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생물들은 모두 그 부모에게서 나기 마련이고, 또 날 때부터 그 부모의 부모에 조부모의 조조부모를 만든 신들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당장 입에 나는 소리나 눈에 보이는 모습, 귀로 들리는 소리나 손에 만져지는 촉감으로 기억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늘 위에 신들의 나라인 융이 있고 그 신들의 나라에 경이라는 도시가 있다는 것 또한 마음과 영혼으로 알고 있는 것이지요.

  하늘 위에 있는 신들의 나라인 융 그리고  융의 도시인 경에는 많은 신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해와 달의 신, 강과 바다의 신, 불과 벼락의 신, 온갖 동물의 신과 꽃과 나무의 신 같은 수 많은 신들이 살았습니다.  그리고 아직 특별한 무엇을 맡은 것은 아닌 어린 신들도 살았습니다. 그 어린 신들 중에서 한 작은 여신이있었습니다.

  맡은 일들과 신도들의 기도로 늘 바쁘지만 자상함을 잃지 않는 부모신들의 보살핌 속에서 작은 여신은 하루하루 즐겁게 지냈습니다. 착하고 친절한 이웃의 신들도 있었고, 함께 뛰놀며 즐겁게 지내는 친구 꼬마신들도 있었지요.

  그러던 어느날이었습니다. 신들의 도시 경의 이골목 저골목을 뛰어놀던 어린 여신은 그만 도시 밖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도시 밖으로 나온 것이었습니다. 도시밖으로 뻗은 길은 또 쭉쭉 뻗어서 신들의 나라 융 밖으로 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작은 여신은 호기심에 끌려 그 길을 자꾸자꾸 걸어갔습니다.

  작은 여신은 결국 신들의 도시인 경을 벗어나고 신들의 나라인 융을 벗어나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하늘 아래의 세상까지 오고야 말았습니다. 작은 여신은 익숙하던 신들의 나라 융, 신들의 도시 경과는 너무 다른 세상의 모습에 놀라고 또 살짝 무섭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신기한 마음이 더 컸습니다.

  지상에서 올려다본 하늘은 파랬고 하얀 구름이 떠있었고 태양은 눈부셨습니다. 바람은 온화하고 부드럽고 시원했습니다. 발밑으로는 막 돋아난 풀싹들이 부드럽게 밟혔습니다. 멀리 눈 덮인 정수리에 구름을 이고 있는 높은 산들이 보였습니다.

-여기는 어디일까? 여기가 다른 어른 신들이 말하던 신도들과 신관들이 산다는 그 세상인 걸까? 모든 것이 불완전하구나! 태양의 원은 이지러졌고 풀과 나무들은 곧게 자라지 않으며 뛰놀고 날아다니는 생물들은 모두 어리석음으 벗지 못했고 스 생명은 유한하구나! 하지만 그렇기에 그것들은 끝없이 변화하고 움직이고 또 운명에 도전하는 구나!

  작은 여신은 세상의 아름다움에 푹 빠졌습니다. 그래서 잊어버린 거였습니다. 부모 신들이 어른 신들이 말하던 신들의 도시 신들의 나라 밖의 어둠과 혼란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눈부신 햇볕이 사물들을 밝히고 뎁힐 때는 그 사물들의 뒤편에서 어둠과 온기가 태어나기 마련이지요. 낮이 밤을 끌고 오고 생명이 죽음을 불러오고 웃음은 눈물이 되는 법입니다. 신들의 나라 융, 신들의 도시 경과 우리네 세상은 다른 거였어요.

  먼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바람은 차게 식었어요. 숲그늘에선 죽은자들이 일어났고, 깊은 계곡에선 머리에 뿔돋은 이들이 어두운 동굴에선 사악한 용이 깨어났어요.

