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건 가지고 글을 써야지 써야지 하다가 차일피일 미룬 게 열흘이네요.
사실 이전부터 한국의 비정규직 구조에 대해 좀 글을 쓰고 싶었는데,
이왕에 파리바게트 건 터진 김에 아예 털고 가려고 합니다.



우선 오늘은 파리바게트 사건과 관련해서,

1. 파리바게트, 가맹점주, 협력업체, 제빵기사라는 4개의 주체가 엮여있는 상황을 정리하고,
2. 이번 파리바게트에 대한 시정명령이 왜 내려졌는지 살핀 뒤,
3. 파리바게트가 해당 명령을 이행한 경우에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쓰고,
4. 파견법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하겠습니다.

이 사건은 노동법 관련 이슈 중 크게 '근로기준법 상 사용자성' '파견'에 관련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열흘 만에 타자를 두들기게 만들어준 가장 큰 원인은,
페북에서 주진형김대호가 보인 '경영학적 마인드' 때문임을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두 분이 당연하다는 듯이 현행법을 씹고 대강 넘어가자고 하시는 그 쿨함을 보고 있자니 참기가 어렵더군요.



이 다음 글로는 기간제 교사 등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건에 대해 써보고자 하는데,
일단 오늘은 파리바게트에 집중해보도록 하죠.





0/ 노동법의 의의

이 모든 이야기를 하기 전에 노동법이 어떤 이유로 존재하는 건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노동 관련 내용이 이슈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을 생각하지 않고 넘어가다보니,
일반 민법 법리로 노동법 이슈를 생각하는 우를 범하고는 합니다.

아예 법 공부 하지 않은 사람들보다도,
민법 공부는 했지만 노동법 공부를 한 적은 없는 사람들이 오히려 자주 걸리게 되는 트랩입니다.



민법은 기본적으로 국가기관 등이 개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냥 사람들(+법인)이 서로 계약하고 소유권을 주고 받고 하는 등의 사안에 대한 법률입니다.
기본적으로 민법에서 계약은 자유롭고, 각자는 모두 평등한 주체입니다.
민법에서는 각 주체가 동등한 것으로 가정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에 힘을 싣어주는 걸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다만 사회의 '상식선'에서 판단해서 각각의 사안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써놓았습니다.

민법은 노동사건을 <고용>이라는 형태의 계약으로 구분해서 판단합니다.
민법 655조에 따르면 '고용'은 고용은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 대하여 노무를 제공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이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형태의 계약을 말합니다.

간단한 얘기입니다.
계약서를 썼고, 그 계약 내용이 노동력의 제공과 금품의 교환을 담고 있으면 고용 계약이 됩니다.
그리고 그 밑에 있는 8개 조문(민법 656조~663조)의 적용을 받게 되죠.



문제는 민법이 사용자와 근로자 간에서도 '동등한 관계'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건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해 사회적으로 가지는 '권력'을 전혀 감안하지 못해서 문제가 됩니다.
실제 현장에서 임금을 지급하는 사용자는 근로자를 상대로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고,
근로자가 민법에 규정된 내용만을 가지고 그걸 상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죠.



그래서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근로기준법과 노조법입니다.
이 둘은 사용자와 근로자 간에 '실제'로 존재하는 협상력과 권력의 격차를 메워주기 위해,
근로자에 극히 유리한 내용의 조문들을 만들어 준다든지,
민법 상으로는 계약의 일방적인 수행 거부에 해당하는 파업 같은 것들을 정당화해줍니다.

민법만으로는 균형이 맞춰지지 않으니 인위적으로 저울을 맞춰버리는 거죠.



이런 사실은 근기법 1조가 규정하는 법의 '목적'에서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이 법은 헌법에 따라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며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걸 미리 깔고 이야기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1/ 파리바게트 사건의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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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도 잠시 언급했지만, 이번 사건은 4개나 되는 주체가 개입되어 있는 복잡한 구조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여기에 대해 정리되어 있는 그래픽이 있어서 가져와 봤습니다.

