보였다. 누군가 손을 쓸 틈도 없이, 순식간에 빛은 사라지고 은은하게 공명하던 미간의 빛도 온데간데없었다. 울상이 되어 자신의 몸을 더듬던 주빈에게 찬수가 다가와 어깨를 다독였다.

 

"걱정하지 말아라. 아가. 네 몸으로 들어간 유혼이 널 해치지 않을 거야."

 

"무슨 말씀이세요? 이게 왜 내 몸에 들어왔지?"

 

"네가 보살심을 가지고 있는 게지."

 

"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저 가톨릭 신자거든요? 세례까지 받은 신자라고요."

 

"보살은 성녀와 다르지 않다. 네 안에 소중한 성인이 계신 모양이다."

 

찬수가 푸근하게 웃으며 말했다.

 

"말도 안 돼···"

 

울상이 된 주빈의 양손을 잡으며 명기가 어렵게 웃어 보였다. 명기를 바라보는 찬수의 눈에 언뜻 두려움이 비쳤던가. 그녀에게 무슨 말인가를 꺼내려다 생각을 바꾼 그는 얼른 쓰러진 강 형사에게 달려갔다.

 

"강 형사 자네 괜찮은가?"

 

"네. 어르신 몸이 너덜너덜 하지만 살아는 있습니다."

 은결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선 강 형사는 통증에 찌부러진 얼굴에 억지로 웃음을 만들려고 애를 썼다.

 

'다들 살아서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다.'

 

찬수는 마음속으로 거듭 안도의 말을 한숨처럼 뱉았다.  그는 다리를 절룩이며 쓰러져 흐느끼고 있는 팔로에게 다가가 그의 머리맡에 털썩 궁둥이를 붙였다.

 

"이놈아. 이 어리석은 놈아.

그래 네 말대로 세상은 공평하지도, 정의롭지도 않아. 욕심과 돈이 세상을 다 지배하는 듯 보이지. 그래도 잘 봐라. 그 불공평한 세상 속에서 사람들이 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서로 의지하고 옳은 것을 믿고 선량한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게 사람이고, 그게 우리가 사는 진짜 세상인 게야. 아닌듯해도 결국 세상이 순리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 돌아가는 것이 바로 이런 다수의 사람 때문인 게야. 사람답지 않은 사람들을 벌하고 응징하기보다, 네가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은 왜 깨닫지 못하니."

 찬수의 다독임에 팔로의 흐느낌은 격해졌다.

 

"자네가 진짜 부처님 제자를 자처하는 승려라면 오늘부터 초심의 팔로로 돌아가 자신과 자신의 의미를 찾는 데 힘을 쏟도록 하게."

 

진기를 부축하며 언덕을 내려오던 은결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진기가 물끄럼한 눈으로 은결을 바라보았다.

 

"형."

 

"응."

 

"······ 아무것도 아니야."

 

"···. 그래."

 

둘은 어깨를 맞대고 일행이 내려간 길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괴승편 끝

 

 

진기X명기 1권 끝

 

 

 

* 중간 짧지 않은 공백이 있었지만, 원했던 첫번째 권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재미있게 읽어주신 독자 분 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처녀작이라 서툴지만, 글을 쓰는 내내 정말로 즐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소호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