-이건 무어지!? 눈 앞이 캄캄하고 귀가 먹먹하고 죽었던 심장이 마구 쿵쾅댄다. 목이 타고 입이 마른다. 품 안이 텅 비어 무엇인가 으스러지도록 터지도록 안고싶은 기분이다. 이 갈망은 무엇인가. 참을 수 없이 나를 휘몰아치는구나. 아! 느껴진다 작고 순수한 존재가! 우리들과 전혀 다르고 어울릴 수 없는 존재가 세상에 나왔구나! 아! 이 마음 이 느낌 이 갈증 이 욕망 참을 수가 없구나! 어디에 있느냐, 신들의 나라에서 온 이는?

  하늘과 땅이 갈라질 때, 첫 신이 세상을 지을 때 태어난 가장 오래된 악령이 울부짖으며 세상의 끝에서 부터 작은 여신을 향해 쿵쿵 달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걸음에 땅이 흔들리고 산이 불을 뿜었습니다.

-어머 어머!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야! 저 불타는 눈, 커다란 입, 거친 손! 말로만 듣던 악령이구나! 어서 신들의 나라 융으로, 신들의 도시 경으로 돌아가야겠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돌아가지?

  작은 여신은 멀리 세상의 끝에서 달려오는 악령을 발견하고는 급히 사방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러나 길은 발견되지 않았고 작은 여신은 쩔쩔 맬 뿐이었습니다.

-이쪽이에요! 짹 이쪽으로 도망치세요! 짹

  작은 새 한 마리가 그런 작은 여신을 발견하고는 날아와서 외치고는 악령이 오는 반대편으로 포롱 날았습니다.

-어머 어머! 작고 귀여운 새야 고맙구나! 넌 이름이 무어니?

  작은 여신은 포롱포롱 나는 작은 새의 뒤를 따라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저 처럼 작고 별 볼 일 없는 새가 무슨 이름이 따로 있겠나요? 짹. 온갖 잡새가 날아든다 하는 잡새 중에 하나인 걸요. 짹.

-저런, 너처럼 착하고 귀여운 새에게 이름이 없다니! 그럼 참말로 고마우니까 참새라고 해야겠구나!

-여신님이 내 이름을 지어주다니! 짹. 저도 고마워요! 짹. 내 이름은 참새! 짹짹

  작은 새, 참새는 맑게 울며 포롱포롱 앞서 날았습니다. 작은 여신은 그 뒤를 따라 총총 달리며 흘끔흘끔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오래된 악령은 여전히 저 멀리서 울부짖으며 쫓아오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아까보다 훨씬 더 커진 것 처럼 보였습니다.

-큰 일이구나. 이러다 따라 잡히겠어.

  작은 여신은 소스라치게 놀라 힘껏 달렸습니다. 하지만 여신이 깡총 한걸음을 걸으면 오래된 악령은 꺼엉충 한걸음을 걸었습니다. 여신이 힘껏 언덕을 넘으면 악령은 훌쩍 높은 산을 넘었습니다. 여신은 작은 여신이었고 오래된 악령은 덩치가 아주아주 컸기 때문이었습니다.

-큰 일이에요. 짹. 누가 막아주기라도 하지 않으면 금방 따라잡히겠어요. 짹.

참새도 가까워진 악령이 하늘을 가리고 태양을 가려서 세상이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두려움에 차서 울었습니다.

-수리수리 마수리! 그러면 내가 조금 도와줄까? 삐익-.

  그때였습니다. 높은 하늘에서 날던 수리 한마리가 작은 여신과 참새를 보고 말했습니다.

-어머어머! 정말요? 저 무서운 악령을 막아주실 수 있겠어요?

-완전히 막지는 못해도 조금 붙잡는 정도는 할 수 있겠지. 삐익-. 그사이에 조금이라도 더 멀리 도망가라고. 따라잡지 못하게 강이나 바다를 건너면 좋을 거야. 삐익-.

-당신은 참 친절하고 용감한 수리군요! 그러니까 당신은 앞으로 참수리라고 불러야겠어요.

