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파악!

 몇번을 들어도 기분 나쁜 소리가 바로 옆에서 울려퍼지며 비명도 지르지 못한다. 쿠웅. 쓰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그럴 시간이 있다면 차라리 단 한번이라도 더 활을 튕기자.

 내 옆에 있던 녀석이 어떤 녀석이었지? 쾌할한 녀석이었던가? 아니, 그 자식은 며칠전에 죽었었나? 누나가 있다는 녀석이었나? 아니면..

 쓸대없는 생각을 하며 팔을 혹사시킨다. 팔이 비명을 지르지만, 죽는것보다는 낳다고 생각하는지 움직여주고 있다.

 전쟁.

 높으신 분들의 생각따위는 알지 못한다. 가뜩이나 먹고 살기 허리가 휘어질 정도로 힘들어죽겠는데, 그 놈의 땅따먹기가 뭐라고 우리들을 이런 지옥속으로 처 박아놓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그렇게 자기들의 등이 따스한게, 배가 부르는게 중요한건가?

 휘잉!

 본능적으로 몸을 옆으로 피한다. 방금전까지 내 머리가 있던 곳을 꽤뚫는 화살. 그 화살은 내가 아닌 내 뒤의 누군가를 맞추고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쏴라!! 쉬지말고 쏴라!"

 장군이라 불리는 놈은 보기에도 튼튼해보이는 갑옷을 입고 방패로 보호받은채 자기가 생각하기에는 독려라는 행동을 하고 있다.

 그딴 개 소리 지껄이지 않아도 내가 살기위해서 쏠거다.

 활 시위를 너무 많이 튕겼는지 손에 박힌 굳은살도 견디지 못하고 손에서 피가 튀긴다. 활골무같은게 있을리 없지. 맨 손으로 맨 몸으로, 나는 살기위해 활을 튕긴다.

"오늘도 어떻게 버텼구만?"

 어두운 밤. 오늘은 순찰이 없기에 다음날 아침까지 계속 잘 수 있다. 그래서 짧은 시간이지만 나와 같은 사정의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가능했다.

 평소와 같이 순찰이라도 한번 돌아야하면 처소에 도착하자 마자 바로 엎어져 버리는 거다.

"개똥이는 죽었나봐?"

"아, 뭐. 한두번 겪는 일인가. 자식, 고향에 처자식이 있다고 했는데 불쌍하게 됐지. 이런 힘든 때에 남편없이 어떻게 살아갈려나 모르겠구만.."

"다 살기 힘든거 아니겠어? 그래도 나는 아직 장가는 안갔으니까 다행인가?"

"뭐? 자네 나이가 몇인데 아직 장가도 안갔나?"

"스물 둘."

"어허.. 그럼 그 나이되도록 여자 손 한번 못 잡아봤다는 거야?"

 나는 피식 웃었다.

"어머니하고 누나 손이라면 질리도록 잡고 여기로 왔지."

"으이구.. 한심하구만. 생긴것도 반반하니 괜찮구만, 여자하나 못 안아봤다는 겐가?"

"괜찮지. 나한테는 튼튼한 두 팔이 있는걸. 열 여자를 품에 안는거 아니겠는가?"

"푸하하핫. 그거 말되네."

 시시껄렁한 음담패설을 나누며 마음을 달랜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미쳐버릴 것 같은게 지금 우리 상황이니까.

 윗 분들은 쉬쉬하고 가르쳐주지 않지만, 성은 포위되어 있고 점점 밥도 부실해져 간다. 이대로 가면 성이 함락되는거야 시간문제겠지.

 아.. 죽기 싫다.

 나는 짚푸라기위에 누워 잠을 청했다.

"누나는 시집도 안가고 뭐해?"

 앞에 있는 여자는 이제 혼기가 꽉찬 나의 누나. 이제 18살이되는 누나는 동네에서 제일가는 미인으로 알려있어서 많은 놈들이 노리고 있다. 덕분에 내가 힘들어 죽겠다. 동네형들이 나만보면 누나하고 연줄 좀 이어달라고 하면서 부탁을 하니 죽을 노릇이지.  미인에 똑똑하기까지 한 누나에게 단 한가지 단점만 없다면 형들의 부탁을 들어주겠지만.. 실체를 알면 나를 죽이려 들까봐 사양하고 있는 실정이다.

 누나는 동생인 내가 봐도 이쁜 미소를 지었다.

"동생아."

"응?"

 누나의 가느다란 두 손이 내 목을 턱 하니 잡더니, 강렬하게 앞뒤로 흔든다.

"넌 이 누나가 시집가는게 그렇게 보고 싶냐? 응? 남자아래 깔려서 헉헉데는 꼴을 보고 싶냐고, 짜식아!"

 으가가가걋, 머리 울린단 말이야!

"너도 남자니까 누나의 벗은 몸을 상상하면서 맨날 밤에 헉헉데는거지? 그렇지? 어쩐지 요즘들어 밤에 변소를 자주 간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이유였냐? 이 변남! 니가 그러고도 내 동생이냐?"

 더이상 흔들리면 아무리 나라해도 정신을 잃을것 같다.

 나는 누나의 손을 잡아 내 생명을 보존하며 말했다.

"아, 누가 그래?!"

"흑, 누나는 슬프단다. 어렸을때만해도 누나, 누나하면서 따라다니던 동생이 이제는 늦은 밤 으슥한 곳에서 누나, 누나하면서 열심히 손을 놀릴.."

"누나!!"

 누나는 개구장이 같이 혀를 빼 내밀며 웃었다.

"농담이야, 농담. 그렇게 정색하면 진짜 같잖아. 어머, 싫다. 그런 남동생."

