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아주 멀지는 않고 며칠이나 몇달 정도 옛날, 어느 멀지 않은 왕국에 사랑스런 한 공주님이 살고 있었어요. 공주님은 보통 이야기 속의 공주님들이 그렇듯 아주 예뻤어요. 논밭에서 일하며 비바람과 햇볕에 피부가 거칠어질 일도 없고 길쌈을 하고 재봉을 하느라 허리가 굽을 일도 없고 무거운 걸 들고 멀리 갈 일도 없으니 팔다리가 굵어질 일도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공주님은 아주 똑똑했어요. 어려서부터 일해야할 필요도 없었고 왕국의 뛰어난 학자들이 개인교습을 해주고 비싸고 귀한 책들도 성의 도서실에 가득했으니까요. 하지만  왕과 왕비와  신하들과 백성들은 공주님을 예쁜 공주님이라거나 똑똑한 공주님이라고 부르지 않았어요. 대신에 차칸 공주님이라고 불렀어요. 정말로 착했는지 그러길 바래서 그런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말이에요.

-맛있는게 먹고 싶어요!

어느날 차칸 공주님이 식사를 하다가 요리사에게 말했어요. 식탁에는 서민들은 일년에 한 번 먹기도 어려운 온갖 귀한 고기와  먼바다에서 잡아온 싱싱한 물고기들로 만든 요리들이  가득했지만 공주님의 입맛에는 맞지 않았어요.

-공주님, 지금까지는 맛있게 드셨잖습니까? 이 음식들을 만들기 위해 세금이 얼마나 들었고 복지예산이 얼마나 깎였는지 아시잖습니까?

요리사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어요.

-하지만 이제 맛있지 않은 걸요! 요리사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 나를 사랑한다면 내게 맛있는 걸 주세요!

그랬습니다. 사실 요리사는 차칸 공주님을 사랑했습니다. 그래서 공주님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요리사는 고민했습니다. 먼 나라의 불타는 산과 끓는 강에서 자란 채소와 하늘에서 잡은 물고기, 바다에서 잡힌 돼지로 만든 이국의 요리를 준비해야할까요? 어느 높은 산이나 먼 서쪽 아니면 끝없이 땅밑으로 내려가는 굴을 찾아 신들의 나라로 가서 신들이 먹는 음식을 가져와야할까요? 요리사는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결정했습니다.

-자! 오늘의 요리는 무언가요? 맛있는 걸 준비했겠죠? 당신은 나를 사랑하니까!

차칸 공주님은 식탁에 얌전히 앉아 두눈을 반짝이며 음식용 작은 손수레를 밀고들어오는 요리사에게 물었어요.

요리사는 그런 공주의 두눈을 보고 잠시 정신을 놓았다가, 얼른 정신을 차리고 공주님의 식탁에 아직 따끈한 김이 모락 피어나는 요리를 올려놓았어요.

-이게 뭔가요? 이건 크림 스프잖아요? 겨우 크림스프가 당신이 준비할 수 있는 맛있는 음식인가요? 당신의  사랑인가요?

차칸 공주님은 식탁에 덩그러니 놓인 스프를 한번 내려다보고는 고개를 들어 실망한 얼굴로 요리사에게 물었습니다. 그 표정이 요리사는 심장이 덜컹 멈출것 같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말했습니다.

-공주님 그건 평범한 크림 수프가 아닙니다. 갓난아이들이 처음 먹었어야할 어미의 젖을 빼았아 만든 수프입니다.

-그래요? 어디 한 번 맛을 볼까요? 세상에! 정말 특별한 맛이에요. 과연 당신은 나를 정말로 사랑하는군요.

크림 스프는 정말로 맛있었고 차칸 공주님은 수십 수백명의 아이들이 어미의 젖을 못빨아 우는 소리를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행복하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다음 요리를 기대할 게요. 당신이 날 사랑하는 만큼!