  여신님은 그 수리에게 참수리라고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참수리는 삐익 높이 울며 날아가 악령의 머리 주위를 날며 뾰족한 부리로 콕콕 쪼았습니다. 커다란 악령이라 참수리가 작은 날벌레처럼 보일 정도였지만 그래도 악령을 귀찮게 할 수는 있었어요. 악령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무서운 두 팔을 이리저리 휘휘 저었습니다. 그 사이 작은 여신하고 참새는 열심히 달아났어요.

-에잇! 귀찮은 수리 같으니 저리 가지 못해!

  오래된 악령은 으르렁 대는 목소리로 소리쳤습니다. 그소리는 천둥이 되어 온 세상에 우릉우릉 울렸습니다. 또 팔을 휘휘 저을 때는 거친 돌개바람이 일어서 세상 여기저기를 할퀴었습니다. 그 바람에 어떤 곳은 땅가죽이 벗겨져서 사막이 생기기도 했다지요.

이랬거나 저랬거나 어쨌거나, 작은 여신은 총총 뛰어서 참새는 포롱포롱 날아서 열심히 달렸어요. 바위를 뛰어넘고 언덕을 타고넘고 산을 어렵게 넘었어요. 들판을 숲을 지나쳐 달렸어요. 그리고 마침내 커다란 물에 가로 막혔습니다.

-어머어머! 물이 정말 많구나. 엄청 큰 호수나 강인 걸까?

-여신님, 여신님 이건 바다에요. 짹, 하늘에서 나린 비와 풀잎에서 흐린 비가 개울이 되고 강물이 되서 제일 마지막에 도착하는 온세상을 감싸는 커다란 물이죠. 짹짹. 저처럼 작은 새는 도저히 날아서 건널 수 없답니다. 짹. 바다를 건널 수 있게 도와줄 누군가를 찾으셔야 해요. 짹짹. 저는 가볼테니 무사히 악령을 피하시길 바라요. 짹.

  참새는 작은 여신의 주변을 포롱포롱 날아 몇바퀴 돌고는 멀리 날아가버렸습니다.

-참새야, 고마워! 너도 조심하렴!

  작은 여신은 떠나가는 참새에게 하얗고 조그만 손을 열심히 흔들었어요. 그리고 작은 참새가 작은 점으로 사라지고 나서 다시 바다를 보았어요. 커다랗게 밀려온 파도가 하얀 모래 위에 또 하얀 물보라로 부서졌습니다. 철썩. 저 멀리를 내다 보면  하늘과 맞닿는 곳 까지 파도가 일렁이는 파란 물만 가득했습니다.

-어휴, 이제 어쩌지. 참수리가 시간을 끌어주고는 있지만 무서운 악령은 금방이라도 쫓아올 것 같은데, 건너편도 보이지 않는 이 큰 바다를 어떻게 건너지?

-무슨 일인가요, 작은 여신님?

  그때였습니다. 어디선가 작은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여신님은 또 어느 새인가 하고 하늘을 이리저리 보았지만 멀리 하얀 갈매기가 바다 위를 낮게 날아 지나갈 뿐이었습니다.

-누구지? 내가 잘 못들었나?

-여기에요! 여기! 여신님 발 밑이어요!

-어머어머! 너는 물고기구나!

  작은 여신님은 파도에 밀려 몸을 드러낸채 입을 뻐금대며 말하는 등이 파랗고 몸이 통통한 물고기를 발견했습니다.

-네, 저는 다랑어에요! 작고 예쁜 여신님, 무슨 일이 있나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까요?

저기 무서운 악령이 쫓아오고 있단다. 혹시 신들의 나라인 융이나 신들의 도시인 경으로 가는  길을 알고 있니? 아니면 이 바다를 건널 수 있게 도와줄 수 있겠니?

-저는 그냥 물고기 한 마리일 뿐인 걸요. 신들의 나라인 융이나 신들의 도시 경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도 없어요. 하지만 바다를 건너는 일이라면 도와드릴 수 있을 거에요. 하지만 제 등에 타시는 것보다는 제 친구가 도와드리는 게 좀더 편하실 거에요. 잠시만요.