"..나를 이상한 놈으로 만들지 말아줘."

"응? 이상해? 16살이나 먹은 남자애가 수음을 하는게 그렇게 이상한건가? 설마, 한번도 안한거야?"

 신기한 이야기속의 요괴를 본 듯이 나를 보는 누나의 시선에 얼굴이 새빨개지고 만다.

 아니, 당연히 해보긴 해봤지만, 그런걸 당당히 말하기에는 그, 그렇잖아!!

"바보! 여자애가 할 말이 있고, 안할 말이 있지!!"

"미안하지만 동생한테 누나는 누나일뿐 여자가 아니란다."

"..이런 여자인줄도 모르고 누나를 소개시켜달라는 형들이 불쌍하다, 정말."

"어머? 무슨 실례를. 이렇게 이쁘고 똑똑한 누님을 가진 동생님이 그런 말 하시면 쓰나."

"예이, 예."

 그렇게 농을 주고 받는 것이 내게는 일상이었다.

 논일을 하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며 집에 돌아와 담화를 나누는 것이 변하지 않는 일상이라 생각했다.

 성벽을 타고 올라오는 적병들의 목을 베어버리고, 발로차 아래로 떨어뜨린다. 비명소리가 점점 멀어져가지만, 그런 것에 신경쓰기보다는 한 놈이라도 더 죽이는데 초점을 맞춘다.

 이것이 나의 일상.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 죽인다. 창으로 베고, 찌른다. 발로 차고 떨어뜨리고, 뜨거운 물을 붓고 사다리를 밀어버리고 화살을 튕긴다.

 몸에 흉터가 늘어나고 몸은 피로로 젖어가고 정신은 피로 물든다.

 살기위해서 죽여라.

 하늘의 뜻을 위해서, 민생을 위해서, 정의를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그 본질은 서로를 죽고 죽이는 일이다.

 사람을 죽이는 일에 정의따위가 있을리 있냐. 이런 것이 하늘의 뜻이라면 하늘을 향해 똥오줌을 갈겨주마.

 

 적의 공세가 잠시 주춤해졌을때, 숨을 돌리고 적의 진지를 슬쩍 쳐다본다. 어제보다 배는 많아진 수. 그만큼 저쪽도 필사적이라는 말이다.

 지금 우리쪽은 죽어가는 사람들만 있을뿐, 새로이 가담해오는 사람들이 없다.

 윗놈들은 곧 원군이 올거라 말하지만, 한달동안 달라지는게 없다.

 그 한달동안 버틸 수 있었던 것도 이 성이 좋아서지, 우리쪽이 우세해서가 아니다. 시간 싸움인거다. 이 전쟁은.

"적이 온다!!!"

 둥둥둥둥.

 북소리가 울려퍼지고, 나는 다시 한번 익숙하게 활시위를 매긴다.

"쏴라!!!"

 호령과 동시에 활시위를 놓고 다시 놓고, 놓고, 놓고, 놓는다. 미칠 듯이 활을 쏘고, 화살이 동이 나면 창을 잡는다.

옆에서 사람이 죽어나면 그 시체에서 장구류를 벗기고, 시체를 던진다.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고?

 그럼 전쟁이 사람이 할 짓이냐?!

 어제까지 이야기를 나눴던 사람이 죽고, 옆에 서있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나도 언젠가는 죽을거다.

 이런 상황에서 제정신이기를 바란다면, 하늘이시어. 그에게 벌을 내려주소서. 그는 너무도 큰 것을 바라나이다.

 이 끝이 없는 무한지옥 속에서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 땡중들이 말하는 윤회라는게 없기를 바라는 것이다. 내 손은 이미 피로 물들어 있어, 윤회를 한다면 나는 영영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할테니까.

 전쟁이 어느날 갑자기 일어났듯이, 그날도 갑자기 찾아왔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무간지옥은 나를 놓아주었다. 윗놈의 헛소리가 그저 헛소리만은 아니었던 거다. 원군은 왔고, 그들은 적들을 쓸어버리고 전쟁이 우리측의 승리로 끝났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우리가 이 성을 지킨 것이 큰 공을 세운 것이었다 해서, 우리는 쌀한말을 관아에서 찾을 수 있는 증서를 받고서 각각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아아.. 나는 구원받은 것이다.

 

 고향은 전쟁의 여파가 닿지 않았다.

 그렇게 믿었다. 그렇게 믿고 있었기에 살아갈 수 있었다.

 황금빛 물결이 일렁여야 할 논은 말라버린 벼들만이 있다.

 반짝이던 모래는 붉게 물들어 있다.

 흐르는 강물위에 떠있는 것은 누구의 것인지 모를 생명의 파편.

 점점 걷는 속도가 빨라진다. 나에게 말을 거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집으로 걸어간다.

 나의 집은, 나의 누나는, 나의 어머니는, 나의 보금자리는?

 아.. 세상은 정말로 공평하다.

 다른 이들의 집과 같이 불타오른 흔적이 남아있는 나의 집은 더 이상 사람이 사는 흔적이 없다. 전쟁이 일어난지 1년. 그 시간은 사람이 죽고 하나의 가정이 파괴되고 그 흔적조차 사라지게 만들기에 너무도 충분하고, 충분하다 못해 남아도는 시간이다.

 무릎이 꺽이고, 나는 땅에 주저앉았다.

"하, 하하하, 하하하핫."

 아무리 무서워도, 슬퍼도, 전쟁터에서는 흘리지 않았던 눈물이 흘러내린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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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야할 꽃이야기는 안쓰고... 아아, 용서를 빕니다..

그런대, 이거 진짜 시리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