파리바게트, 용역업체, 제빵기사, 가맹점주의 4개 주체가,
업무협정, 도급계약, 가맹계약, 근로계약 같은 복잡한 법률 관계를 통해 엮여있는 상태라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조금 천천히 설명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이전 직장에서 퇴직한 제가 퇴직금으로 가맹점을 차리려고 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전 파리바게트 본사에 연락해 가맹점을 내고 싶다고 할 것이고,
저와 본사 사이에는 프랜차이즈 계약(가맹 계약)이 체결되어야 이 모든 게 시작될 겁니다.

근데 전 막 퇴직해서 가맹점을 차릴 돈은 있지만, 제과제빵과 관련해서는 천치나 다름없습니다.
반죽을 할 줄도 모르고, 생지로 모양을 낼 줄도 모르며, 오븐 다루는 법도 모르죠.
그렇지만 파리바게트 본사에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안심시켜 줍니다.
자신들이 제빵사를 연결시켜줄 거고, 가맹점주 님은 매장 진열이나 청소, 아르바이트 관리 같은 것만 착실히 해주시면 얼마든지 운영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파리바게트는 자신들이 업무협정을 맺은 파트너라면서 '협력업체'를 소개시켜 줍니다.
이 사람들은 제빵기사를 왕창 고용해서 파리바게트 가맹점에 제빵사들을 보내주는 걸 전문으로 하는 회사라는군요.
그 협력업체와 또다시 도급계약을 맺고, 제빵사의 인건비를 지불하기로 합니다.
그 대가로 협력업체는 이미 교육을 마치고 현장에서 뛸 수 있는 제빵사를 보내준다고 하니 솔깃합니다.



대강 이런 관계입니다.

제빵업계에서의 이런 방식의 프랜차이즈 계약이 언제부터 활성화되었는지는 명확히 모르겠습니다.
파리바게트는 1988년부터 가맹점을 받으며 프랜차이즈화를 시작했고,
이후 크라운베이커리와 뚜레쥬르 등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구도를 만들었습니다.
그 와중에 동네빵집들은 깔끔하게 죽어나가는 모양새가 되었구요.

이러한 방식의 가맹사업과 관련해서, 파견법은 IMF 직후인 98년에 만들어졌고
대규모 해고 사태와 더불어서 PC방이나 도서대여점 등 가맹점 사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때
파리바게트 역시 시원하게 점포를 늘려나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장 자영업을 해야 하는데 아무 기술도 배운 적 없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제빵사를 보내주는 방식의 운영이 가뭄의 단비 같았을 수 있겠죠.

여튼 한국의 제빵업계는 이런 식으로 프랜차이즈 점포들로 가득차게 되었고,
이러한 운영 방식은 뚜레쥬르 등의 경쟁업체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이제 이게 왜 문제가 되고 시정명령을 받게 되었는지를 살필 차례입니다.





2/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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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말한 것처럼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건,
우선 '누가 제빵사의 사용자인가' 하는 점과 '이런 방식의 운영이 불법파견인가' 하는 점 두가지입니다.

요 그림을 한번 참고해 봅시다.
그림에서 보면 제빵사와 실질적으로 근로 계약을 맺은 건 '협력업체'입니다.
이 사람들은 서류 상으로 제빵사를 고용하고 임금을 지급하죠.

근데 여기에 대해 파리바게트 본사가 업무 명령을 내리는가 하면,
가맹점주 역시 제빵사에게 현장에서 지휘명령을 하게 되는 게 현실입니다.
전자는 파리바게트 정책에 따른 업장 간 규격화를 위한 것일 테고,
후자는 실제 제빵사가 업무를 보는 장소의 대빵이 가맹점주인 탓이죠.



파리바게트 본사와의 관계에서는,
제빵사와 직접 근로계약을 맺은 이 협력업체가 노동법 상의 사용자책임을 지는 사용자인지
아니면 실질적으로 업무를 지시하는 파리바게트 본사를 사용자로 볼 것인지가 문제됩니다.
이건 보통 '근기법 상 사용자성 판단' 문제라고 부릅니다.
누가 근기법이 사용자에게 지우는 의무를 책임지고 이행해야 하는지의 문제죠.



가맹점과의 관계에서는,
제빵사에게 가맹점주가 실질적으로 업무상 지휘명령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걸 파견법이 허용하지 않고 있는 불법파견으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될 겁니다.
이건 적법한 파견이 무엇인지, 제빵업에서 파견이 가능한지, 도급 계약으로 위장한 파견이 아닌지 등이 문제됩니다.