  등 푸른 물고기는 뻐금뻐금 말하더니 팔딱 뛰어올라 풍덩 바다로 들어갔어요. 여신님은 다랑어가 친구를 불러오는 것을 기다리며 멀리 악령이 다가오는 것을 보았어요. 참수리가 여전히 방해를 하는 것인지 두 팔을 젓고 고개를 털고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점점 그 모습이 커지며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머리에 돋은 크고 작은 뿔이 아홉개, 입에서 길게 뻗은 뾰족한 송곳니가 두개, 풀어헤친 머리는 깊은 밤처럼 새카맸어요. 부릅 뜬 두눈에는 불길이 일렁여서 붉게 보였습니다. 쿵쿵 거리는 발걸음이 먼 천둥소리로 들려왔어요.

-어머어머 세상에! 큰 일이구나! 이러다 따라잡힐 것 같아.

-안녕하세요, 작은 여신님? 친구인 다랑어가 여신님이 바다를 건너는 걸 도와달라고 하더라고요.

  바다에서 큰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보니까 바다 밑에서 작은 섬 같은 까만 고래가 둥실 떠오르더니 등에서 뿌우 하고 물을 한줄기 뿜었어요.

-어머나! 참말 큰 고래구나! 고등어도 참 착하지 이런 믿음직한 고래를 소개해주었구나. 날 도와서 바다를 건너게 도와주겠니? 무서운 악령이 쫓아오고 있단다.

  그렇게 작은 여신은 까만 고래의 등에 올라 바다를 건너기 시작했어요. 그 주변을 등 푸른 다랑어 한마리가 쫓아 헤엄쳤고요. 그래서 그 뒤로 까만고래는 참말 큰 고래라 참고래, 등이 푸른 다랑어는 참 착한 다랑어라서 참다랑어라고 불렸답니다.

-에잇, 이 수리가 자꾸 귀찮게 굴더니 애송이 여신을 놓쳤구나! 아! 이 마음 이 느낌 이 갈증 이 욕망 참을 수가 없구나! 화가 나는 구나!

  오래된 악령은 여신이 참고래의 등을 타고 떠난 텅 빈 백사장에 도착해서 마구 화를 냈습니다. 크고 작은 아홉 뿔로 산을 들이 받아 지진을 일으켰고 뾰족한 두 송곳니로 바닷가를 마구 헤집어 해일을 일으켰습니다. 

  이랬거나 저랬거나 어쨌거나, 작은 여신은 참고래를 타고 넓고넓은 바다를 퐁퐁퐁 건너, 저 편의 땅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에선 바다 건너에 무슨 일이 났나 살피러온 사람들이 한 가득 있었습니다.

  모여있던 사람들은 바다 저편에서 먹구름이 몰려들고 거센바람이 불고 땅이 울리고 높은 파도가 치는 것을 보고 세상 끝날이 온줄 알고 걱정하고 있다가 바다 위로 한줄기 빛이 비치고 파도가 잦아들며 향긋한 바람이 불더니 커다란 고래 한마리가 해안 가까이로 다가오는 것을 보고 깜짝놀랐습니다.

-무슨 일일까? 오늘이라도 내일이라도 세상이 끝날 것처럼 흉흉하더니 바다를 건너 빛이 오는구나. 누구인가? 고래의 등에 탄 저 사람은. 사람이 맞을까? 평범한 사람이 고래를 타고 바다를 건널 수가 없겠지. 아! 저이는 세상에 잠시 내려온 신 중의 하나임에 틀림 없구나!

  바닷가에 서 있던 사람들중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고래의 등에 탄 작은 여신을 발견하고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누가 보아도 그 모습은 신이 틀림 없었으니까요.

  사람들은 하나둘 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거나 엎드려서 작은 여신에게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떤이는 꽃을 가져와 해변을 꾸몄고 어떤이는 수확한 곡식과 과일을 바쳤습니다. 향을 피우고 술과 음료를 채웠습니다. 노래를 하는 이도 있었고 춤을 추는 이도 있었습니다. 어린 가축을 잡고 죄인의 목을 쳐 제물을 바치기도 했습니다. 신관들은 사람들이 바친 제물의 일부를 거둬갔습니다. 사람들이 가득한 해변의 뒤편에서는 무녀들이 건장한 사내들과 숲의 으슥한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족장과 영주, 왕들은 저마다 신의 후손임을 내세웠습니다.

