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손검이 된 롱소드

지금이야 서양검술이라고 해야할까요, 롱소드를 양손으로 들고 싸우는 방법에 대한 영상이 널리 퍼져있어 더이상 롱소드는 한손검이라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양판소를 비롯해 롱소드가 한손검으로 많이 쓰인 이유는 D&D룰북의 영향이 있다고 하죠. D&D에는 바스타드소드라는 정체불명의 검도 있고말이죠. D&D를 만든 WoTC 또는 TSR이 몰라서 그랬다고 다들 치부하고 넘기는데...

 

 

 

2. TSR은 고증덕후

덕중지덕은 양덕이라는 말이 있지요. 80년대엔 인터넷이란 쉬운 자료수집 방법은 없지만, 고증검술을 연구하는 모임을 과연 미국인이 몰랐을까요?

과거 RPG가 발전하던와중에 현실을 모사하려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물 중 하나가 겁스입니다.) AD&D 역시 기본 시스템에 한계가 있어서 그렇지​ 나름 중세에 마법이 있다면, 괴물이 있다면 어떨까를 제시할 뿐 중세 시뮬레이션으로서 만들려고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베이스룰은 무리가 있지만 수많은 서플리먼트를 통해서 말이죠.

AD&D 2nd 서플리먼트에 있는 암즈&위큅먼트가이드를 보면 중세~르네상스 복색과 장비에 대한 나름 깊이 있는 설명과 일러스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서플리먼트에 따라선 캠페인세팅이 배경으로하는 문명발전별로 사용가능한 무기 및 갑옷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제공합니다. 오리엔탈리즘에 따른 카타나, 노다치 등을 포함해서 말이죠. (이런 옵션룰을 사용할수록 룰이 지저분해지고, 또한 더 재미있어지지 않는다는걸 깨닫고 3.0으로 대 전환을 했지만요.)

이런 TSR이 롱소드를 사용한 검법이나 실제 용법을 몰랐다고 하기엔 상당히 무리가 있습니다. AD&D에서 파이터가 사용하는 기본적인 무기는 숏소드입니다. 여기에 방패를 더해 로마 군단병 느낌으로 방어하며 싸우는 타입이 베이스라는 것이죠. 그럼 어떻게 된걸까요?

 

 

 

3. 거함거포주의

남성이 주류인 커뮤니티에서 가장 잘 타오르는 떡밥이 vs놀이입니다. 남자들은 '크고 강력한 것'이라는 수식어 역시 참 좋아하죠. 2차대전 당시 독일이 마우스를, 일본이 야마토를 만들게 된 이유는 그게 효율적이어서라기보다는 '크고 아름다워서'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롱소드를 양손으로 사용하는게 보편적이라면 영웅은 롱소드를 한 손으로 사용해야 좀 더 그럴싸하지 않을까요. 한손으로 쓸만큼 괴력의 소유자인거죠. 롱소드를 2자루를 들면 더 멋지겠네요. (3도류가 흥한것도 매한가지...) 그리고 그런 영웅이 양손으로 드는 검이라면 평범한 롱소드의 1.5배 길이는 더 되는 쯔바이핸더같은 크고 아름다운 무기여야 폼이 나겠죠. 

미국 판타지 소설계 역시 이러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습니다. 소설에선 시미터 2자루를 드는 주인공(드리즈트)이 있는데 왜 내 캐릭터는 그렇게 못드냐고 따지면 폼이 안나잖아요.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RPG도 파워 인플레가 발생한것이죠. 이 과정에서 롱소드가 한손검으로 다운그레이드되고, 투핸디드소드와 롱소드의 사이를 메워줄 바스타드 소드라는 요상한 놈이 만들어진겁니다. (양판소는 이러한 뻥튀기를 기반으로 살을  붙이니 투핸디드 소드를 한손으로 들거나하는 일이 벌어지죠.)

 

 

 

4. 지금은

D&D 최신 판본인 넥스트에서는 바스타드 소드가 사라지고 롱소드와 그레이트소드만 남았습니다. 롱소드는 한손 1d8, 양손 1d10이고, 그레이트소드는 1d12이죠. 여전히 롱소드는 한손으로 들고 잘 싸울 수 있습니다. 뭐 이건 일반적인 군인의 이야기가 아닌 영웅들의 이야기니까 그정도 허용은 해줘야겠지요.

대신 롱소드를 고집해야할 이유는 사라졌지요. AD&D 2nd 시절에는 검 계열이 제일 효율적이었습니다. 지금은 다른 무기들 역시 한손/양손 전환이 가능한 무기들도 생기고 무기에 따른 장단점이 생겼으니까요. 더 편의주의적인 13시대 같은 룰은 소형, 한손, 양손 무기라는 카테고리만 만들어놓고 뭘 들던지 카테고리에 따라 피해량이 변화하게끔하기도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