아래에서는 그걸 나누어 쓰기로 하죠.






2-1/ 근로기준법 상 사용자성의 판단




근로기준법 상 사용자가 누구인지는 매우매우매우매우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근기법 상 사용자로 인정될 경우, 해당 사용자는 근기법이 사용자에게 강제하는 수많은 의무를 지게 됩니다.
그 의무에는 차별금지도 있고, 임금 지급의 형태 문제도 있고, 휴가나 휴게시간의 지급 문제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당연 해고에 관련된 의무들입니다.

근기법 23조 1항은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기타 등등)를 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합니다.
이건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정말 눈엣가시 같은 조항일 수 밖에 없죠.
해고를 하기 위해서는 근로자가 정말 그 근로계약 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문제를 가지고 있거나,
혹은 사업이 정말 어려워서 근기법 24조가 규정하는 정리해고(경영상 이유에 따른 해고)를 실시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러야 합니다.

그렇다 보니 재계에서 맨날 요구하고, 새누리당이 부르짖던 '노동유연화'를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장애물이 됩니다.
반대로 근로자 입장에서는 이만큼 든든한 버팀목이 없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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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기업들께서는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해서 사람을 쫓아내는 방법을 연구하게 됩니다.
예컨대 사람이 미래인 두산에서는 면벽수련을 통해 미래예지 능력을 키우는 등의 신박한 방안을 고안해낸 바 있죠.
저 조항으로 인해서 한국에서는 미드에서 보이는 'You Fired!' 같은 게 불가능합니다.
해고 하려면 그에 걸맞는 이유를 가지고 절차를 갖춰야지요.



왜 해고 얘기를 하는가 하면,
저런 '협력업체'.... 때려치고 용역회사라고 합시다.
이걸 굴리는 게 가장 쉽게 사람을 잘라버리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실질적으로 사람 쓰는 건 본사인데, 이걸 몇개로 잘라놓은 용역 소속으로 돌려놓은 뒤
회사 필요 상 사람을 자르고 싶으면 용역회사를 폐업시켜 버립니다.
이렇게 할 경우 위에 언급한 근기법 23조 24조를 회피하기가 엄청 쉬워집니다.

혹은 비정규직 상태로 계속 돌려막는 데에도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습니다.
근로자는 그대로고 하는 일도 그대로인데, 계약 2년이 되기 전에 용역회사 명의를 갈아치워서
계약 기간을 전부 리셋해버리고 정규직 고용 의무를 회피하는 거죠.

또는 정리해고를 하려고 할 때도 엄청 편리해집니다.
판례 상 합법적으로 정리해고를 하려면 원래 회사 전체 운영이 어려워져야 가능한 게 원칙이지만,
저렇게 미리미리 회사를 잘라놓을 경우 그 용역회사 사정이 안 좋아졌다면서 정리해고를 해버릴 수도 있거든요.



용역은 이런 식으로 전가의 보도 역할을 하면서 갖가지 분야에서 노동법을 엿먹이는 데에 일조합니다.
법망을 회피해서 근로자 보호를 위한 노동법의 취지를 완전히 아작내는 거죠.

이런 식으로 엿을 먹은 근로자는 한둘이 아닐 거고,
몇몇 케이스에서 '날 직접 고용했던 건 본사니까 니들이 책임져라'라는 소송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례들이 쌓이면서 대법원 판례가 그 기준을 제시하게 됩니다.



이걸 흔히 '묵시적 근로계약'이라고 이야기하죠.

원래 근기법 상 사용자는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라는 딱 세 가지 경우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근데 실질적으로 위와 같이 중간에 용역이나 하청을 위장용으로 세워놓고 근기법을 회피하려고 하는 시도가 늘면서,
결과적으로 법원이 법을 조금 더 확대 해석하는 판례를 내놓은 겁니다.

대법원은 크게 3가지 기준을 제시합니다.