  이랬거나 저랬거나 어쨌거나, 마침내 작은 여신은 해변가까이로 와서 고래의 등에서 내렸습니다. 참방! 여신이 내리며 얕은 바닷물에 발을 딛자 작게 물이 튀었습니다.

-참고래야 고맙구나. 참다랑어도 고마웠어!

  작은 여신은 깊고 넓은 바다로 되돌아가는 참고래와 참다랑어에게 손을 흔들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돌아서서 해변에 모인 사람들을 둘러보고 작게 미소지었습니다.

-아! 이 사람들은 충실하고 성실한 신도들이고 신관들이군요. 그들의 기도와 노래가 신들의 나라 융, 신들의 도시 경까지 닿고 있어요. 저들 덕분에 이제야 돌아갈 수 있을 것 같군요.

  누군가가 바친 꽃장식에서 한 송이 파란 장미를 꺼내 든 작은 여신은 환하게 웃으며 사람들의 기도와 노래를 타고 하늘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작고 예쁜 발에서 똑똑 떨어진 맑은 바닷물이 하늘에 색색의 무지개를 만들었습니다. 어느새 맑게 개인 파란 하늘로 작고 예쁜 여신이 총총 오르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더욱 환호하고 기도하고 노래했습니다. 향긋한 바람이 불고 사람들이 바친 꽃들이 분분 흩날렸습니다. 사람들은 남은 제물로 축제를 열었습니다. 작은 여신님 만세!

  그렇게 작은 여신님은 다시 신들의 나라 융 그리고 신들의 도시 경으로 무사히 돌아갔습니다. 그 뒤로 부모신들에게 살짝 혼나고 며칠 간식을 금지당하기도 한 것 같지만 뭐 탈 없이 잘 돌아와서 이웃신들과 어린 친구신들도 모두 즐거워했습니다.

  그런데, 바다 저 편에서는 바다를 건너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굴러 온 땅을 뭉개고 부수던 오래된 악령이 하늘로 올라가는 작은 여신을 보고 마구 화를 내고 소리치고 울부짖었습니다.

-아아! 다시 갈 것이라면 도망칠 것이라면 이 손 닿지도 못할 것이라면 오지도 말고 보이지도 말 것이지. 왜 이 땅에 내려오고 내 눈에 그 모습 비추었단 말인가? 눈 앞이 캄캄하고 귀가 먹먹하고 죽었던 심장이 마구 쿵쾅댄다. 목이 타고 입이 마른다. 품 안이 텅 비어 무엇인가 으스러지도록 터지도록 안고싶은 기분이다. 이 갈망은 무엇인가. 참을 수 없이 나를 휘몰아치는구나. 아! 이 마음 이 느낌 이 갈증 이 욕망은 어쩌란 말인가? 하늘과 땅이 맞닿아 하나가 되는 곳이 있다면 해와 달이 어울려 떠오르고  낮과 밤이 물결쳐 뒤섞이는 곳이 있다면 어제와 오늘이 구분이 사라지는 날이 온다면 이 마음도 세상 앞에, 당신 앞에 용서받을 수 있겠는가? 나라는 존재가 용서받을 수 있겠는가? 내가 나라서 미안하구나! 이런 내가 당신을 바라서 미안하구나!

  오래된 악령이 으르렁 대는 소리는 노래가 되어 황무지와 폐허, 사막과 화산, 밤과 폭풍의 세계 속에 울렸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사람들은 여러 땅에서 여러 노래를 부르게 되었는데 그중에는 샹송이니 팝송이니 요들송이니 하는 것도 있었고 또 특히 자신의 잘못을 미안하다고 하는 노래를 죄송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