그렇게 요리사는 사랑하는 차칸 공주님을 위한 특별하고 맛있는 요리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날은 가난한 마을의 하나뿐인 농사용 소를 잡아서 요리했습니다. 어느날은 묘지에서 시체를 뜯어먹는 들개를 잡아서 요리했습니다. 어느날은 사형수의 마지막 식사를 뺐어오기도 했습니다. 누군가의 눈물과 상처와 비명과 아픔, 탄식과 절망은 맛있는 요리가 되어 차칸 공주님을 만족시켰습니다. 요리사는 차칸 공주님을 사랑했기 때문에 공주님을 만족시킬 요리를 계속해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어느날이었습니다.

-요리사 당신은 정말 나를 사랑하는군요. 그러니까 이렇게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는 거겠죠? 옛말에도 사랑은 최고의 조미료라잖아요.

-물론입니다. 공주님.

-그런데 나는 이렇게 맛있는 요리를 만든 당신은 어떤 맛일지 궁금해졌어요.

-네?

-당신이 정말 나를 사랑한다면 당신의 다리를 요리해줄 수 없을까요? 어차피 요리하는데 다리가 필요한 건 아니잖아요? 최고의 장인을 불러서 바퀴달린 의자를 만들고 당신 다음으로 최고인 요리사를 불러서 바퀴의자를 밀라고 하겠어요. 당신은 당신의 다리를 요리할 수 있겠어요? 나를 위해? 나를 사랑한다면?

요리사는 당황해서 식은땀을 흘리며 차칸 공주님을 보았어요. 그러나 기대감으로 가득차 반짝이는 까만 두 눈과 도톰한 작은 입술에 떠오른 미소를 보는 순간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았어요.

-물론이죠. 공주님. 저는 당신을 사랑하니까요.

그렇게 요리사는 자신의 두 다리를 잘랐어요. 그리고 바키의자에 앉아 보조요리사의 도움을 받아 두 다리를 요리해서 공주님에게 가져갔죠.

-세상에! 정말로 두 다리를 잘랐군요. 당신은 정말 나를 사랑하나봐요. 이 맛은 사랑의 맛이겠죠?

공주는 요리사의 두 다리로 만든 요리를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런 차칸 공주님을 보는 요리사는 두 다리는 허전해도 가슴 속이 가득 차오르는 걸 느꼈습니다.

-그런데 요리를 꼭 당신이 직접해야할까요? 당신이 방법만 알려주면 보조요리사가 해도 되지 않을까요? 나는 이렇게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당신의 두 팔이 어떤 맛인지 궁금해졌어요. 당신의 사랑이 진짜인지 궁금해졌어요.

-물론이죠. 공주님. 저는 당신을 사랑하니까요.

요리사는 보조요리사에게 자신의 두 팔을 자르도록하고 어떻게 요리할지 알려줬어요. 요리가 다 되었고 요리사는 바퀴의자에 실려서 요리와 함께 공주님에게로 갔지요.

-역시나! 당신은 정말 나를 사랑하나봐요. 그런데 이렇게 맛있는 요리를 더는 먹을 수 없는 걸까요? 이제 당신은 팔다리가 모두 없으니까요. 당신의 사랑은 끝난 걸까요?

-그럴리가요! 공주님. 팔다리가 없어도 저는 당신을 사랑한답니다.

-그럼 당신의 사랑을 보여주세요. 맛보게 해주세요.

요리사는 보조요리사에게 주방으로 가자고 재촉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커다란 솥에 물을 끓이라고 했어요. 그리고 보조요리사에게 자신의 몸통을 던져넣으라고 했죠. 보조요리사는 깜짝놀라서 요리사를 쳐다보다가 그 눈에 떠오른 사랑의 열기를 보고는 고개를 저었죠. 그리고 풍덩! 요리사의 몸통을 솥에 집어넣고 보글보글 지글지글 끓여서 맛있게 요리를 했습니다.

-차칸 공주님 요리사 요리입니다.

보조요리사는 공주님의 식탁에 요리를 놓았습니다. 차칸 공주님은 환히 웃으며 맛있게 요리를 먹었습니다.

-어머! 접시가 비었군요. 당신은 나를 사랑하나요?

공주님이 바라보며 미소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