1. 근로계약 상의 사용자가 독자성이 없어서 형식적인 것에 지나지 않고,
2. 근로자가 본사에 종속되어서 임금을 받고,
3. 근로제공을 받는 것 역시 본사일 경우
->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해서, 계약서 상의 상대방이 아니어도 사용자로서의 의무를 진다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위와 같은 조건이 성립한 경우에는,
용역회사는 페이퍼컴퍼니나 다름 없고 본사의 노무 담당 부서를 따로 분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물론 지금은 대부분의 기업이 저걸 비껴가게 세팅을 하는 식으로 적응했습니다만,
파리바게트는 그런 최소한의 밑작업도 안했다는 게 신기하더군요.



결과적으로 노동부가 보기에 파리바게트는 자기가 고용해서 쓰는 제빵사임에도 불구하고,
8개의 용역회사에 제빵사들을 간접고용시킴으로서 책임을 회피하고자 했다고 판단한 듯 합니다.
용역회사는 허울 뿐이고, 제빵사들은 파리바게트 본사에 종속되어 임금을 받으며, 본사가 근로를 제공받는 주체라는 거죠.
때문에 연장근로수당 같은 미지급 임금에 대해 지급 의무를 지는 건,
실질적인 사용자인 파리바게트 본사이니 니들이 내라 하는 거죠.






2-2/ 파견법 상의 위법




근데 이번 사건에서 노동부가 내린 시정명령의 내용을 보면,
미지급임금에 대한 지급 명령도 있습니다만 더 사이즈가 큰 건 사실 직접고용하라고 한 부분입니다.

위에 설명한 묵시적 근로계약관계의 법리에 의해서 본사는 제빵사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생기지만,
그렇다고 해서 직접 고용을 해야 하는 의무가 바로 발생하는 건 아닙니다.
이건 파견법과 같은 특별한 법률에 규정이 있는 경우에나 관청이 기업에 명령할 수 있죠.

그러니 우린 파견법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원래 근기법은 파견 근로를 금지합니다. 네 아예 금지합니다.
근기법 9조는 '법률적 근거 없이 다른 사람이 일자리 잡는 것에 개입하거나, 중간에 껴서 이익을 취득하지 못한다'라고 해서 중간착취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취업 알선하면서 돈 벌고, 용역 같은 걸로 중간에 껴서 수수료 먹지 말라는 거죠.

근데 주변을 보면 사실 저런 걸로 당당하게 벌어먹고 사는 사람이나 회사가 꽤 보입니다.
이건 9조 앞 부분에 달려 있는 예외 규정 ㅡ 법률에 의한 경우에는 괜찮다 ㅡ 덕분에 가능합니다.

취업 알선은 '직업안정법' 등에 의해 회피가 가능하고, 용역은 흔히 말하는 '파견법'에 의해 가능합니다.
파견법의 연혁과 그 자체의 문제는 아래에서 차차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여튼 이 파견법은 근기법 9조를 우회할 수 있게 해주고,
그 덕분에 수많은 파견업체와 용역업체들이 오늘도 합법적으로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폐단은 현장에서 직접 겪고 보신 바와 같을 테고,
이런 파견업이 성행하게 된 것은 위에 이야기한 것과 같은 사용자의 편의성 확보와 맞닿아있죠.
본사와 용역업체가 파견계약을 맺으면, 용역업체와 근로계약을 맺은 근로자가 파견근무를 하게 됩니다.
본사는 실질적으로 근로자를 부리면서도 근기법 상의 법적 의무는 용역업체가 지게되죠.
필요할 때는 데려다 썼다가, 필요 없어지면 근기법의 해고 제한 조항 적용도 받지 않으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습니다.

문제는 파견이 원래 근기법 9조에 의해 금지되는 방식의 계약이라는 겁니다.
근기법이 기본적으로 금지하는 계약을 파견법이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거다 보니,
파견법 5조는 어떤 업종에서 파견사업을 할 수 있는지 정하고 있습니다.

1. 전문성이 필요하는 등 업무의 성질 상 시행령이 인정하는 업무 분야여야 하고,
1-1. 제조업 분야에서는 파견 근로 쓸 수 없고,
2. 허용 업종이 아닌 경우에는 출산, 질병, 부상 같은 이유로 일시적인 근로가 필요할 경우에 예외적으로 가능하고,
3. 건설공사나 항만 노동, 선원일 같이 위험한 업무들에는 무조건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이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은 경우엔 불법파견이고, 이러면 파견법에 의해 직접 고용의무가 발생해버립니다.

그리고..........
제빵업은 대통령 시행령이 정하는 파견 사업 가능 분야에 속하지 않습니다.
며칠 전에 찾아보다가 시행령에 '조리업'이 들어 있길래 가능한가 했는데,
기사들 뒤져보니 조리업과 제빵은 법률 상 구분하는 모양이더군요.

여튼 간에 이것 때문에 파리바게트는 제빵 업무에서 파견 근로자를 쓰면 안됩니다.
파견 근로자를 썼다면 이건 불법 파견이고, 여기서 바로 '본사의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하게 됩니다.



근데 위에 그래프를 보시게 되면 파리바게트 본사하고 제빵기사가 계약으로 엮여있던가요?
아니죠. 본사와 제빵사는 어떤 법률적 관계도 없는 상태에 놓여있습니다.
심지어 본사와 용역업체도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아닙니다.
업무협정이라는 어정쩡한 형태로 서로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죠.

그런데 실질적으로 본사는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고 아무 관계도 없는 제빵사들에게,
실질적으로 업무 상의 지휘명령권을 행사했다는 증거가 나옵니다.
파리바게트는 케익을 일찍 만들어놔라, 에어컨을 청소해라 하는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제빵사들에게 카톡을 보냈고,
생산 수량을 보고 하라거나, 특정 빵의 품질에 대한 규격화 역시 제빵사들에게 주문했습니다.



자 그럼 법원은 이전의 비슷한 사례에 대해 어떻게 판단을 했었을까요.
불법파견은 보통 도급계약의 형태로 많이 위장 됩니다.
아예 이걸 부르는 '위장도급'이라는 말도 익숙하실 겁니다.

도급은 민법 상 '일의 완성과 보수의 지급을 맞바꾸는 형태의 계약'을 의미합니다.
건설비를 지급할 테니 설계도대로 집을 지어다오 하는 류의 계약이 가장 보편적이죠.
이 때 건설근로자들은 건설회사에 고용되고, 건설사가 이들을 부리게 됩니다.
돈을 낸 집주인은 건설사를 통해서 클레임을 걸게 되는 것이지,
현장에서 건설근로자가 하는 게 맘에 안 든다고 직접 명령할 권한을 가지지 못합니다.
이게 도급 계약입니다.

반면에 파견은 실질적인 지휘명령권한을 집주인이 가지게 됩니다.
오히려 파견업체는 근로자 관리나 임금 지급 같은 부분에서나 관리업무를 수행하고,
실질적으로 업무를 진두지휘하는 건 집주인이 되는 거죠.

간단히 말해서 현장에서 근로자가 누구의 명령을 들어야 하는가에 따라 갈린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판례는 이 두 가지 계약의 형태를 구분하기 위해 세부적인 기준들을 제시합니다.

0.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과 상관 없이 실제 돌아가는 걸 보고 판단해야 하고,
1. 누가 업무 수행에 있어서 지휘명령을 하는지,
2. 파견 직원이 본사 직원하고 협업하는 등 본사 업무에 편입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지,
3. 근로자 선발, 숫자, 교육훈련, 작업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같은 걸 누가 하는지,
4. 본사 직원과 파견 직원의 업무가 구분되어 있고 파견 직원이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업무를 하는지
5. 중간업체가 '일의 완성'을 스스로 달성할 수 있는 기업 조직이나 설비를 가지고 있는지

등등을 따져서 이게 파견근로인지 도급인지를 구분하라는 겁니다.



이번 파리바게트 사안에서 노동부는 역시나 파리바게트 본사가 아무 법적 관계가 아닌 제빵사들에게,
실질적으로 업무에 관여하고 지시하는 등 파견근로에 해당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건 파견이 금지된 제빵업에 대한 파견근로였고, 따라서 파리바게트 본사가 이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생겼다는 거죠.

이건 사실 2-1의 내용과도 이어지는 부분이긴 합니다.
실질적인 사용자로 인정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지휘명령을 했다고 판단을 했던 거니까요.
여튼 결과적으로 파리바게트는 제빵사 5천여명을 직접 고용해야 하는 입장에 처하게 된 거죠.








까지 썼는데 나름 쉽게 쓴다고 쓰다 보니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우선은 여기서 1편을 끊고, 3챕터부터는 다음 글에 이어서 쓰기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